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정신없이 사는 것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러나 힘들다
어제 하루 종일 굶다 오늘 아침 0시에 한 끼를 먹었다. 뭐에 그리 바쁘다고 밥도 한 끼 못 먹고살았나?
아침에 복지관에 어르신들 수업 갔다가 교육원에 들러 수강생들 잠시 격려하고, 원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도서관으로 왔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마는 그래도 잠시의 수다는 정신없는 하루에 여유를 준다.
도서관에 와서 초등학생들 독서 활동지를 조금 손 보고, 오후에 있을 경제교육 강의 자료를 일부 수정했다. 시민기자단 활동으로 조금 밀린 기사 하나를 정리하고 경제교육 가는 길에 교육청에 들러 취재를 잠시 하기로 했다. 정훈이에게 도서관을 맡기고, 급하게 길을 나섰다. 형들이 오면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다. 자신들이 놀거리도 잘 찾아가면서. 이런 점에서 도서관은 제법 맛깔난 곳이다.
교육청에 도착했다. 시간이 많이 없었다. 경남의 개교 100년 학교들에 대한 기록사진 전시회가 경남 전역에 순회를 한다고 한다. 꼭 한 번은 보았으면 하는 그런 사진전이다. 멋진 사진보다는 역사에 남는 사진 한 장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대상으로 하는 경제교육이지만, 경제교육이 뭐냐? 사는 맛이나 알게 하고 오자 싶었다. 담당 선생과 조우하고 교감에게 인사를 했다. 사실 학교의 영감들은 별 탐탁지 않다. 이제는 변해야지요. ㅎㅎ 그래도 반갑게 맞아주니 기분은 좋다. 강당으로 이동했다.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강당으로 들어왔다. 여학생과 남학생 반반. 제법 열기가 후끈하다. 인사를 하는 여학생들에겐 구십 도로 인사하고, 남학생들에겐 하이파이브를 날린다. 역시 애들과 노는 것은 재미있다. 십여 년 학원을 하면서 애들과 노는 게 버릇이 되어버렸나 보다. 짧은 50분의 강의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은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뜨거운 열기에 후끈하면서도 잘 놀고 잘 뻐꾸기 날렸다. 아이들의 눈망울에 빛이 난다. 제법 신난다. 이런 일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짧은 만남이 인생의 큰 갈림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단 한 번의 만남도 중요하다. 나오는 길에 한 남학생이 내게 악수를 청한다. 기분 좋았다. 고마웠다.
잘 살아라. 멋지게 살아라. 너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정말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되어 봐라. 사는 것 맛나다. 몇 마디를 던지고 다시 도서관에 와서 날 기다리는 초등학생들과 놀았다. 교육청 기사를 급하게 마무리하고, 중학생들 과외를 떠났다. 먹고사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 학원을 놓은 지 꽤 되었지만, 가끔 수업 요청이 들어오면 부득이하게 하게 된다. 어쩔 수 없다. 먹고살아야 하고. 또 제일 중요한 것은 제대로 알려 주고 싶기 때문이다. 난 공부하는 법을 안다. 잘 하진 못하지만, 웬만한 시험 대비는 잘 안다. 평소에 열심히 책 보고 대화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다. 자연히 공부가 된다. 손에서 눈에서 입에서 마음에서 배움을 놓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항상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 말을 늦게 깨닫는, 대부분 대학생이 되니 알게 되더라, 것이 아쉬울 뿐이다.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와 고등학생들 공부하는 것을 조금 도와주었다. 그 사이에 경남 아동문학회 일이 밀려 급하게 처리를 했다. 도대체 내가 왜 사는 지를 모르겠다.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하기로 한 일이니 잘 해야 한다. 에고. 미치겠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열한 시 사십 분이다. 돼지국밥 집에 들러 맛나게 먹었다. 늦게 마친 아내와 소주 딱 두 잔을 마시고 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샤워를 하고 누우니 금세 꿈나라다. 꿈에서 평소 꾸지 않는 꿈을 꾸었다. 젠장. 아직 덜 피곤한가 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허걱, 시계는 일곱 시 사십 분을 알린다. 아이들을 급하게 학교에 보냈다. 참. 오늘은 애들 운동회다. 얼마 전에 베트남에 놀러 간다고 빤스 하나 사러 갔다가 주인장에게 걸려 꼼짝없이 운동회에 엄마들과 춤을 추게 된 게 화근이다. 오늘은 그동안 갈고닦은 춤 솜씨를 뽐낼 때다. 작은놈은 아버지가 춤춘다고 싫단다. 녀석. 춤을 갈고닦은 것이 겨우 두 번!. 아래서 뭔들 잘 하겠나? 골치 아프다. 운동장에 가니 엄마들은 벌써 연습 중이다. 아내는 병원 기관 평가한다고 열 시 반에 가야 한다고 한다. 혼자서 넘사스럽다.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회를 보니 즐거웠다. 나도 놀고 싶다. 노는 게 진짜 힘인데. 우울하다. 날씨만큼이나. 아이들의 운동회가 무르익을 무렵, 우리의 댄스는 시작되었다. 임창정의 "문을 여시오" 참 지랄 맞다. 여하튼 댄스 타임은 끝이 나게 마련이다. 잘 하든, 못하든. 시간은 흘러간다. 그렇게 나는 다시 운동장을 빠져나와 경남 학생 백일장 심사장을 찾았다. 1000부가 넘는 모르겠다. 정확히. 하얀 종이들이 식당의 밥상 위에 한 가득이다. 아홉 분의 회원들이 함께 했다. 정신없이 지나갔다. 참, 우리 도서관 애들도 많은데, 참. 이럴 때 힘 좀 써야 하는데 그냥 참기로 한다. 왜? 쪽팔리면 안 되니까. 그러니 모든 것은 공정하게 진행된다. 꽤 우수한 작품이 많다. 며칠 동안 사전 작업을 거친 작품들을 가지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심사는 오후 4시가 넘어야 끝이 났다.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심사가 끝나고, 급하게 다시 도서관에 와서 운동회를 마친 초등학생들과 잠시 논다. 오늘은 마산예술제 동시극 준비를 하는 날이다. 동시극 연습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놀거리를 찾아서 놀아라고 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거리를 잘 찾아 논다. 역시. 그러나 부모들은 조금 싫어할 것 같다는 느낌이 팍 밀린다. 우짜것노.
그 사이 아는 각종 행사 정산서류를 만든다. 정산서류가 뒤죽박죽, 내가 제일 못하는 돈놀이를 하고 있느니 미칠 지경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숫자놀이다. 그렇게 하는 둥 마는 둥 아이들을 집에 보내고, 다시 밥벌이하러 영어 수업을 떠난다. 또 가서 신나게 떠들다 온다. 아이들의 실력이 느는 것이 보이다. 기분이 좋다. 그래도 언제 니들이 배움의 자유를 찾을까 걱정이다. 제발 빨리 찾아라. 그래야 사는 맛이 더 날 것이니까.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길, 친구가 소주 한 잔 하자고 한다. 마음은 굴뚝이나, 그러지 못한다. 내일도 아침부터 학부모 강의를 가야 하니까. 정신없이 지나가는 하루도 늘 재미는 있다. 이제 오늘 일기를 쓰고 나니 그나마 집에서 맥주 한 잔 하고 잘 수는 있겠다.
사람은 하나에 집중해야지. 말, 글, 손. 요즘은 공모전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아쉽지만, 조만간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