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마스크가 부른 오해

퇴근길 에피소드

by 사회중년생 홍대리

주말이 벌써부터 설레는 즐거운 금요일이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길을 마주하며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공동 현관을 지나니 엘리베이터 앞에는 익숙한 모습의 우리 집 바로 윗 층 어머니가 사랑스러운 딸(5살)을 안고 있었다. 평소에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자주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윗 집에서는 두 아이를 키우느라 층간 소음에 대해 죄송하다며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하며 새 해에 직접 떡까지 주시기도 하는 나름 요즘 시대에 흔치 않은(?) 정겨운 이웃이었다.


얼마 전 첫 아이 출산을 하고, 조리원에서 돌아온 지 2주 정도쯤 되었는데, 매일 새벽 수유하고 기저귀 갈고 하는 타임마다 우렁차게 자신의 존재를 동네방네 알리려는 아이로 인해 이웃집들에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가볍게 얘기할 타이밍이 자연스럽게 온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희가 얼마 전 첫아기 출산을 했는데 밤에 너무 울어서 시끄럽죠?ㅠㅠ"

"아 진짜요~? 축하드려요! 아뇨아뇨 전혀 몰랐어요~ 밤에 아무 소리도 안 들리던데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 최대한 안방 화장실 문 닫고 빨리 토닥이곤 하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쉽지 않네요"

"그래도 너무 좋으시겠어요~ 힘내세요 100일의 기적이 있을 거예요!"


여기까지 훈훈하게 대화를 나눈 후 평소에 안경을 쓰시다가 오늘은 안 쓰셨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가만있어보자... 이 분 모습이 평소와 조금 달라 보이기도 하고, 딸내미도 원래 인사를 이렇게 활발하게 했나 싶기도 한 생각이 스쳐갈 때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말을 건넸다.


"23층 분... 맞으시죠?"


"네? 아닌데요... 저는 8층..."



?????




이럴 수가... 얼굴이 화끈해지며 빨갛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마스크로 인해 들키지 않았으리라.

민망했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빠르게 넘어가야겠다.


"앗, 죄송해요 저희 집 윗 층이 신줄 알고 제가 착각했나 봐요 거기도 비슷한 따님이 있으셔서 ㅜㅜ"


그런데 이 분께서 하는 말이 더 대박이다.


"아, 저도 착각했네요. 옆 집 사시는 분과 닮으셔서... 옆 집인 줄 알았어요"

"앗..ㅋㅋㅋ 그렇군요 하하하 @#$@%@#$%##^"


물론 내가 윗집 이웃으로 착각하고 먼저 말을 걸긴 했지만, 너무 자연스러웠는지 상대방도 나를 옆집 이웃으로 착각하고 대화를 이어나간 것이다. 으 민망해!!!


이후 엘리베이터가 도착할 때까지 약간의 적막이 흘렀고, 이후 당황해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신생아 어쩌고 저쩌고 얘기를 하다가 마지막엔 훈훈하게 즐거운 휴일 되시라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니 뒤늦게 타짜에서 고니가 했던 대사가 머리에 맴돌았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 거 안 배웠어?'


비록 승부를 잘 못 걸었지만(?) 매일 같은 퇴근길 일상에 기억에 남을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긴 덕분에 민망함 보다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설명할 생각에 그저 신난 순간이었다.


여러분들은 마스크 쓴 상대를 실수로 착각하신 적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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