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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01. 2020

꼬막? 말을 말어!  

니들이 꼬막을 알랑가 몰러~

며칠 전 참꼬막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주신

페친 호진석님의 글을 어머님께 말씀해드리며


"어머님은 꼬막 이야기 없으셔요?"

 했더니 바로 나오신다.


"꼬막? 내가 꼬막 하면 또 할 말이 많은 사람 아니냐."


"무슨 일이 있으셨는데요?"


"광주 큰외삼촌이 나보다 한 해 먼저 결혼을 하셨는디, 그때 결혼식 잔치에 쓰일 꼬막을 집앞 개울가에 가서 나 혼자 다 씻었단다. 적기나 해? 80kg 가마니로 하나 가득 벌교 꼬막을 사다가 했응께 양은 또 오지게  많았제. 내가 날짜도 안 잊어묵는다, 섣달 스무하루. 그 날이 결혼식이었응께 그 전날 했겄지? 동지섣달 그 추운 날에 맨손으로 개울물에다 꼬막을 뽀독뽀독 씻을랑께 두 손이 뻘겋게 얼어가꼬 아주 죽을 맛이었지야. 내가 누누히 말하지만 고무장갑 발명한 사람은 노벨상 줘야 한당께. 그때 고무장갑만 있었어도 고생을 덜 했지."


"세상에 고무장갑도 없이 그걸 다 씻으신 거에요? 진짜 고생하셨네요. 개울물은 안 얼었어요? 저 어렸을 때 겨울에 엄마가 방죽이나 개울가에 빨래하러 가시면 방망이로 얼음 막 깨부셔서 하셨는데."


"제법 씨게 흘러가는 물이라 그랬는지 안 얼었더라. 우리집 앞 개울이 좀 짚어서 물이 계속 흘러간께. 그래도 한 겨울에 맨손으로 할라니 손이 깡깡 얼지야. 거기다가 꼬막 씻을 때 골골이 들어간 뻘까지 파내느라 손톱이랑 손끝이 나달나달해졌당께. 으이그~ 그 생각만 하믄 지금도 손끝이 아프다."


두 손을 들어보이시면서 나달나달해졌던 손톱과 손끝의 모습이 이랬노라고 재현하신다.


"그 고생을 하셨으면 꼬막 싫어하실 것 같은데, 어머님 ... 꼬막 좋아하시지 않아요?"


"그래도 꼬막이 맛있는 걸 어짜냐. 꼬막이 맛이야 있거든~ 씻어서 까먹는 게 일이지. 요샌 맛난 꼬막 구하기도 어렵고."


그렇다, 동네 금요장터에도 어물전이 있어서 꼬막을 가지고 와서 팔고 마트에도 종종 참꼬막을 팔아서 사다 먹는데 내 기억에도 어렸을 때 먹던 그 맛이 아닌 듯 하다. 산천은 유구한데 뻘은 변했나? 바다의 정화조 역할을 하는 뻘이 우리가 내보낸 생활폐수와 공장폐수들 정화하느라 맛이 가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꼬막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정도로 꼬막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꼬막 이야길 하니, 참꼬막보다 새꼬막을 추천하신다. 참꼬막이 새꼬막보다 두 배쯤 비싸지만 껍질이 엄청 두껍고 알은 조그만한 데 비해, 새꼬막은 가격도 싸고 알도 실하게 들었단다. 그래서 실속으로 따지면 네다섯 배쯤 참꼬막이 비싼데 그 가격차이만큼 더 맛있지도 않다고. 참꼬막은 살짝 비릿한 피 맛, 새꼬막은 담백하고 고소한 맛. 그런 이유로 자신은 새꼬막을 더 좋아하는데, 요즘 새꼬막 구하기가 힘들다고.


이래저래 맛있는 꼬막을 구하기 어려운 시절이긴 하나 이번 금요장엔  꼬막을 한 꾸러미 사다가 잘 삶아서 먹어보리라. 새꼬막을 구할 수 있음 더 좋고, 안 되믄 참꼬막이라도 구해 봐야지^^


* 사새목 꼬막조개과에 속하는 이매패류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의 세 종류로 나뉜다. 이 중 예로부터 임금이 먹는 수라상에 진상되거나, 조상의 제사상에 올리던 것이 참꼬막으로, 전라도 벌교지방의 특산물이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부터 이듬해 봄 알을 품기 시작하기 전까지가 가장 맛이 오르는 시기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펌)


* 참꼬막은 제사상에 오르는 꼬막이라 제사꼬막, 새꼬막은 제사상에 못 오른다고 똥꼬막, 피조개라고도 불리는 피꼬막은 꼬막 중에서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피꼬막은 살짝 비릿하지만 감칠맛이 돌며, 유일하게 자연산보다 양식이 더 맛있는 종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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