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감투 따위는 벗어두고 나의 삶을 살아가고 싶었다. 그깟 감투는 사는데 재미보다는 어깨를 짓누르고 발목을 잡는 짐이자 족쇄라 여겼다. 우연히 이래저래 몇몇 곳에 지원해서 활동한 지 십 여년.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경험이 쌓여 채미도 나고 세상보는 안목도 조금은 넓어지고 깊어진다 싶었다. 그런데 차츰 이런저런 단체에서 요청이 늘었다. 뭐 괜찮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책임질 수 있는 한도에서 하면 된다 싶었다. 뭐 거절하지 못하는 썩어빠진 성격 덕분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올해도 감투 아닌 감투를 겹치고 포개서 쓰고 말았다. 감투랑 완장이랑 나누는 것도 괜찮을 듯. 푸하하하. 지금도 유혹의 전화벨이 울려대니 참 행복하다 해야하나? 부끄럽다 해야하나.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와하는 거 한번 죽어 볼까? 입시생의 아버지자 두 노모의 아들 사위자 자영업을 하면서 강사로 살면서 이 따위 일 정도야 할 수 있지 않을까. 미치면 되겠지. 불광불급이라 하지 않나. 다시 여행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