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까지것 해보자
얼마전 20년만에 대학후배 S에게 연락이 왔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학교 특성상 1년을 같이 기숙사 생활 하면서 지내서 그런지 어제도 만난것 처럼 2시간 넘게 통화를 이어갔다. 서로의 사는 얘기를 하다가영어 이야기가 나왔다.
"선배, 영어공부 어떻게 했어요?"
"어... 글쎄...여행다닌것이 다인데, 나는 길에서 배웠어"
나는 조금은 놀랐다. 내가 대학생때 후배 보기는 영어를 잘하는 선배로 보였나? 지금 회상해보니 전공보다는 교양인 제 2외국어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 말은 즉, 전공은 지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하하~! 동기들 덕에 졸업했다.
이 후배로 애기하자면 외국어 고등학교를 나온 인재로 대학졸업후, 해양경찰 특채로 7급에 합격한 아주 똑똑한 친구이다. 게다가 열심히 공부도 해서 미국 Coast guards 쪽과 연계된 프로그램에 선발되서 미국연수도 다녀온 친구이다. 그런데 그 후배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회화가 생각만큼 안된다는 것이다. 5분가까이 발표한 동영상도 보여주는데 사용하는 단어가 참 고급지다 생각했다. 항상 발전하고 싶은 후배라 그런지 그런 고민이 당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지에서 친구들과 Sub way 샌드위치 가게를 갔는데 주문을 잘 못했다는 고민 아닌 고민을 털어놓는다. 전혀 어렵지 않고, 눈치껏 하면 되는데...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어서 그렇겠지라고 이해한다.
당연하다. 해외에서 살아본것도 아니고 해외 여행을 자주 간게 아니면 샌드위치 주문시 야채 이름이나 드레싱 종류를 많이 알기는 쉽지 않다. 그건 부딫치면서 배우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서 '엄마'라고 부르기까지 주위에서 얼마나 많이 들었겠는가 그 단어를... 그러고 나면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언어를 익히는 방법인것 같다.
나는 해외 어학 연수를 가본적이 없다. 운이 좋은 것 + 알 수 없는 자신감 + 사람에 대한 믿음이 합쳐져 영어를 아니 영어 회화를 하게 된것이다. 졸업전에 남들처럼 4년만에 졸업을 하고 싶지 않다는 청개구리 같은 생각에 한학기를 남기고 1년 휴학을 했다. 내 꿈인 세계여행을 하려면 영어회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당시 예비 졸업생들은 취업을 하기에도 바빴는데 말이다. 어쨌든 그 결정이 내 인생을 바꾸어 놓는 계기다 됐다.
4개월간 배운 영어로 지금까지 써먹고 있다. 이게 나의 영어 회화 공부 방법이었다.
휴학전에 미국 Work & Travel 이라는 비자 종류를 알게 되었다. 한국 대학생들에게 내주는 비자로 합법적으로 4개월간 일을 하고, 1개월동안 미국내 여행을 할 수 있는 비자였다. 그리고, 모 대학에서 진행한 ESL 수업 3개월 받은게 전부이다. 대신 어학실에서 DVD로 에니메이션이나 로맨틱 코메디 영화를 반복해서 많이 보면서 받아쓰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팝송을 좋아했다. 그 당신 박정운이란 가수를 좋아했는데, 그가 팝송을 많이 불렀기에 따라 했을 뿐이다. 그냥 재미있어서 한건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 두가지가 큰 도움이 되었다.
미국 네바다주의 스키장에서 Lift operator 리프트 오퍼레이터로 일하게 된다. 4개월간 나의 룸메이트들이 나의 영어 선생님이자 스키와 스노우보드 선생님이기도 했다. 처음 2주동안은 매일 포기하고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그 시기를 지나니 하루하루 생활이 즐거워지고 친구들과 점점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특별히 책상에 앉아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니 내가 엄청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거라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중학생 정도 수준의 단어 아니 그 이하 단어 수준에 문장 20가지 정도만 자유자재로 쓸 줄 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하면 난 40개국 여행을 하면서 여행자들과 대화한 것이 영어회화를 실전에서 써먹은 것이다. 그러니 영어권 뿐만 아니라 비 영어권 사람들이 하는 영어도 쉽게 알아들었던것 같다. 생각보다 해외에서 일을 하면 비 영어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더 많다. 그들의 엑센트를 처음 접하면 쓰던 문장이나 단어인데도 들리지 않을때가 많다. 하지만 난 자연스럽게 적응이 된것 같다.
그리고 무대포 정신이 한 몫 했다. 한국 사람들은 영어로 말하는걸 부끄러워한다. 그냥 자신있게 하면 된다. 완벽하게 할 필요 없다. 그냥 아는 단어로 말하기 시작하고, 대화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듣게 되고 어느순간 그 뜻을 모르는 단어인데 내가 상황에 맞게 쓰고 있는걸 발견한다. 아기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해외에서 취업이 한국에서의 취업보다 기회가 되기도 하다. 여행중 알게 된 친구는 항공사 승무원이 꿈이었는데, 한국 국적기 항공사들이 원하는 상은 아니었나보다. 대신 여행중 카타르에서 면접을 봐서 합격했고 승무원이 되어 도하를 베이스로 살고 있는 친구도 있다. 또 한국에서 취업 하기 어려운 외국 제약회사였는데, 역으로 싱가폴로 날아가 영어로 면접을 보고 합격해서 싱가폴에서 근무하고, 얼마후 한국으로 발령을 받아 지금은 한국에서도 일했던 지인도 있다.
나 역시도 그랬을것이다. 한국에는 일명 스펙이 좋은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호텔 경영학이나 관광학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한국에서 준비했다면 몰디브 5성급 리조트 다이빙센터 메니져로 일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내 이력서는 내가 봐도 일관성을 찾을 수 없다. 마치 하늘의 흩어져 있는 별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를 믿고 계속 별들을 만들어갔다. 때가 되니 그 점들이 연결되 나만의 별자리가 생기고, 그 별자리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생겼다.
이렇게 시야를 좀 넓힐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 삶의 반경 범위를 넓히면 그 만큼이 당신의 무대가 된다. 꼭 여행을 가야하고, 넓은 무대로 가야 할 필요는 없다. 또한 힘이 들고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생길수도 있다. 장담하건데 그럴 확률이 많다.
몰디브에서 느낀건 제 2외국어를 4-5개정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보통 몰디브에서도 스쿠버 다이빙 강사를 현지인인 몰디비언보다 외국 강사를 선호한다. 언어 때문이다.
한참 한국인이 많이 올때, 다이빙 강사이면서 영어로 코스를 진행 할 수 있는 강사를 뽑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꼭 영어가 아니어도 좋다. 자기 전공 + 제2 외국어를 하나쯤 사람이 되는것이다. 전문적인 통역사는 아니어도 이런 실력의 사람을 찾는 곳이 꼭 있다. 그리고 살짝 욕심을 내서 제 2외국어를 2-3개정도 할 수 있다면 더욱 나만의 경쟁력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해보는거다. 너무 계획하지말고, 어느정도의 준비는 필요하지만 완벽한 때를 기다리기만 하기 보다 움직이길 바란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이정도 했으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더 많은 재미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것이다. If not now, then when? Do it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