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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Jan 23. 2017

패션 매체 속으로

세상엔 어떤 패션 매체들이 있을까

패션 에디터가 알아야 할 패션 매체라면, 과거엔 몇 개 되지 않았다. 보그(VOGUE)가 자칭 타칭 모든 패션인의 성서로 불리던 시절에는 적어도 그랬다. 하지만 오늘날 패션 매체는 훨씬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확대되어 있다. 여기서는 패션 매체가 존재하는 3가지 카테고리를 분류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첫 번째 카테고리는 우리가 제일 잘 알고 있는 소비자 대상의 패션 잡지이고, 두 번째 부류는 패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 세 번째는 제3의 분야로 확대 중인 온라인 매체들이다.


1.    소비자 대상의 패션 잡지


보그(Vogue), 쎄씨(Ceci), Allure, GQ 등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들의 대부분은 소비자 대상의 패션 잡지, 가장 전통적 의미의 패션잡지들이다. 패션잡지라고는 불리지만, 실은 패션, 문화, 미용, 가십 등 소비자의 폭넓은 관심사를 풍부히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Magazine이란 말이 최초로 붙은 여성 패션지는 영국에서 1770년부터 1847년까지 출판되었던 Lady’s Magazine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잡지 또한 패션, 음악, 시, 소설, 가십 등 당시 주요 독자였던 고객의 관심사에 포커스를 둔 잡지였다. 이런 폭넓은 콘텐츠 때문에 이런 패션잡지를 여성지, 혹은 남성지로 부르기도 한다. 당시 영국에서 이 잡지가 패션에서 가졌던 의미는 바다 건너 프랑스 패션의 소식을 생생한 일러스트와 함께 전해주기 때문이었다.

1902년, 르모드(Le Modes)지

이후 출간된 20세기 들어 디자이너 시대가 보편화되고, 이런 잡지들이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모드를 알리는 근간이 되면서, 프랑스판 Les Mode지 같은 잡지는 첨단의 패션 트렌드를 알리는 매체가 되지만, 당시 디자이너들의 주 고객이 점차 미국의 부호가 되면서, 미국발 잡지들이 잡지계의 아성이 되어갔다. 보그(Vogue)는 바로 그런 역사를 담고 있는 잡지이기도 하다. 현재에도 미국발 잡지들의 힘은 대단하다. Elle와 Marie Clarie는 프랑스 기반, Allure와 Cosmopolitan은 미국 기반이다. 프랑스 잡지라 하더라도 미국판 배포부수가 훨씬 많다.

 

최근 들어 패션잡지 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다. 주요 기능이었던 ‘소비자에게 정보와 트렌드를 알린다’라는 부분을 온라인 매체들이 더 빠르고 풍부하게 흡수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체의 살림살이의 근간이 되는 광고수입을 얻기가 쉽지 않은데, 이 또한 많은 광고주들이 온라인으로 광고 대상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패션잡지들은 각자 온라인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보그의 온라인판은 특히 ‘런웨이’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큰 강점을 갖기 시작했다. 실시간 릴리즈, 주요 디자이너들에 대한 빠짐없는 리뷰에 최근 동영상 서비스까지 진행되면서 탄탄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런 잡지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래 링크는 2015년 가장 많이 팔린 패션 잡지 20종 을 모아둔 기사다. 에디터를 꿈꾼다면 여기 이 이름들 정도는 기억해두는 게 좋다.  

http://tunegroover.com/the-top-20-selling-fashion-magazines/


한편 패션 매거진에도 인디 매거진, 즉 소자본으로 창업한 톡톡 튀는 잡지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이름까지 기억할 필요는 없겠지만, 들어가서 그들의 장점이 무엇인지 눈으로 확인해 둘 필요는 있다. 다음은 2016년 초에 10개의 대표적 인디 패션 매거진을 모은 기사다.

http://www.stackmagazines.com/style-fashion/10-independent-fashion-magazines/


2.    전문가 대상의 패션잡지


대개 패션 전문가들이 트렌드 정보를 얻었던 대상은 잡지가 아니라 ‘트렌드북’들이었다. 이 트렌드북들은 1960년대쯤 만들어지기 시작해, ‘패션 트렌드를 예측하는 기능’을 앞세우며 전문가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패션계의 변화가 빠르고 다원화되면서, 이들의 예측이 잘 맞지 않을뿐더러,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생겨났다.


이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1년에 두 번 나오는 비싼 트렌드북이 아닌 1년에 4번, 혹은 6번 출간되는 저렴한 잡지로의 시도가 시작되었고, 이 시장 은단 숨에 큰 매체시장으로 발전한다. Collezioni나 Zoom 등의 잡지가 이에 해당된다. 이 시장이 여린 지는 30년 정도다. 그전부터 ‘패션 화보집’이라 불리는 Japan Gap 등의 잡지가 있었으나, Gap의 경우 오직 쇼사 진만 실을 뿐 딱히 특별한 콘텐츠를 다루진 않았다.


이런 전문가 대상의 패션잡지들은 ‘전문가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찾아 싣는 게 핵심이다. 주 수익원을 광고료로 잡는 기업도 있는데, 소비자 대상의 매거진에 비해 훨씬 고가이기 때문에 구독료만으로도 유지하는 기업들도 있다.


나는 2006년 내 잡지를 창간했다. 패션 트렌드 분석을 담은 Gist100과 컬러분석을 담은 Colorules를 만들었고, 얼마 안 가 전 세계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뉴욕에서, 밀라노에서, 홍콩에서, 나의 책들이 놓여있는 전문서점들을 발견할 때면, 눈물이 날 만큼 행복했다. 해외 유명 기업들로부터 책이 언제 나오는지 묻는 메일들이 줄을 이었고, 우리 책이 그 도시에선 어느 서점에서 취급되고 있는지 알려주기 바빴던 시절, 그때가 나의 전성기이자 전문잡지의 전성기였다.

2010년 뉴욕의 전문서적 서점. 이런 곳에서 내 책을 발견할 때면 마냥 행복했다. 당시가 전문지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이 시장 또한 지금 녹록지 않다. 왜냐하면, WGSN이 생긴 이후 패션 트렌드 분석 또한 인쇄매체가 아닌 온라인 쪽으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후 온라인 시장이 세분화되면서, 지금은 너무도 많은 트렌드 사이트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전문적인 소규모 매거진들이 트렌드 정보 사이트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최근엔 고가의 트렌드 사이트의 미래도 불투명해진 시점이다.


지금 온라인 매체들에 대한 기존의 인쇄매체들의 대응은 제각각이다. Ebook 버전을 내는 곳도 있고, 온라인 사이트들과 제휴한 곳도 있다. 나 또한 얼마 전 원데이 원트 랜드 닷컴이라는 무료 정보 사이트를 오픈했다.


이런 잡지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문가 대상의 잡지들이 어떤 종류가 있는지는 전문잡지 디스트뷰터인 독일회사 모드 인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나의 책도 모드 인포에서 판매 중이다.


http://www.modeinfo.com/


3.    모호해지는 대중지와 전문지의 구분


최근 들어 온라인 시대가 되고 나서, 매체와 블로그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어쨌거나 패션매체라면 한층 더 깊은 인사이트를 보여줄 것을 요구받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도 지나치게 딱딱한 트렌드 예측보다는 더 풍부한 읽을거리를 원하게 되면서, 지금은 대중잡지와 전문잡지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가장 많이 겹치는 콘텐츠는 ‘Runway’, 즉 패션쇼 부분이다. 패션쇼는 패션계의 모든 매체가 현재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패션잡지나 트렌드 사이트라기보다는 비즈니스 언론에 가까운 The Business of Fashion이나 WWD 같은, 한국으로 치면 패션비즈나 어패럴 뉴스에 해당되는 신문들에서도 최근에는 별도로 런웨이 파트를 두어 중점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보그는 대중지이지만, 이들이 발행하는 컬렉션 리뷰는 전문가들도 가장 많이 정독하는 칼럼이 됐다.  


이런 현상은, 미래에 패션 에디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쪽에서 일을 하게 되건, 조금 더 깊이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너도나도 패션 정보를 올리는 시대에서 패션 에디터란 직함이 무색하지 않으려면 당연한 일이다.


4.    온라인 매체들

온라인 매체들의 등장은 패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아마 지금 패션 에디터를 꿈꾸는 많은 젊은 친구들은, 이 시장에 가장 관심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어디서부터 내용을 적어야 할까 망설여질 정도로 방대한 시장이긴 하다. 먼저 스스로 기존의 패션잡지, 즉 일반적인 여성지나 남성지를 온라인으로 대체한 사이트들을 살펴보자.

다음의 기사는 2012년 영국 기사로, 당시 10개의 베스트 온라인 매거진을 다루고 있다. 리스트업 된 매거진 중 이미 없어진 매체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체로 어떤 온라인 매거진들이 있는지는 쉽게 볼 수 있는 좋은 기사다.


http://topyaps.com/top-10-best-online-fashion-magazines


위의 링크에서 추천해주고 싶은 사이트는 Dazed Digital과 Iconique다. 특히 Dazed는 다각도로 알아두어야 할 잡지다. 영국발 패션잡지로 보그와는 전혀 다른 성장세를 보여준다. 데이즈드는 오프라인 매거진과 온라인, 방송매체를 함께 운영하며, 최근엔 아티스트들을 위한 어워즈도 론칭하여 매체의 철학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간 미국발과 프랑스발 잡지가 주를 이루던 패션시장에 Dazed는 영국풍의 젊은 감각(91년 창간)을 더하며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다.


Iconique는 온라인 패션잡지가 구현해야 할 미적 영역이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보여주는 사이트다. 종래에 오히려 이런 구도가 불편하다는 얘기도 듣고 있으나, 그 고집스러운 디자인은 여전히 아름답다. 에디터로서의 눈을 높이고 싶다면 방문하여 어떤 방식으로 기사를 보여주고 있는지 체크해보자.


한편, 온라인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는 매거진들은 실상은 이런 여성지나 남성지가 아니라 ‘스트리트 패션 매거진’들이다. 이들은 스트리트 패션, 즉 유니섹스 기반의 신진 디자이너들의 의상은 물론 힙합이나 보드 문화 등 스트리트 패션이 기반한 컬처 전반을 폭넓게 다룬다. 또한 이 매체들의 독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제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어 매거진의 깊이도 상당히 깊은 편이다. 예를 들어 Highsnobiety나 Hypebeast 같은 매거진이 대표적인데, 여기선 Highsnobiety만 잠시 살펴보자.


http://www.highsnobiety.com/

: 이 사이트는 스트리트 문화에 근간을 둔 패션 사이트다. 알음알음 꽤 유명하다. 패션뿐 아니라 음악과 아트도 함께 다루는데, 패션은 주로 신진 디자이너, 스트리트 디자이너들을 다루며, 음악은 힙합, 아트는 그라피티나  모던아트를 주로 다룬다. 이 사이트에는 소비자/전문가의 구분이 없다. 특히 ‘highsnobiety지정 이 달의 탑 브랜드’ 같은 콘텐츠는 스트리트 씬에서 누가 뜨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독점적 콘텐츠다.


Hypebeast는 무신사와 다소 유사하다. 매거진에 스토어가 붙어있어, 트렌드 정보를 보다가 곧바로 쇼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이 밖에도 일본의 유명한 스트리트 패션 포토 사이트 Style-arena 등 다양한 매거진들이 이 영역에서 활동 중인데, 점차 스트리트 패션이 전 세계적으로 대세가 되면서, 이들의 파워 또한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근에는 션쇼가 하나의 빅 콘텐츠가 되면서 패션쇼만을 다루는 사이트들도 늘어가고 있다. 각종 잡지들이 런웨이 섹션을 마련하고, 이윽고 신문들도 이 시장에 뛰어드는 마당에 런웨이 전문 사이트가 생겨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여기선 많은 사이트 중에 보그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이트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http://theimpression.com/

:이 사이트는 말이 별로 없는 사이트다. 런웨이 정보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도 런웨이 리뷰는 없다. 사실 리뷰를  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런웨이 리뷰를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사이트는 보그와 WWD 정도일 것이다. 이 사이트의 강점은 다른 면에 있다. 첫째, 거의 실시간으로 모든 사진이 올라온다. 보그나 WWD보다도 빠르다.  뿐만 아니라, 런웨이에 등장하는 옷의 세부 사진을 볼 수 있는 Detail 포토와 Backstage 포토 또한 시간차 없이 거의 대부분 실시간으로 제공된다.(보그나 WWD는 시간차가 있다) 또 하나의 강점은 ADS와 FILM이다. 패션 브랜드들의 광고사진과 패션필름들을 일목요연하게 몰아두었다. 특히 패션필름은 최근 점점 더 관심이 모아 지고 있는 분야임에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이렇게 패션쇼는 점점 중요한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에디터라면 패션쇼를 보고 리뷰를 쓰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한국에서 패피들이 쓰는 많은 리뷰들을 보지만, 대부분 감상문이고, 에디터다운 리뷰는 드물다.


그래서 다음 글은, 이 패션쇼 리뷰에 대한 부분, 즉, ‘어떻게 쇼를 리뷰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다뤄볼까 한다. 나는 페이스북에서 젊은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지난 10월 파리에서 열렸던 크리스천 디올(Christian Dior)의 쇼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실망을 가져다주었는지를 보며 놀랐다. 그 쇼는 발렌티노(Valentino)의 디자이너 듀오로 있다가 디올의 디렉터로 독립해 온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Chiuri)의 데뷔 쇼였다.


젊은 친구들의 글을 읽으며 한편으로 공감을 했다. 아, 이래서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라는 부분은 어떤 면에선 날카롭다. 그러나 이 쇼는 대체적으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왜일까? 왜 다른 에디터들은 이 쇼에 감탄사와 느낌표를 연발해주었을까?


혹시 에디터와 명품 브랜드들 간에 커넥션이 있거나, 명품 브랜드들의 힘이 너무도 세서 아무도 바른말을 못 하여서일까. 아니면 혹시 유명한 매체의 에디터들이 생각보다 엉터리여서 안목이 낮은 걸까?. 글쎄, 그럴 리는 만무해 보인다. 그들도 전문가다. 그들이 그렇게 찬사를 보내는 데는 아마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디올의 쇼야말로 패션쇼 리뷰를 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기에 여러모로 너무 좋은 사례란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실망스러웠고, 누군가는 왜 그렇게 박수를 보냈는지, 에디터로서 어떤 리뷰를 썼을 때 비로소 독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 다음 글에서는 그 시각의 간극을 조금 좁혀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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