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날, 2012. 10. 11
오늘도 변함없이 울리는 기도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친 후 방을 비워 줘야 하므로 짐을 정리하여 숙소에 맡긴 후 터미널로 가서 쉬린제 마을 행 돌무쉬를 타고(하마터면 요금 바가지 쓸 뻔한 것을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의 코치로 정액 요금만 냄. 운전기사님들의 농간은...) 깊고 깊은 산길을 경치를 감상하며 들어가 보니 마치 스위스에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산골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 전에 시간이 멈춰 선 듯 낡고 예쁜 집들 앞에서 우리네 시골 할머니 같으신 분들이 직접 염색하고, 짜고, 만든 것으로 보이는 머플러, 수편물, 비누 등을 사라고 심드렁한 어조로 말한다. 억지판매는 안 한다는 듯이! 산골짜기 양편에 조성되어 있는 마을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내려와서 와인도 2병 사고, 예쁜 카페에 들러 괴즐레메와 맥주도 먹어보고, 아들 냉장고를 장식할 지명이 표기된 병따개도 사면서 즐기다 산을 내려왔다.
어제 맛있게 점심 식사를 먹었던 간이 카페에 들러 점심을 간단히 해결한 후 맡겨 놓았던 짐을 찾아 셀축역으로 이동하여 데니즐리 행 기차를 3시간 여를 타고 데니즐리 역에 도착하니 웬 남자가 부득부득 짐을 끌어준다며 자기가 안내하는 차를 타라고 한다. 꼼꼼한 아들이 이것 저것 확인한 후 타고 파묵칼레로 향했다.
긴 시간 안 걸리고 도착한 파묵칼레 터미널에서 친절한 현지인의 도움으로 호텔에서 우리를 태우러 나와 일단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파묵칼레는 해질녘이 예쁘다는 말에 부랴부랴 걸어서 올라갔다. 비도 조금 뿌리고 구름이 잔뜩 껴서 우려했으나 가는 사이에 날이 개어 신발 벗어들고 맨발로 올라가는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아름다운 석회층이 조성되어 있고 맑고 따뜻한 온천물이 졸졸 흐르고!
비키니를 입은 아가씨들은 서늘한 날씨에도 온천탕에 몸을 던지고, 마치 눈이 쌓인 것 같은 둔덕들을 배경으로 처음 만난 한국말이 유창한 이슬람 여인과 사진도 찍는 등 너무 재미있게 올라갔다. 올라가는 동안 저녁 햇살에 반짝이는 석회층과 아래의 에메랄드 빛 호수물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냇물처럼 흐르는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족욕을 하며 짧은 언어로 대화하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은 인종과 국가를 초월해 너무 다정해 보였다.
석회층에서 조금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에 해는 저물어 버리고 석회층 상부에 있는 유적지를 조금 둘러 보다 보니 주위는 캄캄해져 두 남자가 있는데도 인적도 차도 끊기니 겁이 나서 아들 팔에 매달려 여친이 준비해 주었다는 손전등 불빛에 의지하여 걷고 또 걸어서 반대편 매표소에 도착하여 한참을 기다려서 돌무쉬를 타고 나니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 어두워진 유적지는 으스스한데 하필 그 옛날 공동묘지였다는 곳을 지날 때의 공포는 으휴! 커다란 돌관들이 노천에 즐비하게 놓여 있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다. 옛날 몸이 아픈 귀족들이 온천에 치료코자 왔다가 죽으면 바로 이곳에 매장하여 공동묘지가 조성되었단다.
호텔로 돌아와 자체 레스토랑에서 시원한 에페스 맥주로 입가심 한 후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내일을 기대하며 잠이 든다. 호텔은 요금은 이스탄불보다 저렴했으나 가장 안락하고 고급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