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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만 Apr 30. 2020

16 of 185, 고작 2주 만에 번아웃?

2020/03/29, 16 of 185

집에 다녀온 것이 문제였을까. 하루 종일 뛰고 소리 지르는 모습과 소리를 보고 들어서일까. 나는 두 시간이나 운전을 하고 와이프는 그 가고 오는 데 걸린 시간 내내 기가 막히게도 교대로(!) 깨어 있었던 두 녀석 중 한 녀석을 달래느라 고생해서일까 (이럴 때마다 속으로 백 번 정도 생각한다. 그냥 와이프 말 대로 카니발 살걸!!!!!!). 집에 와서도 방금 전까지 차에서 떡실신 상태였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 대단한 기세와 빠와로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불을 세네 개 끌고 다니며 소리 지르고 놀아 주신 첫째의 역발산기개세에 압도당해서일까. 아침부터 밤까지 도무지 의지라고는 생기지 않는 뚱한 마음과 표정, 안 좋은 몸 상태, 쌓여 있는 할 일에 대한 압박감만으로 하루를 보낸 느낌이다. 제대로 놀아주지 않고 귀찮아하는 것을 다 느꼈을 애들에게도 미안하고, 똑같이 피곤하고 힘들어하면서도 내 눈치까지 봐야 했던 와이프에게도 미안하고. 아들 둘의 힘이 이렇게 대단한 것일 줄이야. 그래도 첫째야, 이제 아빠에게 ‘로봇~ 카봇!’을 외치라고는 그만해 제발. 자동차라며 바닥을 미끄러지듯 기어 와서 오늘은 무슨 일이니 차탄? 하고 묻는 거 참 진짜 웃기고 귀엽긴 하지만, 하루에 100번은 족히 듣는 것 같아 그만해 으악 ㅜㅠㅠㅠㅠ


내일은 월요일이고 또 둘을 봐야 하는 시간이 찾아올 테지만, 사실 그래도 출근의 스트레스와 비할바는 아니다. 내 예쁜 아들들 기분 맞춰주려 노력하고, 간식을 준다든가, 혹은 정 안되면 TV의 힘을 빌리는 식으로 해 가면서, 뭘 하든 어쨌든 이 일엔 하루 단위로 끝이 있으니까 막 속이 썩어가고 해결을 할 수 없는데 끝도 없이 쪼이기만 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지는 않으니까. 어린이집 개원은 다음 주 예정이지만 그마저도 최근 외국에서 역으로 유입되는, 자가격리 따위 나는 할 필요 없다고 믿으시는 잘나신 유학생 나리들이 퍼뜨려 주시는 바이러스를 생각하면 차라리 내가 고생하더라도 안 보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언제쯤 이 사태가 진정될까? 나의 휴직 기간 내내 이 초유의 역병으로 쌩 난리만 하고, 나는 정말로 매운맛으로 애들 둘을 열심히 보다가 회사로 돌아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팔자라는 게 있나 보다. 나는 이렇든 저렇든 하여간 바쁘고 일이 많은 그런 삶을 타고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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