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베트남 다낭과 호이안1

가족 여행 후 마음속에 깊은 열망을 가지고 돌아오다

by 말글손

시간이 꽤 흘렀다. 아내가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을 한 지.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했다. 아내는 바쁘게 병원일에 자격시험에 가족 여행에 시어머니 병시중에 이래저래 시간을 흘리고 있었다. 나 역시 강의 나가랴, 강의 준비하랴, 문인협회 업무보고 글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침 강의에서 아이들 도서관 수업과 외부 강의까지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멈추고 싶었던 욕망이 마음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나 보다. 늘 돈 좀 되는 일을 하라는 주변 사람들의 충고가 이제야 와 닿다니. 참 부끄러운 일이다. 내 가정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놈이 여행이라니.


그래도 여행 당일이 되니 제법 마음이 설레었다. 아이들 수업을 마친 일요일 오후, 아내의 퇴근을 기다렸다. 예상처럼 아내는 늦게 왔다. 7시에 집을 출발하여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6시가 다 되어서 집으로 왔다.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짐을 정리하고 간단하게 식은 밥 한 그릇에 요기를 한 다음, 우리는 김해공항으로 액셀레이터를 밟았다. 비행기 시간이 여유가 있었지만, 미리 가서 준비하는 버릇이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서두르게 되었다. 아내는 병원에서 온 전화 통화에 여념잉 없었다. 짜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여행 가서는 반드시 서로를 존중하고 아내의 의견을 무조건 수용하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여행은 시작되었다. 공항 인근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봉고차로 우리는 국제선 청사에 들어섰다. 카트에 짐을 싣고 잠시 의자에 앉았다. 나는 바람을 쐰다는 핑계로 담배를 한 대 물었다. 알싸한 담배연기가 눈을 맵게 했다. 갑자기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병원에 계시는 어머님 생각이 났다. 매일 다녀오는 병원이지만, 며칠을 못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다. 세상에 불효자식이 따로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티켓팅을 하고 짐을 싣고 나니 금세 출국 게이트로 들어설 시간이 되었다. 무슨 사람이 그리 많은지. 한국이 참 살기 좋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나는 아직 외국으로 나갈 형편이 되지 않는 녀석이지만, 운 좋게 아내를 만나 외국에도 나갔다. 참 재수 좋은 놈이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페이스북을 만지작거렸다. 지금 한국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얼마간을 정신없이 보낸 여파로 세상 돌아가는 꼴도 모르고 살았던 것이 후회되었다. 뭐, 세상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지만, 썩 좋지도 않아 보였다. 갑갑했다. 내가 굳이 갑갑할 이유가 뭐에 있겠냐마는, 이 나라에 사는 사람이니 이 나라 꼴이 맘에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 순간, 안내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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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정상화란 문구가 너무도 마음에 와 닿았다. 웃음으로. 더군다나 이 말을 누가 했는지 생각해보면 정말 가슴이 저려왔다. 시간은 잘도 흘러 발길은 어느새 면세점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면세점에서 살 것이라곤 담배밖에 없었다.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때도 있었지만, 다들 각자의 삶이 있고 생각이 있으니 말이다. 여하튼 나는 담배를 샀다. 담배 계산대 앞의 줄은 길었다. 이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남자고 여자고 모두가 담배를 몇 보루씩 들고 있었다. 우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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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탑승이 시작되었다. 비행기에 앉으니, 아이들은 기내식에 기대가 크다. 별 것 없는 조그만 밥 두덩이 와 햄을 얇게 쓴 사각 조각 하나, 그리고 호박을 으깬 샐러드? 한 덩이가 고작이지만, 아이들은 그냥 기내식을 좋아했다. 나 역시 맛있게 먹었다. 저녁이 부실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평소에 몇 끼를 굶는 것을 습관처럼 하는 나지만, 비행기의 기내식은 생각 외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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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늘 기분이 좋다. 다른 이유가 있을까? 내 논에 물들어 가는 소리와 내 새끼 밥 먹는 소리가 제일 행복하다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하나도 틀림이 없다. 하지만 나는 어머님이 더 먹어라 하면 화를 내곤 했다. 우습다. 아직까지도 늘 모자란 놈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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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집을 조금 읽어 내려가다 금세 잠에 들었다. 다낭 공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그리 덥지는 않았다. 공항이라 그렇겠지. 우리는 호텔에서 예약한 픽업차량 기사를 찾았다. 그런데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 우선 핸드폰의 유심칩을 교환했다. 5기가에 얼마를 준 듯한데, 아내가 하였기에 난 알 수가 없다. 아니, 들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심칩을 바꾸고 담배를 한 대 피워도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택시를 타고 가자고 제안했다. 아내는 좀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 아내가 유심칩을 산 곳에 물어보자고 했다. 웃었다. 그래도 아내 말을 들었다. 가서 센터 호텔에 전화를 한 통 해달라고 부탁했다. 친절하게 전화를 해 주었다. 잠시만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았다. 고마웠다. 나의 짧은 영어와 그들의 짧은 영어가 만나 우스운 대화 장면이 이어졌다. 그래도 세상의 언어는 통하기 마련이다. 잠시 후, 택시에서 하얀 종이를 든 기사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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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나 보다. 호텔 픽업차량이 아니라, 택시 기사를 보낸 것을 보면, 호텔의 규모를 알 수 있을 듯했다. 하긴 저렴하게 방을 잡아 다섯 명이 한 방에 자려고 하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도 커다란 가방 두 개를 트렁크에 싣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택시에 기사를 포함해서 6명이 타니 꽉 차고도 비좁았다. 물론, 앞자리에 앉은 나는 편안했지만. 이 역시 미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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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흘러가는 다낭의 밤거리를 흐르듯 찍었다.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풀었다. 호텔 직원도 늦게 오는 우리가 반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서로가 서툰 영어로 방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깨끗하고 잘 정리되었다. 기분이 상쾌했다. 공항에서 산 소주를 한두 잔 마셨다. 속이 알싸했다. 그리곤 잠에 들었다. 이제 본격적인 우리 가족과 나의 다낭, 호이안 여행 이야기를 진솔하게 흘려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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