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2012.10.7
환갑을 앞두고도 철없는 엄마의 희망에 따라 장성한 아들을 앞세워 떠난 터키 여행 길! 직장 상사의 눈총을 받으며 가까스로 휴가를 얻은 것도 모르고 아들과 인천공항에서 만나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점심식사한 후 부랴부랴 오른 비행기.
3개월 전에 티켓팅한 항공권 자리가 일렬이 안 되고 2석, 1석이 분리되어 해외여행이 처음인 남편과 옆자리에 앉고, 아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13시간여를 날아가게 되었다. 솔직히 다정하게 대화하긴 어려우니 조금은 고역이라 화면만 쳐다보며 시간죽이기가 무척 힘들었다. 더군다나 잠순이가 왜 기내에서는 잠을 못 자는지 원!
여행 전전날에야 환전한 1,600유로를 끌어안고 몸 비틀다 내린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 공항에서 부랴부랴 시티은행 체크가드로 이스탄불 관광에 필요한 1000리라를 인출한 후 시작된 여행의 첫 발! 아들이 비지땀을 흘리면서 지하역과 수퍼마켓을 왔다 갔다 하며 구입한 이용권으로 전철과 트램을 바꿔 타며 도착한 첫날 숙박지는 블루 모스크와 성 소피아 성당을 품고 있는 술탄 아흐멧광장! 세월 탓에 경기장은 사라지고 지금은 광장으로 변모하여 밤 조명에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긴 여행에 지친 남편이 예약된 호텔을 찾느라 고생하는 아들에게 화를 내는 바람에 분위기가 경직되어, 예상했던 사태가 너무 빨리 벌어진 것에 황당한 마음으로 호텔에 들어 왔다. 아들은 그래도 부모 앞에서 감정을 감추느라 카메라 들고 나가버리고 '이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한 나에게 남편은 캄캄한 밤에 생소한 곳인데도 뛰쳐나간 아들이 걱정은 되는지 찾으러 나가자 하여 공원에 나갔으나 이미 아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컴컴한 벤치에 나눠 앉아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아 호텔로 돌아오다 남편이 노천카페에 놓인 빵을 건드려 터뜨리는 바람에 억지춘향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맥주를 시키고, 남편은 다시 아들을 찾는다고 자리를 비웠다. 밤이 깊어가니 바람이 차져서 후들후들 떨리는 추위를 참느라 마신 맥주가 의외로 맛있어서 홀짝홀짝 마시며 기다렸으나 부자 모두 나타나지 않아 나 또한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현지 시간 11시도 넘었는데 아들을 못 찾고 돌아온 부친은 안절부절하고 혹시나 하고 눈이 빠져라 골목을 노려보는데 나타난 아들! 그저 고맙기만 한데 일부러 부친 옆에 앉아 도리어 '아까 말대꾸한 것 정말 최송합니다' 하고 사과한다. 겸연쩍은 남편도 '사실은 여행 떠나기 전부터 치통으로 시달렸는데 아까는 트렁크 바퀴가 구르지 않아 너무 힘들어서 그랬어' 라고 말을 한다. 진작 의사표현을 하지... 싶다. 그래도 부자가 그렇게 화해하며 맥주잔 부딪치니 언제 얼굴 붉혔나 하는 마음이 든다. 다행이다 이래서 가족인가 보다. 아들이 사 들고 온 맥주까지 4병을 마시고 난 후에야 내일의 여행을 기대해 보며 첫날 밤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