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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교동 Dec 05. 2021

(1) 당근 인턴기: MVP 이전에 MVT

MVT는 또 뭘까...... 모르는 영어 약자만 늘어간다

이번 '당근마켓 MVP 인턴십'은 디자이너, 프론트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3인이 한 팀으로 묶여 하나의 미니 서비스를 만드는 인턴십 프로그램이었다. 당근마켓에서는 실험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많았으나,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만큼 몇몇 아이디어는 보류했던 상태였다. 각자의 MVP 인턴 팀은 '자사가 꼭 실험해보고 싶던 6개의 기획' 중 하나를 선택하고, 이를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팀이 선택한 프로덕트는 무엇인가. 바로 동네 사장님을 위한 '동네 주민 대상 설문 조사'!

동네 소상공인을 도와주는 서비스, 비즈프로필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회사 서비스를 홍보하는 이 시대 참된 인턴!

당근마켓은 올해 2월, 비즈프로필이라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비즈프로필은 소상공인이 인근 거주 이웃들에게 가게를 알리고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규모가 큰 매장의 사장님뿐만 아니라 동네 카페, 네일숍, 용달 등 작은 가게 사장님들이 당근마켓을 통해 지역 주민과 단골을 맺으며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 10월 기준, 7개월 만에 30만 명의 사장님께서는 당근마켓 비즈프로필을 등록하여 동네 이웃들과 소통 중이다.


소상공인으로서 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분명 실제 고객/이웃의 의견이 궁금할 경우가 생길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신메뉴를 도입하면 고객님이 좋아할까?'같은 궁금증. 또는 '우리 동네 주민들은 어떠한 성향/나이/직업을 가진 사람일까?'같이 상권에 대해 궁금증이 일을 것이다. 현재 당근마켓에서는 사장님이 단방향으로 고객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설문조사를 통해 동네 이웃과 사장님이 의견을 나눌 수 있다면 분명 사장님은 매장에 대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얻고, 이웃들에게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하고, 우리 팀의 서비스 개발 스케줄에 대해 설명하겠다. 다른 팀에 비해 우리는 유저 반응을 빠르게 얻을 수 있었는데, 이는 우리가 MVP가 아닌 MVT로 차례차례 기능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MVT: 최소 기능 검증

MVP는 다들 들어본 적 있지만, MVT는 들어본 적 없지? 사실 나도 우리 팀이 진행한 스케줄 방식이 MVT라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MVT(Minimum Viable Testing)는 최소 기능 검증이라는 뜻으로, 하나의 프로덕트로 개발하기 이전, 이 기능이 정말 Product-Market-Fit에 적합한지 검증하는 실험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일단 배워보고 아는 척해보자


자, 모르는 외래어들이 몰아치고 있다. (머리 아파요..)


프로덕트 마켓 핏이란 말 그대로 '제품'이 '시장'에 '적합'한가라는 뜻이다. 사업의 가장 중요한 가설은 무엇인가? '이 시장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가'일 것이. 그러나 단순히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할 수 있다고 사업이 돌아갈까? 프로덕트 마켓 핏에 도달했다는 진정한 의미는 가능성 있는 시장에 타겟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고, 수익모델과 유통채널까지 찾았다는 뜻이다.

프로덕트 마켓 핏

MVP 바로 이 프로덕트 마켓 핏을 찾기 위한 프로세스다. 그리고 MVT MVP의 기능을 쪼개어 더 작은 가설들을 실험/검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MVP는 '이 프로덕트가 정말 시장에서 고객에게 먹힐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하나의 실험이라면, MVT는 '이 기능이 정말 시장에서 고객에게 필요한 기능일까?'에 대한 테스트라는 거지.


우리 서비스는 이렇게 가설을 쪼개고 쪼개어 모든 인턴 팀 중 가장 애자일한 방식으로 진행했었는데, 이는 '설문 서비스'가 가진 특수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설문 서비스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딱 세 가지 기능으로 설명할 수 있다.


STEP 1. '사장님께서 설문을 만든다'
STEP 2. '일반 유저는 설문지에 답변한다'

STEP 3. '사장님께서는 일반 유저가 작성한 답변을 본다'


이 세 가지 기능의 가설을 세우자면 이렇다:

STEP 1.'사장님께서는 정말 당근마켓 유저 대상 설문을 만들려는 needs가 있을까?'
STEP 2. '일반 유저는 보상 없이/보상이 있을 시 설문에 답하려는 willingness가 있을까?'

STEP 3. '사장님께서는 통계 UI 화면을 잘 보실까?'


우리 팀은 이 세가지 가설을 한 번에 (한 프로덕트로 묶어서) 검증하지 않고, 단계별로 실험하며 니즈를 파악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팀의 디자인/개발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었고, 실제 프로덕트를 만들기 이전 충분히 시간을 벌며 얼마든지 피봇 할 여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서비스에 MVT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까? 우리 프로젝트가 이 방식이 적합했던 이유는 일반 유저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른 인턴 팀 서비스와 달리, 우리 서비스는 기능이 정말 명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MVT 방식으로 실험하는 것이 가능했고, 유저 반응을 빠르게, 그리고 많이 얻을 수 있었다.(애초에 MVP를 만드는 것 자체가 실험의 일환이다)


그래서 우리 서비스, '설문 서비스'는 성공했는가?

결론을 말하자면, 앞서 세운 세 가지 가설에 우리 팀은 모두 'YES'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네 주민 대상 설문조사' 프로젝트가 프로덕트로서 성공했는가?'라는 질문에는 'NO'. 우리 서비스는 유저 수가 많았고, 니즈도 명확했으나 프로덕트 마켓 핏을 찾지 못했다. 성공적인 사업/프로덕트의 전제는 유저의 수가 아니라 '자생할 수 있는가'이다. 프로덕트 자체는 휴먼 파워로 굴러간 것이 많았고, 이를 자동화할 수 있는 시스템인 '수익모델'과 '유통 채널'은 고민했으나 찾지 못했다. 우리 팀은 권한/시간/능력의 한계로 이를 찾지 못하고 인턴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부정적이라 미안합니다

... 뭔가 부정적으로 끝낸 것 같은데 내가 그냥 평가에 냉정하다고 합시다. 사실 우리는 서비스의 니즈와 유저를 명확하게 파악했고, 프로덕트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3개월의 인턴생활 동안 충분히 자사에 유의미한 결괏값을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 '설문조사 기능'이 우리 동네 사장님들을 위한 더 좋은 서비스로 발전하는 것은 당근마켓에 있는 슈퍼 PM/디자이너/개발자 분들이 해주실 것이다.


이번 MVP 인턴십을 거치며 개인적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나의 관점인 것 같다. 사실 내부적으로 이번 기획을 정할 때에도 가능성보다는 다른 기획안에 대해 안 되는 이유를 앞세우며 '설문조사' 프로덕트를 밀어붙였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다른 인턴 팀들의 서비스를 보면서, 냉정한 평가도 필요하나 사업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낙관적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다른 인턴 팀, '랜선동네모임'에서 유저들이 즐겁게 소통하는 것을 보며, 자고로 사업이란 '가능성을 보고 파고드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랜동모는 우리 동네 주민끼리 음성/영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서초구/관악구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네 친구를 만들 수 있는 멋진 서비스니까 꼭 사용해보세요! 홍보하기)


실험은 성공과 실패, 이분법적 사고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임을 깨달았다. 굳이 따지자면, 좋은 실험은 '가치 있는 인사이트'를 얻었느냐겠지. 그런 관점에서 이번 모든 MVP 인턴 팀은 정말 멋진 실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참고한 문서: https://dewberry9.github.io/why-mvp-as-a-product-fails-try-mvt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28263351&memberNo=6457418&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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