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게 속 비밀

by 말글손

바지게 속 비밀


말글손 時人 장진석


휘청. 아버지를 따라 지게를 지면 나도 모르게 다리가 풀렸다. 어린 아들의 다리 힘이 문제라 하겠지만, 지게를 지는 요령도 톡톡히 한 몫을 했으리라. 소꼴을 베러 나갈 때면 아버지는 늘 바지게를 올렸다. 긴 여름의 빗소리를 기다리는 논두렁 밭두렁을 덮은 풀은 아버지의 낫질 몇 번에 가르마가 타진다. 제 한 몸 지키고자 뾰족 가시를 세운 줄딸기. 휘청. 바람에 제 향기 감추지 못하고 아버지의 코를 간지럽혔다. 틀림없이 새콤한 줄딸기가 마음을 어지럽겠지만, 아버지는 잠시 흔들렸을 뿐. 휘청. 바지게에 쌓여가는 풀더미 안에 아버지의 줄딸기가 숨어 들었다. 소꼴은 아버지의 향기에 젖어 향긋하게 소의 코를 간지럽혔다. 바지게에 숨어든 아니 숨겨둔 산딸기는 어린 아들의 꿈이 되었다. 아버지처럼 살아가리라. 휘청. 휘청거리더라도 굳게 일어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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