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 그렇고 그런 하루의 단상

by 말글손

말글손 時人 장진석의 오늘의 에세이

2026년 4월 1일, 그저그런 기분으로

어제는 제사였다. 조상님들께 절을 올리고 상을 차리고 음복을 나누는 일련의 과정이 끝나면 어김없이 밤이 깊어 있다. 여전히 아침은 셔터맨처럼 시작했다. 찰칵찰칵,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며 하루를 열었다. 샤워하고, 옷을 입고, 문을 나서는 일상의 동작들이 자동 재생되는 영상 같았다. 4월의 첫날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었다. 봄은 왔지만 내 안의 계절은 여전히 겨울과 봄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기분이 그런가 보다.

일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일들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래서 동네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은 언제나 살아있다. 사람들의 목소리, 생선 냄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떡, 흥정하는 소리. 그 속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놓고 사업 계획이랍시고 노트를 펼쳤다. 그런데 막상 펜을 들면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 아이디어는 많은데 실체는 없고, 의욕은 있는데 방향이 흐릿했다. 시장 한구석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들은 저마다의 목적지가 있고, 살 것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구나.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전히 중간 소통의 연결고리를 하면서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일까? 누가 알아나 주나? 혼자 고민이다.

오늘 학지사 인싸이트 주문을 여전히 기대한다.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알림을 기대했지만 화면은 조용했다. 아쉬웠다. 그것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확인 같은 것이었다. 오늘은 그 확인이 없는 날이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내일은 다를 거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이런 날들이 쌓여가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점심때가 되어 동네 형님이 전화를 걸었다. "밥 먹었냐? 나와." 그렇게 해서 동네 식당에서 형님과 마주 앉았다. 형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자식 이야기, 건강 이야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가끔 맞장구를 치고, 가끔 웃었다. 밥은 맛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누군가와 함께 먹는다는 것이 좋았다. 혼자 먹는 밥은 배를 채우지만 함께 먹는 밥은 마음을 채운다. 형님이 계산을 하셨다. "다음엔 내가 살게요." 형님은 손을 저으며 웃었다. "됐어, 네가 잘되면 그때 사." 잘되면. 그래, 언젠가는 잘될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걸어야 한다.

이제 집에 돌아가면 뭘 하며 하루를 반성할까. 반성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진다. 사실 반성할 것도 별로 없다. 크게 잘못한 것도 없고, 크게 잘한 것도 없는 그저 그런 하루였으니까. 그런데 이런 하루들이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되고, 인생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기는 아깝다. 책을 펼칠까, 글을 쓸까, 아니면 그냥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까.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가만히 앉아 오늘을 곱씹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반성이 될 수 있으니까. 4월의 첫날은 그렇게 저물어간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기대 반, 불안 반으로 나는 오늘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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