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오락실 이야기 (feat. 500원 있냐?)

홍대리의 취미

by 사회중년생 홍대리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대부분 사라져 버린 과거의 오락실은 100원짜리 몇 개만 들고 가도 몇 시간은 놀 수 있고, 남들 하는 거 구경하면서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테트리스, 철권, 킹오브파이터, 메탈슬러그, 더블드래곤, 쥬라기공원(?) 등 일반 아케이드 및 격투 게임부터 시작해서 펌프, EZ2DJ와 같은 리듬게임, 스포츠 게임, 그리고 오래방(오락실 노래방) 등등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 마치고 가면 항상 해가 지고서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10살짜리가 밤 9시 넘어서 혼자 집에 들어오는데 부모님께서 걱정도 안 하셨는지! (1997년 당시에 집 전화기 외에 아무도 휴대폰이 없어서 연락할 수단조차 없었건만...)


개념 없던 어린 시절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 지갑에서 슬쩍한 돈으로 동네 오락실을 평정했으며 초등학교 5학년 겨울에 시작한 5개 발판 국내 리듬게임 'Pump it up'은 당시 뚱뚱했던 몸에 비해 굉장히 날렵한 스텝으로 많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부끄러웠지만 내심 속으로는 '후후.. 어떠냐 나의 밸런스가'라고 우쭐했던 기억이 있다. 중학생 때 펌프 하는 거 보고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은 날으는 돼지였으니...

이렇게 열심히 땀 흘려가며 펌프를 했음에도 중등 비만이었던 나의 살은 빠지지 않았고, 정작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달리기를 통해 17kg을 감량하게 되었다.


9년 전 펌프가 있던 대형 찜질방에서 맨발의 청춘을 실천했다 - '젝스키스 컴백'



초등학생 시절 기억에 남는 좋지 않은 오락실 에피소드 중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 일면식도 없는 형들이 어깨에 손 올리면서 돈 좀 빌려줘(갚을 거 아니잖아..?)라고 하면 순순히 돈을 줬던 것.

- 킹오파 1:1을 하면서 계속 지다가 나중에 열 받아서 오락기 끄고 가버리는 형들 (백원 내놔...)

- 지금은 1:1 게임은 오락기가 두 대 (앞 뒤로) 있지만, 예전에는 한 오락기에서 나란히 앉아서 게임을 했는데, 본인이 이기기 위해 자꾸 내 영역까지 손으로 치거나 어깨로 밀면서 게임하는 형들

- 펌프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10명 이상 돈을 걸어놓고 자기 순번을 머리로 외우면서 기다렸는데, 뜬금없이 올라가서 자기 차례라고 우기는 순번브레이커형 (보통 덩치 큰 형들임. 이러면 뒷사람들 더 순서 꼬인다.. 어린 시절 나처럼 소심하면 그냥 돈 버린 셈 치고 내 차례 계산해도 트러블 생길까 봐 안 올라감 ㅠㅠ)


지금 생각해보면 기껏해야 전부 초딩~중딩일 뿐인데, 그 당시에는 한 살 차이가 왜 그렇게 커 보였던 건지.




어느 정도 오락실의 게임을 졸업(?) 하고 나서 우리나라에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흘러 들어온 스타크래프트 및 각종 PC게임들과 함께 다시 새로운 분야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것은 중독인가 몰입인가...


점점 시대가 바뀌면서 없어질 것 같은 오락실의 형태는 오히려 금연, 무인 시스템, 다양한 형태의 오락기들(총쏘기, 레이싱, 비시바시 등 커플들이 즐기기도 좋은)과 인형 뽑기 등으로 인해 오히려 더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재단장 한 것 같다. 오락실의 수는 예전에 비해 줄었겠지만, 여전히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기차역, 영화관에는 퀄리티 좋은 오락실이 꼭 존재한다.


예전과 같이 친구들과 아무 인생 걱정 없이 게임만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가족과 혹은 친구들과 가끔 한 번씩 즐기기에 좋은 엔터테인먼트인 만큼 오락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깔끔한 모습으로 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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