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2주나, 그것도 혼자, 그것도 13년 전에
터키 가족여행기
◇ 기간 : 2012. 10. 7 ~ 10. 20 (12박 14일)
◇ 대상 지역 : 이스탄불, 셀축, 파묵칼레, 페티예, 안탈리아, 카파도키아 등
◇ 동행 : 우리 가족 3명
◇ 동기 : 어머니의 기나긴 공직 생활 마감 기념 가족여행
◇ 일정
10. 7 인천 출발, 이스탄불 도착
10. 8 이스탄불, 블루모스크, 톱카프 궁전 등
10. 9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 투어 (자전거나라)
10. 10 이스탄불 -> 셀축 이동, 에페소 유적지, 쿠샤다스
10. 11 셀축, 쉬린제 마을, 셀축 -> 데니즐리 이동, 파묵칼레
10. 12 데니즐리 -> 페티예 이동, 휴식
10. 13 페티예, 페러글라이딩, 보트 투어
10. 14 페티예, 짚 투어 (샤클르켄트 협곡), 페티예 -> 안탈리아 이동
10. 15 안탈리아 -> 카파도키아 이동
10. 16 카파도키아, 로즈 투어
10. 17 카파도키아, 벌룬 투어, 아바도스 도예촌, 파샤바 마을
10. 18 카파도키아, 그린 투어, 카파도키아 -> 이스탄불 이동
10. 19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 그랜드 바자르, 귈하네 공원, 이스탄불 -> 인천 이동
10. 20 인천 도착
일정을 다시 보면 참... 나는 저 당시에 도대체 무슨 깡이었을까... 회사도 다니고 있었는데 도대체.
(시작부터 공무원다운 개요... 그렇다 이것은 엄마가 정리한 글의 시작부분을 그대로 가져왔다.)
2012년 가을(벌써 13년이 지났다니!), 세 가족이 떠났던 가족여행을 기록한 어머니의 여행기이다. A4 용지 수십장에 해당하는 분량을 작성한 어머니의 노력에 대한 놀라움과 경의에 더해, 더욱 더 놀랍게도 무려 이를 작성한 파일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로 인해, 프린트 해 놓은 종이가 훼손되면 사라져버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안타까움에, 읽어주는 사람은 없겠지만 정리해 올리고 파일로 만들어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여행 직후, 내가 찍은 사진들과 여행 서적의 설명을 참고하여 어머니가 작성하신 이 여행기를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와 대단하다~' 했던 정도였다. 이제 와 다듬으며 몇 차례나 읽다보니, 역시 외동아들이란 위치는 다 그런것인지 내가 정말 많이 사랑받아 왔고 또 동시에 어머니가 전적으로 믿고 기대는 대상임이 절절히 느껴진다. 당시 한국나이로 서른살, 그야말로 다 큰 아들인데도 저렇게 어린애 보듯 생각하셨다니 역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부모 앞에서 자식은 영원히 어린, 그저 걱정의 대상일 따름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이 든다. 이제 와서는 내가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보니 더더욱.
최근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말 '희미한 연필자국이 선명한 기억보다 낫다'가 아주 깊게 와 닿았다(알고보니 이미 있는 말이더라. 총명불여둔필 이라는 중국 속담이라고). 보았던 것 느꼈던 것은 결국 내 머릿속에서만 살다 사라지니, 얼른 그것을 포착해서 어떤 형태로든 담아낸 기록이야말로 결국 진짜 일어난 일이고 역사가 되는 것일터다. 사실 가장 놀랐던 점은, 여행이 끝나자마자 작성하셨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 본 것 처럼, 좋았던 것 위주로 적혀있었다는 점이었다. 분명 이런 저런 이유로 싸운 적도, 힘들었던 기억도 많았는데 말이다. 오랜만에 사진을 다시 찾아봐도 나의 카메라는 내가 기억하는대로 우리의 '불편함'을 담아내 보여주는데, 엄마의 글은 어떻게 내가 기억하는 것 보다 많은 '좋았던 기억'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참 신기한 일이다. 어쩌면, 충분한 시간을 빨아들인 인내와 체념은, 그런 능력을 선사해주는걸까. 아니면 역시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보고, 좋은 생각을 해야 하는걸까. 힘들수록 더더욱. 나도 환갑 즈음 되면 그게 될까? 안 될 것 같은데.
어쨌든 그래서 이 여행기를 뒤늦게나마 올려보려 한다. 몇 명이나 읽을까, 싶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신묘한 알고리즘의 인도로 1과 0으로 이루어진 세상의 가장 구석까지 와 버리게 될 그 운 나쁜? 몇 분들을 기대하며, 만 13년도 더 지난 터키 가족여행기를 정리 해 보겠다. 글을 정리하면서, 우리 가족은 어떻게 이 여행을 버텨냈고 어느 정도에서 나름의 합의점을 찾았고 또 여행 이후 그대로 예전의 삶으로 돌아오게 되었나 하는 부분을, 잘 찾아봐야겠다.
+) 어머니의 글에서 개인적인 내용, 가족에 대한 내용은 삭제하고, 사진도 당연히 가족의 얼굴이 나온 사진보다는 경치 위주로 첨부 할 것이다. 문장이 굉장히 길게 이어지는 것은 어머니 글의 특징이고 때로 재미있는 부분이지만, 너무 길어져서 한 문장의 앞 부분과 뒷 부분에서 이야기하는 주제의 차이가 커 호흡이 힘들 때에는 이 또한 내 판단에 따라 적당히 나눌 것이다(읽다보면 자주 아, 이런거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문장을 길게 길게 늘여쓰는 버릇이 있는지라, 정말 놀랐다. 이런것도 물려받는건가?). 그리고 매 글 마다 내가 기억하는대로 쓰는 이야기로 보충해보려 한다. 지금에 와서 기억이라고 해 봐야 사실관계나 정확한 숫자는 택도 없고 어떤 사건에 대한 인상 정도겠지만. 사실은 2016년 경, 2022년 경에 한 번씩 작성, 수정을 시도했었다. 작업은 시작했지만 빨리 진행되지 않으니 업로드를 하지 않고, 그래서 재미가 없으니 일을 계속할 동력이 금방 떨어져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그만둬 버리는 전형적인 실패사례를 겪은. 하지만 내게도 이 여행을 기획하고 실행 해 낸 것은 대단히 큰 경험이고 소중한 기억인데 제대로 정리한 내용이 없다는게 참 아쉬워, 이번에야말로 해내자 하고 하루치도 다듬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단 브런치에 올리기부터 해 버린다.
++) 아쉬운 점은 당시 내가 이것 저것 알아보고, 예약하고, 준비하고 했던 자료들이 꽤 있었고 분명 다 저장을 해 두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도대체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뭐 그래도 이동 경로와 숙박 장소 등 내용은 사진을 보며 추측에 가까운 되새김을 할 수 있을터이지만 결정적으로 안타까운건 여행의 필수 자료인 '얼마가 들었나'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다. 터키 여행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이 올라온 최근 몇 년 이다보니, 당시와의 물가 차이 또한 꽤 재미있을 정보인데 말이다.
사실 이게 참 내가 한 짓 중 최고의 바보짓 중 하나인게, 분명 기록을 엄청나게 자세히 하긴 했는데(여행 때 마다 현금 쓴 것 까지 전부 다 맞춰서 정리한다. 락페 2박 3일 같이 다녀온 사람들에게 엔빵을 원 단위까지 다 계산해서 보낼만큼... Aㅏ... 사회성 부족...) 별도의 엑셀 파일이 아니라 구글닥스에 저장하면서 작업했다가 어느 날! 뭘 잘못했는지 어느 날 갑자기! 싸그리 다 날려먹었다. 초기 클라우드의 문제였을까 내 잘못이었을까? 아마 내 잘못이었을거다. 하드에도 동기화되어 저장 되어있는 줄 알고 삭제하든지 그랬겠지. 어쨌든 요 사고로 인해서 이 여행 뿐 아니라 그 후 이어졌던 몇몇 여행들의 자료와 소요경비, 심지어는 축의금/부의금 같은것도 전~ 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휴. 잊지 말자 주기적인 오프라인 백업, 마련하자 외장하드 이중 백업, 방심하지 말자 나스나 다른 클라우드에 삼중 백업!!!
+++) (요 다음 문단은 2016년에 쓴거... 웃겨서 놔둠. 2025년에 보니 이것도 또 옛날 얘기네.) 여담으로 덧붙이자면, 집에 가지고 있는 복합기가 맥에서는 지원이 되지 않아 수 년간 출력물을 어떻게 스캔하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문자 인식 시킬 것인가를 고민만 하고 뚜렷한 행동에 옮기지는 않고 지내 왔다. 헌데 그러한 고민이 다 웬거냐 싶게, 마이크로 소프트 오피스 렌즈 어플을 이용해서 핸드폰으로 A4용지에 출력한 글을 찍어보니 세상에나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 그림자도 다 찍힌 사진인데도 불구하고 문자 인식이 너무나도 잘 되는 것 아닌가. 수십장을 했는데 몇 글자 고친 정도였다. 요새 핸드폰 카메라 성능 좋은거야 당연한 얘기지만, 회사에서 일하면서 스캔해서 만든 PDF 파일에 대한 어도비 아크로뱃의 OCR에 대실망한 적이 꽤 많았던 것을 생각 해 보면, 기술의 발전이 참 대단하기도 하고 동시에 참 허무하기도 하다. 몇 년이나 고민해 온 것이 바보같을 정도다. 좋네, 스마트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