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쿠 허리야

by 말글손

허리

사회적 구분으로 나눠지는 세대와 계층

중요한 ‘축’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를 바라며

봄날이다. <봄날은 간다>는 애절하거나 흥겨운 노래로, 마음 울리는 영화로 대중의 인기를 사로잡았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날이 다가오면 모든 이들의 마음에 희망이 꽃핀다. 겨우내 추위를 피해 실내로 옮겼던 화분을 다시 골목으로 들어내야 했다. 어디 사람만 봄을 만끽할 수 있겠는가. 움츠린 몸을 펴듯, 햇살을 기다리는 식물에게도 봄은 환영받아 마땅한 계절이다. 해가 잘 들지 않는 주택 거실에서 얼마나 갑갑했을까? 아이들과 함께 화분을 내놓았다. 마지막이 하나가 은근히 무거웠다. 화분을 드는데 허리가 뻐근해져 왔다. 그냥 내려놓으려다 ‘이 정도쯤이야.’ 문제없겠지 싶었다. 작은 욕심에 사달이 났다. 허리에 담이 오고 말았다. ‘이야, 이 정도 무게가 허리에 부담이라니. 허리 근육은 다 어디로 갔나?’ 씁쓸했다. 운동이 부족하다고 자책했다. ‘파스’라도 붙이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자고 일어났는데도 영 불편했다. 약을 사 먹고 나니 머리도 혼미했다.

봄이 되니 마을 일도 지천이다. 겨우내 묵었던 마을 곳곳에 손길이 필요해 보였다. 지난해 마을 일에 욕심을 부렸을까.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온다. 봄이 오니 행사도 자연스레 많아진다. 개인적으로 할 일도 많은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혼꾸멍이 날게 뻔했다. 한해 순차적으로 해나갈 행사 의논도 할 겸 행정복지센터에 들렀다. 회의 후 주민자치회 사무국장과 마을을 돌아보면서 보완해야 할 화단과 화분도 헤아렸다. <청소년과 함께하는 세대공감 가정의 달 행사>와 <골목길; 잇다-Ⅲ> 환경조성을 위해 청소년을 위해 열일하는 ‘청소년쉼터 위카페 다온’에 들러 협업 회의도 잠시 가졌다. 지역의 학교와도 협업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학교로 가려 사무국장의 차를 타려는데 다시 허리가 쑤셨다. 저절로 ‘헉’ 소리가 나왔다. “어이쿠, 인생의 절반이 허리인데 조심하이소.” 사무국장의 한마디에 절로 웃음이 났다. ‘삶의 절반이 허리라……. 그렇구나. 삶의 절반이 허리가 맞긴 하구나. 그렇다면 삶의 시작은 머리일까? 발일까?’

별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들었다. 발끝이든, 머리끝이든 어차피 인생의 절반은 허리가 맞긴 맞은듯하다. 내 삶의 절반이 허리라면, 나 자신은 어디쯤 있을까 생각했다. 가정의 허리? 부모님이 계시고 아들도 있으니 ‘허리’구나 싶다. 사회의 허리? 사회생활에서도 거의 중간쯤 있으니 사회의 ‘허리’구나 싶다. 하지만 어느 계층에도 끼지 못하는 듯하다. 영유아-아동-청소년-청년-?-신중년-중년-노년. 청장년으로, 중장년(요즘은 신중년으로 새로운 개념이 생겨났다)으로 불리는 어중간한 세대. 누군가는 꼰대라 부르고, 누군가는 “한창인데 뭘 그러냐?” 한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끼지 못하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물음표에 있는 그들은 누구일까? 하지만 아무 걱정 없다. 영유아기를 지냈고, 청소년기를 넘어왔으며, 청년기를 이겨냈고, 이제 곧 신중년기를 맞을 터이니 말이다. 그리고 중년기와 노년기도 자연스레 찾아올 것이니 말이다. 농업사회를 경험했고, 산업화사회를 겪으며, 누구보다 정보사회에 빨리 적응했고, 최첨단 IT시대와 AI시대를 잘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인생의 절반이 허리라면, 사회의 절반도 허리다. 이제 ‘허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며칠 지나니 허리가 많이 괜찮아졌다. 건강한 사회는 허리에 관심을 가지고 허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여전히 꼰대의 경계선에서 춤을 추는 그들의 이야기에.

(골목길; 잇다Ⅰ,Ⅱ,Ⅲ는 안전하고 건강한 골목길 조성을 위한 자치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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