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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교동 Jul 06. 2021

4월:프로덕트에 대한 책임감

책임지는 건 나이 먹어도 어렵다...


주로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며 배운 점을 기술하며, 회사 내부의 사업, 기획, 프로덕트 기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언급하더라도 출시된 기능 위주)


4월을 기점으로 프로덕트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졌다. 이때 일어난 일들은 내가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임감, 책임감. 초등학교부터 나이 먹어서까지 듣는 이 단어, 다들 사전에서 단어 찾아본 적은 없지? 네이버 사전에 정확한 의미를 검색해보자.


...라고 한다.


프로덕트에 대한 책임감’을 말하기 앞서 나의 학부생 시절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전 편에도 그렇고 애송이 티 내듯이 학부시절을 자주 이야기하게 되는데, 그건 내가 졸업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25년 짧은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초반에는 책임감이라는 것이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 성인이 된 첫 해, 이제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또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 다르게 학부는 상당히 단합력이 없었고, 인생 처음으로 도와주는 사람 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다. (물론 조금 지나서 동기들이 많이 도와줬다.^^) 수업도 갠플 위주의 수업만 신청했다. 내가 수업을 안 듣던, 과제를 거지발싸개처럼 해서 내던 결과물에 대해서 전적으로 내가 나만 책임지면 끝나는 수업들.


그러나 일러스트레이션 학도였던 나는 3학년 때 현실 인식을 하고 만 것이다. 취업하자! 돈 벌어야지!


취업하자..

그때부터 취업하기 위해서 UX/UI수업들을 듣기 시작했다. 연달아 관련 수업을 듣게 되며 약 2년 동안 팀플의 노예가 돼버렸다. UX/UI 수업은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서비스 결과물까지 제작해야 했다. 짧은 시간 동안 결과물을 완성도 있게 만드려면 그만큼 모두가 프로젝트에 몰두해야 한다. 단순한 팀플, 팀원을 넘어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배를 탄 동료라는 의식이 강했다.


혹자는 뭐 대학교 팀플 갖고 난리 블루스냐 하겠지만, 진짜 경쟁이 피 튀겼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만큼 ‘이깟 팀플’은 꽤 무거운 책임감을 요했다.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담스럽고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모든 팀원은 각자 맡은 임무가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임해야 했다. 내가 한번 빠지면, 결과물에도 다른 팀원에게도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이런 대학생활을 거치며 나는 생전 없던 ‘책임감’이라는 것으로 무장했(라고 생각했) 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프로덕트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는데?

다시 돌아와서, 회사 이야기를 해보자. 당연히 나는 회사의 프로덕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실무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맡는다는 것=인터페이스 관련해서 발생하는 이슈는 전부 내 책임이라는 말이니까.


4월 초에는 본격적으로 세일즈팀이 매장에 방문하는 시기였다. 매장에는 B2B 프로그램을 설치되었고, 사장님은 프로그램 사용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되셨다. 이 말은 세일즈팀 덕분에 사용자 수가 늘었고, 그만큼 VOC를 들을 수 있다는 뜻! 그렇게 1주 동안 매장에 프로덕트가 전파되고 주말이 되었다.


예고한 대로 전 편에서 언급한 실수가 눈덩이처럼 커져 내 얼굴에 직격 했다. 문제는 나만 맞은 게 아니라 같이 B2B 서비스를 만들던 프론트엔드 개발자 분과 해당 서비스를 전파하던 세일즈 분도 맞았다는 거지.

좋은 일이 아니라 재앙이었습니다.

일요일 낮 즈음에 ‘자다가 UI가 불편하다는 전화만 5 콜을 받았다’라는 글이 슬랙에 올라왔다. 수시로 고객들의 항의를 듣는 것도 영업팀 업무에 포함되어 있지만, 나는 죄송함과 동시에 당혹스러움에 휩싸였다. 내 디자인 실력이 부족하면 다른 구성원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것을 그때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그동안 나는 ‘ 피드백이 들어오면 더 잘 고쳐야지’라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었는데, 이것만으로는 안일했다. 내가 다시 고치면 → 개발자분도 다시 고치고 → 영업분들도 사장님께 다시 설명드려야 했다. 나는 이 연쇄작용의 첫 번째 타자로서 책임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크게.


그날, 일요일 밤에 너무 불안해서 잠을 아예 못 잤다. 내일 얼른 회사 가서 고쳐야겠다, 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아침에 해가 뜨자마자 가서 이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앞으로의 계획을 개인 노션에다 적었다.

         


멘붕의 흔적. jpg

이후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줄 수는 없지만 그 책임감이라는 원동력, 구성원들에게 느끼는 엄청난 죄송함과 압박감으로 밤을 새우면서 1주일 동안 인터페이스를 갈아엎었다. 사실 나보다 프론트엔드 분이 훨씬 고생하셨다. 세일즈팀도 말할 것도 없고. (이 자리를 빌려 사죄합니다…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후 긍정적 VOC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이렇게 좋은 거 왜 안 쓰냐'라는 사장님 말씀이었는데, 퇴근하고 집에서 그 글을 읽고 울컥했다. 멘이 세게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 시기를 넘어오니 이런 칭찬도 듣는구나 하고…. 이때 프로덕트에 대한 애정이 생겼던 것 같다. 모든 구성원이 열정을 바쳐야 하나의 프로덕트가 완성된다는 것을 깨닫고, 실제로 사용자가 프로덕트를 쓴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면서.

회사 회고록에도 구구절절 쓴 나의 깨달음




책임감이란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한다. 여기서 핵심은 ‘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의무감으로만 프로젝트를 맡는다면 압박감에 짓눌려 어느 순간에는 프로덕트에 대해 회의감이 들 것이다. 프로덕트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프로덕트에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멘탈 붕괴 속에서도 즐겁게 임했었다. '잘 쓰고 있어요'라는 사용자의 칭찬 그 한마디 때문에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 같다.


또 글을 감동적으로 써 버렸다... (이런 것 잘 못 참는 성격)

이 자리를 빌어 oo님 죄송합니다!!!!! 미안해요!!! 라는 말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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