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골프 백배 즐기기

골프 초짜도 즐기는 스크린 골프

by 말글손

#스크린골프 100배 즐기기


한 때는 귀족 스포츠라 불리며 국민들의 부러움과 질타를 한 번에 누리는 골프가 이제는 대중화되었다.

그냥 대중화 정도가 아니라, 누구라도 조금의 관심이 있으면 즐길 수 있는 그런 운동이 되었다. 나도 한 때는 이런저런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이제는 마흔 중반을 넘어서니 운동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져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정도지만, 한 때는 그렇게 찾아다니며 운동을 즐길 때가 있었다.


요즘 하는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과 그나마 하루에 10분 정도 걷는 그런, 가끔 즐기는 설거지 정도이거나,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 운동을 제외하곤 퍽이나 운동과 멀어져 버렸다. 시골에 설을 맞아 방아를 찧으러 갔다가 나락 가마니를 드는 데 힘에 부친다는 생각에 문득 운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할 뿐이다.


이런 나에게도 가끔 찾아오는 친구가 던지는 말이 반가워질 때가 있다.

"한 겜 할까?"

카톡이 울리면 잠시 고민에 빠진다. 아내는 열심히 일하는데 나만 놀러 가는 듯한 기분이 들거나, 두 아들과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면서 친구들과 놀러 가기가 미안해지기도 한다. 어제 날아온 카톡을 보면서 아무런 고민도 없이 내 손은 카톡에 응답을 보이고 있었다.

"콜, 오데서 볼끼고?"

"아무데나. 마산팀이 골라라."

"내는 아는 데가 없으께 알아서들 고르셔. 시간은?"

"니 시간 운제 되노?"

"오전에 봉사 한번 갔다가 오면 한 두시쯤이나 볼까?"


친구들과 만나 돼지국밥 한 그릇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근처 스크린 골프장으로 갔다. 이래 봬도 나의 골프 경력은 고등학교 때 시작되었다. 고 3 때 친구가 아는 형님이 골프연습장에서 일한다고 놀러 가자고 했다.

잠시 들러 아이언을 몇 번 휘두른 게 전부였지만, 벌써 28년이 흘러간 그때는 엄청난 경험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때 형님이 나의 휘두름을 보고는 한 마디 던졌다.

"이야, 진석이는 좀 하겄네. 가끔 놀러 온나."

"제가 좀 놀지예."


그리고 나의 골프채 휘두름은 긴 세월 동안 잠잠했다. 열정과 낭만이라는 청춘의 덫조차 즐기지 못하고 지금 생각하면 엄청나게 후회스러운 청춘을 보내고 말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삼십 대의 어느 날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날이었다. 하필이면 그날이 골프연습장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잡은 것이다. 친구가 골프연습장에서 일을 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곳에서 열심히 드라이버를 휘둘러댔다. 드라이버를 신나게 휘두르다, 아이언도 열심히 휘둘러 댔다. 공은 제법 잘 날아갔다. 그렇게 나의 골프는 다시 긴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몇 해 전,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친구가 골프를 치러 가자고 했다.

"스크린 함 가까?"

"내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가서 휘두르면 된다. 세상 어려운 게 오데있노?"


그랬다. 마흔이 넘어가니 그렇게 무서울 게 없던 나에게도 친구들과 즐기는 스크린 골프조차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말았다.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장에 들러 드라이버를 휘두르고, 아이언도 휘두르며 신나게 놀았다. 스크린의 장점은 엄청났다.

일단, 쪽팔림이 없다. 친구들과 노는 자리이지, 골프를 잘할 필요는 없었다.

또한, 채도 다 빌려주니 몸만 가도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었다.

모르면 하나씩 물어가면서 되는대로 하면 되었다.

골프채를 선택하지 못해도 친구가 골라주는 채를 손에 들고 휘두르면 된다.

수준에 맞추어 조작이 가능하니 잘하지 못해도 잘 된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 좋다.

처음 갔을 당시엔 맥주도 팔고, 치킨도 시켜먹을 수 있었다. 요즘은 시켜먹거나 맥주를 마시지 않으니 모르겠으나, 그때는 그랬다.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만사형통이었다.


나의 골프 경력은 그렇게 골프연습장 2번, 스크린 골프장 15회가 된다. 제법 고수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친구들은 골프를 텔레비전을 보고 배웠다. 혼자서 터득하는 것이다. 가끔 형이나 더 잘 치는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나간다. 나 역시 혼자서 연구를 하거나, 텔레비전에서 보고 배운 친구들이 전해주는 비법을 들으면서 스스로 익혀나간다. 잘하고 못하고 가 문제가 아니다.

자세나 채를 휘두르는 자세도 친구나 형의 조언에 따라 하나씩 배우고 익힌다. 서너 달에 한번 가는 스크린 골프지만 갈 때마다 즐겁고 신난다. 골프에 그리 관심이 많진 않아 스스로 책을 찾거나 프로들의 방송을 보진 않지만, 그때그때 실전에서 친구들의 조언을 받아가며 채를 휘두른다. 언제 가는 필드에 한번 나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말이다.


잘하는 친구들이 나 같은 친구와 함께 해 준다는 그 사실만으로 나는 기분 좋고 즐겁다.

수준이 맞아야 재미가 날 것인데, 친구들은 수준에 맞춰 놀아주니 백배 즐길 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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