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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ul 15. 2023

작가 지망생의 열렬한 출간 도전 이야기

작가님? 작가님!


바야흐로 출판의 시대이다.
너도 나도 내 책을 내고 싶어 한다. 서점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출간되는 책의 수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건 종이책의 집계만 따졌을 때이고, 전자책시장까지 따지면 어마어마하다. 이런 시대에 망하는 사업인 출판사의 문을 꾸준히 두드려 결국 출간에 성공하기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이 자세히 소개된 책이 나왔다. 작가 지망생의 열렬한 출간 도전 이야기, <작가님? 작가님!>


작가 이경은 어릴 때 음악을 하고 싶어 한때는 뮤지션을 꿈꿨지만 어른이 돼서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흑인음악웹진 <리드머> 필진으로 활동을 했다. 2017년 가을 문현기 교수가 음악 에세이로 책 한 번 써보라는 권유에 원고를 쓴 뒤 1년간 200개 출판사에 투고하였다. 그러나 몇 번의 계약 제안과 반려의 반복을 경험한다. 비록 그 원고는 책이 되지 못했으나, 작가 지망생의 애절하고 열렬한 작가 도전 이야기는 소설이 되어 이경 작가의 첫 책이 되었다.

요즘 한창 빠져들어 읽고 있는 배지영 작가를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책 속에서는 '배은영'작가로 나오면서 멘토 역할을 하는데, 배은영 작가가 투고해 냈다는 책 '소년의 레시피'에 관한 내용이 나오길래, 무슨 책인지 궁금해서 찾아 읽었다. 그리고 나 역시 배지영 작가에게 포옥 빠져버렸다.(15쪽 '2월 20일'에 쓴 글)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기록지를 교환하며 친구가 된 이래 28년간 우정을 유지해 온 소설가 김중혁과 김연수가 대꾸에세이로 쓴 책 <대책없이 해피엔딩>(두 사람이 영화주간지 「씨네21」에 '나의 친구 그의 영화'라는 제목으로 번갈아 쓴 칼럼을 묶은 책)이란 책을 예로 들면서, 자신도 배지영 작가와 대꾸에세이를 쓰고 싶다고 하니, 배지영 작가는 그러려면 둘 중 한 사람은 네임드가 되어야 한다고 했단다. 이경은 아무래도 책이 두 권이나 세종도서에 선정되신 배지영 작가가 좀더 노력해서 네임드되는 게 더 빠르지 않겠냐고 하는데 그 부분을 보며 슬몃 웃음이 났다. 어쨌든 2023년 7월 현재, 배지영 작가도 <작가님? 작가님!>으로 첫 책을 낸 이경 작가도 책 좀 읽고, 글 좀 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네임드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두 분 모두 축하 축하합니다.^^


글쓰기 플랫폼에 올린 이경 작가의 글을 배지영 작가가 구독하면서 연을 맺은 두 작가는 랜선을 통해 글을 주고받으며 책 출판의 멘토-멘티가 된다. 출판사에 200번이나 투고하고, 그 가운데 87번째 투고로 계약직전까지 갔다가 엎어지고, 다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계약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또 무산되는 등 투고하는 과정에서 '나의 글'을 하나의 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경 작가가 느끼는 세세한 감정들이 섬세하게 담겨있다. 이것이 출간작가가 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겪게 되는 과정이겠구나 싶고.

두 번째로 계약하자고 연락 온 출판사와 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 "제가 쓴 글 같지 않은 글로 책이 나와봤자 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작업이 될 거 같아서요."란 부분이 오래 머리에 남았다. 출판사에서 편집되어 온 글에는 작가가 중요하다고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장이 삭제되기도 했고, 불필요해 보이는 문장이 추가되기도 했다. 삭제되면서 글의 의도랑 구조가 바뀌었고, 추가되면서 글의 감정선이 흔들린 것을 보고, 이렇게 바꾼 것은 이상하다고 했으나 출판사에서 수긍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하고 싶던 책 출간이지만 계약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소신과 용기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 과정에서 교정, 교열은 당연히 인정하지만 윤문, 윤색의 범주로 들어가면 작가와의 협의가 필요하고, 협의가 안 되서 내 글이 이상해진다면 미련없이 툭 털고 끊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투고 과정에는 출간작가가 되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알찬 정보가 제공된다. 출간기획서가 똬악 제시된 건 아니지만 어떻게 원고를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출판사에 투고해야 하는지, 책 출판 관련해서 읽어보면 좋은 책들이 뭐가 있는지 자연스럽게 나온다. (망작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 /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편집자를 위한 출판수업) 심지어 '신춘문예'라는 어플은 2010년부터 작년까지 수상작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금쪽같은 정보도!!!

출판사 관련 뉴스를 보면서 투고했던 음악 에세이 시장이 안 그래도 좁은데 더 좁아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면서, 이미 길을 잃었는데 뒤에서 누가 벽담을 쌓는 기분이 든다고. 그럼에도 '당신이 길을 잃은 것은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는 프랑스 속담을 위안삼아야 하는 것인지 답답해 할 때, <소년의 레시피>에 나왔던 배지영 작가의 글이 등장한다.


"근사한 풍경은 당신이 길 잃고 헤매기를 기다린다."

소년의 레시피 읽었을 때도 마음에 남았던 내용인데, 이 경 작가의 책에서 보니 기억해야겠구나 싶은 구절이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헤밍웨이가 했다는 말도 기억상자에 담았다.

"내용만 진실하다면, 문장이 간결하고 꾸밈없다면, 역경속에서도 용기와 품위를 잃지 않는다면 소설의 소재로 영 아닌 소재는 없소."

진실하다면 소재는 상관이 없다는 것. 진실이 글의 핵심이란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난 이 책을 통해 배지영 작가뿐만 아니라, 김훈(현의 노래, 칼의 노래) 유시민(표현의 기술) 김승옥(무진기행, 차나 한 잔) 작가의 책들도 새롭게 환기하고, 김민정(각설하고) 김경희(찌질한 김경희) 이석원(보통의 존재) 김중혁처럼 그간 몰랐던 새로운 작가도 알게 되고, '짬짬이 육아'를 쓴 최은경 작가가 배지영 작가의 후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외에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읽어봐야지~ 했던 책과 음악들 목록도 정리해본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 작가 형사 부스지마 / 한줌의 모래(이시카와 다쿠보쿠) /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김금희) / 신해철(사은품으로 오르골을 줬다고?) / 페터 한트케의 '어느 작가의 오후',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은 글이 어렵다는 것  / 섬에 있는 서점 /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후속작 : 일곱 번째 파도) / 작가지망(박태순)

보옴이 오면(푸른새벽), 고독의 의미(이적), 너를 향한 마음(이승환), 전화 카드 한장(꽃다지), 뮤지션 카를라 부르니(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인)의 노래 <Le Plus Beau Du Quartier>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나왔다는 것.  그 외에도 영화 '접속에 나온 노래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 에 관한 노래 이야기도 좋았다. "향하면 빗나간다" 같은 처음 들어보는 명언도 추가.


책 끝자락의 '작가의 말'에서 이경 작가는 마지막으로 배지영 작가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며, <작가님? 작가님!>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존재하는 인물 배지영 작가님에 대한 고마움을 피력한다. 배작가를 알지 못했더라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사실 배지영 작가가 이경 작가에게 글쓰기 기술이나 출간 노하우를 알려주신 건 아니라고 한다. 다만 꾸준히 이경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출판사에 글을 보내고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는 이경에게, 때로는 계약 직전에 무산된 이경에게 배지영 작가는 말했다.

"울어.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돼"

세상에 널린 그 어떤 위로보다 이경 작가에게 힘이 되는 얘기였다고 한다. 배지영 작가 덕분에 그는 내면에 감춰두었던 감정을 밖으로 표현할 수 있었고, 많이 울고, 다시 힘을 내서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배지영 작가님 덕분에 군산이 빛나는 도시의 이미지로 남아있다고. 군산 한길문고로 꼭 찾아뵙겠다고.

궁금한 건 이경 작가가 100번도 넘게 읽었다는, 배지영 작가의 출간후기 [1%의 가능성, 원고 투고로 출간하기]를 찾지 못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책이 나왔습니다>의 첫글이라는데... 오마이뉴스를 뒤져봐야하나?


배지영 작가는 그 출간후기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투고하고 출간으로 이어질 확률은 1%도 안 된다고. 이경 작가는 200군데 글을 보내고, 두 군데서 계약하자고 했으니 1% 확률이 맞나보다. 그만큼 수없이 많이 투고해야 한 번의 기회가 어렵사리 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열심히 투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고과정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쓴 글이 책으로 나올 당시에도 처음 투고한 음악 에세이 원고는 책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2019년 첫 책을 출간한 이후 매년 한 권씩 책을 냈고,(『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난생처음 내 책』, 『작가의 목소리』) 결국엔 23년 2월 아멜리에북스에서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는 책으로 나왔다. 이만하면 성공가도를 달리는 작가 반열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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