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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자 Dec 06. 2021

1. 24살, 같이 해외 취업하자던 엄마아들한테 속았다

해외 취업의 계기


24살, 대학교 4학년으로 복학하여 학교를 다녔고 동시에 스타벅스 바리스타로 일하며 열심히 살고 있었다. 중간고사는 다가오지만 학교 수업이 끝나면 출근하느라 시험공부는 할 틈이 없었다. 쉴 시간도 없는데 도대체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해야 될지 미래가 암담하기만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던 와중에 오빠는 같이 베트남 취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둘이 베트남에서 먼저 자리 잡고 엄마 데리고 와서 매일 마사지받으러 다니자!" 하루 24시간 동안 내 시간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던 생활에서 취업과 동시에 마사지받으러 다니는 호화로운 생활을 할 생각에 오빠의 제안을 홀리듯이 승낙했고, 마침 국가 지원 해외 취업 연수 공고가 올라와있어서 바로 지원했다. 무조건 취업한다는 일념으로 나는 다니던 스타벅스를 관두고 밤새도록 자소서를 써 내려갔다. 다행히 바로 다음날 면접이 잡혔고 나는 아무 준비도 없이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 취업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면접을 준비하면서도 너무 떨렸다. 면접관이 왜 베트남 취업을 하려고 하는지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될까? 우리나라에서는 취업이 너무 힘들어서? 퇴근 후 마사지받으러 가는 삶을 위해서? 터무니없는 대답밖에 떠오르지 않았고, 꼭 베트남에 취업해야 될 간절한 이유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베트남에 있는 가상의 약혼자를 만들어냈다. '베트남에 약혼자가 있다면 베트남 취업 의지를 더 돋보일 수 있겠지!'


그렇게 나는 면접 준비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24살 평범한 대학생으로서 정장도 없이 면접을 보러 갔다. 구두가 없어 단화를 신고 최대한 단정해 보이게 입었다. 지원자들 중에서는 내 또래가 드물었고, 다들 철저히 준비한 것 같이 정장 차림으로 면접을 대기하고 있었다. 호명된 순서대로 면접장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고 해외 취업 연수생을 뽑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아주 보수적이었다. 면접자들에게 받았던 질문은 크게 다음과 같다.


베트남 취업을 희망하는 이유

- 회사를 볼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 베트남의 생활환경과 기후 요건들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 베트남어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세요


내가 해왔던 대외활동들과 작은 사업으로 대외적인 적극성을 어필했고, 여러 번의 해외생활 경험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회사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는 전날 학교에서 조직 관리론 수업이 들었던 것이 생각나 조직을 우선시하여 회사를 대변하여 대답을 했다. 하지만 오른쪽 편에 앉아 있었던 지원자는 회사를 볼 때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대답을 하였고, 연수 OT 때는 그분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현지어 역량을 평가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면접자들 모두가 베트남어로 인사말 정도로만 할 줄 알았고 나는 베트남이 어디 붙어있었는지도 모르고 베트남어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지금은 베트남어를 할 줄 모르지만 뭐든 빨리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연수가 끝난 뒤에는 다른 연수생들 보다 베트남어를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베트남에 약혼자 있다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던 도중, 왼쪽 편에 앉아 있던 지원자가 남자 친구가 베트남으로 파견 가서 지원했다고 말해버렸다. 나까지 베트남에 남자가 있다고 말해버리면 면접관들이 요즘 애들은 남자 따라서 인생을 바꾸려고 한다고 생각할까 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간절함을 어필하려고 만들었던 가상의 남자 친구는 휘발되어 버렸다.


면접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오빠한테 물어봤다. "나 방금 면접보고 왔는데, 오빠는 면접 언제야?"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대답을 듣는데 "내가 베트남을 왜 가? 너나 가~ 나는 일본 취업 연수 지원할 거지롱~" 이렇게 약 올리는 것이 아닌가. 일본어로 인사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무슨 일본을 가냐고 콧방귀를 쳤는데, 결국 나도 오빠도 합격을 했다. 나는 베트남어를, 오빠는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데 정말 웃기게도 둘 다 합격을 했다. 오빠가 베트남 취업해서 마사지받으러 가자는 말에 홀려서 2년 뒤인 지금, 나는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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