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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ul 14. 2023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한 책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은 우연한 기회에 배지영 작가의 「소년의 레시피」를 읽고 '배지영'이란 작가에게 홀딱 빠진 내가 배지영 작가의 책들을 섭렵하던 중 가장 최근에 완독한 책이다.


올 상반기 나의 원픽. 배지영 작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든 책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핫한 에세이 작가로 떠오른 배지영은 '브런치북 대상'을 받고 첫 책 「우리, 독립청춘」을 펴낸 뒤로 「소년의 레시피」 「서울을 떠나는 삶을 권하다」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 「 환상의 동네서점 」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 동화 「내 꿈은 조퇴』를 출간한 작가이다.


배지영 작가. 비즈트리뷴 제공.2017


작가는 20여 년간  재택근무로 했던 글쓰기 수업을 정리하고 30년간 다녔던 단골 동네 서점의 상주작가가 되었다. 안 가본 길로 나아가겠다고 시작한 일인데, 그곳에 근무한 지 열흘도 안 되어 1회짜리 글쓰기 수업을 하게 됐고, 이걸 계기로 어른들을 위한 무료 글쓰기 수업을 열었다. '이 작은 지방도시에서 얼마나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했는데 의외로 '내 글을 쓰고 싶다'는 사람들이 꾸준히 모여들었다. 그들이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펴내도록 돕다 보니, 1기에서 열다섯 명이 독립출판을 했고, 2기에서는 열일곱 명의 출간작가가 탄생했다. (출판기념회날엔 KBS '시사기획 창' 팀도 와서 이 특별한 경사를 취재해갔다)


배지영 작가는 글쓰기 수업을 통해 쓰고 싶은 사람의 욕망을 건드리고, 꾸준히 끝까지 쓰도록 격려하고, 쓴 글이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도록 이끌어왔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은 그 과정과 더불어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미래의 쓰는 사람’들에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쓰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담았으며, 그중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법만 고르고 골라 수록했다. 글을 쓰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쓰는 사람 꿈나무’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글로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의 욕망에 불을 지피는 글쓰기 에세이이자 실현 가능한 조언을 주는 자기계발서이다.


배지영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체 덕분에 술술 잘 읽히고, 쓰는 사람으로서 꼭 기억해야 할 내용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 내용 가운데 기억해두고 싶어 필사한 내용들을 정리올린다.



* 글쓰기는 말이나 글로 배우는 게 아니다. 자전거 타기나 아이돌 댄스처럼 몸으로 익혀야 한다. 수련하듯 일정한 주기로 글쓰기 숙제를 해야 한다.


* 나를 드러내는 것은 에세이의 기본입니다. A4 용지 절반 이상의 분량으로 자유롭게 쓰세요. 좋은 에세이를 읽으면 글 쓴 사람이 궁금해져요. [망작들 - 당신의 작품을 출간할 수 없는 이유]라는 책은 편집자가 원고 투고한 사람에게 반려 메일을 보내는 내용이에요. 세계 문학사의 위대한 작가들도 거절을 당했거든요. 편집자는 [성경] 원고를 쓴 하느님한테도 충고합니다. '자세하게 쓰고, 곁가지 이야기도 좀 하고, 당신 자신을 드러내세요'


* 살아온 세월만큼 이야기는 어딘가에 쟁여져 있기 마련이다.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에는 '당시에는 지긋지긋했지만 이제 그 기억은 내 마음이 뜯어 먹기 좋아하는 좋은 풀밭이 되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누구나 '자기 마음이 뜯어 먹기 좋아하는 풀밭'을 몇 개쯤 갖고 있다. 나한테 그 풀밭은 무엇인지 떠올려 보자.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가치관과 태도, 말과 행동은 과거의 공간과 사람들에게서 왔다. 지금 이 순간도 지나간 것들에 신세를 지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글을 쓰면서 필연적으로 어제로, 더 먼 옛날로 시간을 거슬러 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이야기는 부모님과 형제자매, 학교와 친구들, 나고 자란 고향과 닿아 있다.


* 한때 나는 글감을 늘 밥벌이 바깥에서만 찾으려고 했다. 먼 곳에 도착해서 보고 들은 것도, 잠깐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 이야기도 공들여 썼다.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춧돌 같은 글쓰기 수업 이야기는 오려내려고 했다. 내가 하는 일이 나를 먹이고 보살펴주고 활력을 주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인정받게 해줬다는 것에 뒤늦게 고마워했다.


일하는 이야기를 삭제하면 자신을 설명할 3분의 1의 시간이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터에서 겪은 이야기를 쓰라고 권했다. 치통, 생리통을 가라앉히는 해열진통제처럼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나는 띄엄띄엄 「저 청소 일 하는데요?』,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경찰관속으로」 등을 추천했다.


사람들은 아니꼽고 너무 하기 싫었던 밥벌이를 기록하다가 인식조차 못하고 지나간 순간의 웃음, 보람, 성취감이 슬로모션 화면처럼 느리게 재생되는 걸 경험했다. 잠깐만 하다가 그만두려던 직장에서 20년 넘게 일하는 건 월급과 연금 때문만은 아니었다. 일의 가치를 알았고, 사명감을 느꼈고, 존경할 만한 선후배를 만났고, 사람 대하는 태도를 길렀다. 우리는 일에 대한 글을 읽으며 당사자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을 알아간다.


* 하찮아서 지나친 것, 장막 뒤에 가려진 것을 볼 수 있는 시각이 글쓰기의 기본값이다. 누군가를 대신해서 말해주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고 쩨쩨하게 굴었던 마음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 쓰는 재미에 빠진 사람이, 더 좋은 세상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사람이 쓴다.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 속에서도 보고 듣고 생각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쓴다.


* 일기와 에세이를 가르는 기준은 글을 읽는 사람들의 '공감'이다. 글쓴이가 감탄하거나 기뻐하거나 울컥한 지점에서 독자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면 에세이다.


사실 내가 '오마이뉴스'에 쓴 여행기나 일상 이야기에도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댓글이 달리곤 했다. 처음 그 댓글을 읽었을 때는 수치스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글도 쓰고 싶고 독자들에게 인정도 받고 싶었다. 상처는 받고 싶지 않았다. 부끄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생을 오직 한 사람의 독자로 생각하고 썼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는 말을 책상 앞에 붙여놓았다. 내가 사는 도시와 사람들, 나와 우리 식구들에 대해 써나갔다. 여름에 방송사에서 납량특집으로 편성하는 무서운 영화처럼,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오싹한 댓글이 간간이 달렸다.


나는 일기와 에세이 사이에 견고한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 번 쓰고 그대로 덮어버리면 일기, 독자를 생각하며 몇 번씩 읽어보고 고치면 에세이. 서로 넘나들 수 있다고 여겨서 글쓰기 플랫폼에 ‘일기와 에세이 사이'라는 매거진을 만들어서 글을 쓴다. 어떤 이가 보고 듣고 느낀 글을 읽고 난 뒤에 나를 이루는 삶의 한 조각이 튀어나와 마음이 일렁인다면, 슬프거나 억울한 이야기에 감읍할 수 있다면 에세이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일기와 에세이 사이에서 고민했다. 노트북을 켜기 전부터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독자를 의식해서 글을 쓰면 에세이라고 자신했다가도, 너무 사소한 이야기 같아 망설였다. 글쓰기 플랫폼이나 SNS에 공개하지 않고 혼자만 읽으려고 한글 파일 속 '일기장'에 묻어둔다고도 했다.


'쓰는 사람이 된 나'를 어디까지 드러내는 게 좋을까? 함께 고민하고, 서로를 단련시키고 북돋아주면서 쓴 글은 더 이상 일기가 아니다. 서로의 삶과 글쓰기에 울림을 주는 에세이다.



* 다 읽으셨나요?

 그럼 초록풍경으로 안구정화하세요~

 금강변 행복한 길에서 만난 초록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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