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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을온예술 Jul 02. 2018

새로운 세대를 위한 미디어 교육은 가능한가?

Education ON


  제목은 거창한데 필자도 사실 그 답은 모른다. 이 질문은 지금 미디어 교육 현장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이슈이고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찾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이 글을 기고하는 것도 단순히 미디어 교육의 현황과 문제를 전달하려는 것 보다 이러한 질문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예술 교육적 측면에서 미디어 교육을 ‘마을온예술’ 조합원들과 함께 논의하고 싶어서다.

      

  지난 3월은 올해,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변화의 시작점이었다. 딸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것이다. 엄마로서 그동안 지켜본 아이의 기질이나 특성을 생각해서 고심 끝에 일반 학교가 아니라 대안학교를 선택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대안학교의 입학과정과 절차는 매우 까다로웠다. 입학 전 부모 면접을 통해 부모의 교육관을 상당히 집중적으로 물어보았고 학교를 다니면서 부모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단단히 주지시켰다. 

     

  무엇보다 이 학교 결정에 있어 가장 오랜 시간 고민하게 된 것은 입학 과정에 앞서 일종의 서약서처럼 미디어와 관련된 부모와 아이의 지켜야 할 수칙 부분에 있었다. TV 및 스마트폰과 같은 미디어 매체 사용이 초등학교 6년간 제한된다는 점이다. 즉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형성되기 이전 시기로 초등 6년의 아이들에게 미디어에 대한 접근자체를 차단하고 감각 및 통합교육을 통해 자신의 몸과 사고, 사람과의 관계적 교육을 우선시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의 주요한 교육관에 대해서 동의했기에 딸아이를 보냈지만 서약서처럼 맹세한 미디어와의 단절에 대해 특히나 미디어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영 탐탁치 못한 부분이 많았다.    

  

  이미 2살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다는 현실 안에서 장장 근 6년간을 미디어 매체와 담을 쌓고 살아갈 수 있을까? 미디어 매체를 차단하지 않고도 학교의 교육의 이념에 맞는 미디어와의 소통방식은 없는 것일까? 이러한 고민들 속에서 우연히 최승준 미디어 아티스트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강연을 통해 한 인물에 대해 알게 되면서 조금은 해결 지점의 실타래를 찾은 거 같아 무척이나 반가웠다.      


  나와는 먼 세계의 인물로 생각한 컴퓨터 과학자. 뉴미디어의 창시자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는 최초의 어린이용 컴퓨터 코딩 프로그램 ‘로고(Logo, 1968)’를 만들어 보급했고, 컴퓨터와 교육, 창의에 대한 혁명적 교육철학서 ‘마인드스톰(Mindstorms, 1980)’을 쓴 인물인 시모어 오브리 페퍼트(Seymour Aubrey Papert 1928 ~ 2016)다.     

시모어 페퍼트


  감성 EQ 교육에서 이제는 코딩 교육으로 마치 유행가처럼 달라지는 한국의 교육현실 안에서 새롭게 대두되는 코딩 교육. 국내에서는 관련한 교육전문가가 부족하다보니 급하게 검증되지 않은 교육기관에서 우후죽순 늘어나는 코딩 교육자들을 보면서 나 또한 ‘도대체 코딩 교육이 뭐야’라는 조금은 부정적 감정으로 세태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감성 교육에서 코딩으로 연결되는 것이 영 생뚱맞은 것도 아니었다. 코딩의 주요한 시작점을 열었던 시모어 페퍼트라는 인물을 통해서 바라본다면 말이다.      


  지금이야 개인 컴퓨터가 너무나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과거 60년대에는 수천만 달러에 상당하는 고가의 컴퓨터는 오로지 대기업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한 시대에 초등학생 스스로가 프로그래밍이 가능할 수 있도록 내놓은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로고’를 만든 시모어 페퍼트. 그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무모한 시도를 했던 것일까?     


  그가 만든 로고(logo) 프로그램은 장난감 로봇 거북을 컴퓨터로 원격 조정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즉 컴퓨터로 이동시키고 싶은 방향과 각도, 거리 등을 지정하는 단순한 명령어를 순서대로 배열하면 로봇 거북이 그 명령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놀이’ 같은 코딩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고 싶었던 것은 시모어 페퍼트가 코딩을 통해 긍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였다. 그가 제안한 코딩의 사용자가 돈을 좀 더 더 잘 벌어주는 기성세대가 아니라 바로 초등학생이라는 점과 교육 프로그램이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로 어린이들이 재밌게 놀 수 있는 ‘놀이’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로봇 거북은 훗날 모니터 이미지로 바뀌어 컴퓨터 게임화 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주요하게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게임에 갇히는 아이들이 아니라 프로그래밍을 통해 게임을 주도하는 것. 아이들이 컴퓨터에 갇히지 말고 컴퓨터를 프로그래밍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나에게 있어 그가 주장한 것은 60년대나 지금의 인공지능을 달리는 현 시대에나 결코 달라지지 않는 ‘교육 철학’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계에 갇히는 아이들이 아니라 기계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오히려 능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즉 미디어 매체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여전히 사람과의 관계의 소통의 도구라는 것이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 것일까? 그가 이러한 교육 철학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인공지능에까지 확대된 그의 생각은 MIT 미디어랩을 중심으로 인간과 기계에 대한 연구 개발에 주요한 영항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이상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남아공 출신으로 20대의 청춘을 열성적인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 반대운동가로 살았고 교육에서 소외된 흑인 어린이들의 대안학교 교사이기도 했다. 결국 사회주의자로서 남아프리카에서 쫓겨나 미국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그에 삶의 주요한 키워드는 바로 액티비즘에 있었다.  

MIT 미디어랩

<2017년 1월 26일 MIT 미디어랩에서는 시모어페퍼트를 회고하며 장장 6시간동안 진행된 관련 인물들의 대규모 강연이 있었다. 영상의 4시간 49분쯤에 그에 대한 회고에서 그를 액티비스트로 바라본 밥메시_(Bob Massie)의 대한 이야기가 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3&v=Pl4nehg_UrA  



  20대의 가장 큰 열정을 액티비스트로 살아왔기에 첨단시대에 선두주자였던 그가 자본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의 관점에서 그리고 교육의 관점에서 인공지능과 컴퓨터를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코딩, 유튜브 크리에이터, 인터렉티브 미디어, 드론, 인공지능까지 너무나 낯선 뉴미디어에 단어들이 익숙한 새로운 세대에게 미디어 교육은 결국 매체를 활용한 인간과 인간을 잊는 소통의 교육으로 더욱 더 필요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인물의 역사를 통해 너무 일반화 시키는 것은 아닌지. 혹은 너무나 얕은 지식의 접근으로 현실의 미디어 교육의 해답을 도출한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지만 무엇보다 그의 교육철학을 잇는 MIT 공학도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는 철학 없이 다가오는 코딩교육을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뉴미디어 환경 안에서 더욱더 공교육 공간 안으로 미디어 리터리시 교육이 제대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과 아울러 마을온예술과 같은 다양한 예술교육가들과 함께 미디어 교육이 만들어 져야 한다는 것으로 나에게는 귀결되어진다.      


  수많은 미디어들로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에 오히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SNS 거짓 뉴스의 판별력부터 키우는 게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더 이상 신문 해석읽기의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친근한 유튜브 동영상에 대한 스스로의 판별 능력과 생산능력을 키우는 게 더 주요하다는 뜻이다)

     

  유럽의 주요한 국가에서 진행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이미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주요한 언론매체와 다양한 협력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다시금 최초의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로고’로 돌아가서 시모어가 코딩을 통해 초등학생들에게 접근했던 교육 방식은 달리 보면 반복된 학습의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놀이처럼 배우는 교육의 즐거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마을온예술의 예술가이자 교육자들인 조합원들과 함께 새로운 세대들에게 미디어를 통해 더욱더 확장된 놀이 교육으로 예술교육의 가능성과 범위도 더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감 로봇 거북이를 움직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하고 그 안에서 수학을 배우고 복잡한 경로를 도전하는 실험정신까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교육 철학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질문과 하나의 해답은 아닌지...     


  단순히 기술과 전문성을 기르는 게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것. 즐거움을 통해 배우는 것.  무모하기까지 했던 그의 시도가 우리에게도 더욱 더 많은 교육 현장에서 도전과 즐거운 실험들로 마을온예술의 창의적 교육 현장에서 그를 되새겨 보는 시간들로 확장되기를 바래본다.      




* 참고자료


1) 출처: 연합 뉴스 "2~5세 유아 12%, 매일 스마트폰…31%는 두 살도 안돼 노출“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5/29/0200000000AKR20180529155100017.HTML?input=1195m    

2) 최승준 미디어 아티스트와 관련해서는 아래 출처를 통해서 좀 더 알 수 있다  

https://www.ibm.com/developerworks/community/blogs/9e635b49-09e9-4c23-8999-a4d461aeace2/entry/30?lang=en  

3) 시모어 페퍼트: 남아프리카 출신의 미국의 수학자 겸 컴퓨터 관련 공학자   

https://ko.wikipedia.org/wiki/%EC%8B%9C%EB%AA%A8%EC%96%B4_%ED%8E%98%ED%8D%BC%ED%8A%B8

4) 출처: 한국일보_생각을 생각하는 법을 생각하게 한 거인 (최윤필 기자) 

   http://www.hankookilbo.com/v/f81d49a25f2545589e80d7a960d22378


(시모어 페퍼트와 관련된 정보와 이야기의 축은 최승준 미디어 아트의 강연에서 발췌됐음을 알립니다.)



글. 권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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