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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홍대리 Sep 30. 2021

대기업 신입사원 우수연수생의 열정은 어디로 갔을까

S전자 8년 차 직장인 이야기

2021년 9월, 입사 8년 차의 사회중년생이 된 나는 솔직한 심정으로 지금 내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어디로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방향감각이 없어진 기분이다. 안정적인 월급과 오랜 기간의 반복 업무로 인해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생각한지는 이미 수년이 지난 것 같은데, 지난 시절 그 열정은 어디로 간 것일까? 




2014년 7월, 전기전자공학부를 초과 학기로 졸업한 나는 삼성전자 CE/IM부문의 HW엔지니어로 입사하게 되었다. (CE/IM : 무선, TV, 가전, 네트워크 등, DS부문 : 반도체, 파운드리 등) 


학부시절 전기전자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꼈으나, 그렇다고 다른 전공에 대해 대단히 흥미나 적성을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취업에) 무난한 전공이라 생각하고 꾸역꾸역 전공과목 따라가면서 실제로 대학생활 대부분의 시간은 동아리 활동에 매진하면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냈던 것 같다. 덕분에 초과학기까지 하게되고


입사 후 첫 발을 내디딘 곳은 삼성그룹의 신입사원 연수원이었고, SVP (Samsung  shared Value Program)이라는 이름으로 신입 사원들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3주간의 시간이었다. SVP가 특별한 이유는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들의 사람들과 같이 지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속했던 차수는 총 200명, 각 팀당 20명씩 총 10팀이 있었고 우리 팀 내에 있는 동기들은 삼성전자(세트 및 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판매에 속해있었고, 연수 첫날 이런 활동은 늘 그렇듯이 어색한 인사와 자기소개로 팀 내 교류가 시작되었다. 


나는 단체에서 먼저 나서면서 리더의 역할 같은걸 맡는 성격은 아니라 담담하게 자기소개를 했고, 팀 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자기소개를 발랄하게(?) 했던 동기 형이 팀장을 맡게 되었다. 그 뒤로 자연스럽게 앉은자리 주변의 사람들과 친해지기 시작하며 3주간의 연수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연수기간 중 사용했던 태블릿으로 딴짓하기


역시 적성에 안 맞는 전공과는 관련 없는, 오히려 사람들과 교류하는 동아리 활동에 가까운 이런 재미있고, 때로는 경쟁심도 생기는 활동 덕에 나는 점차 적극적으로 팀 내 활동에 참여했고, 오피셜 하게 맡은 역할은 없었지만, 비공식적으로 팀 내 응원단장 역할도 하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제시하며 정말 많이 긴장되고 떨렸지만 3분 스피치라는 것도 도전했고, 200명의 인원들 앞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었다.


음악과 1도 관련 없는 나였지만 왜 지휘를 맡았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모르겠다


아침 일찍부터 늦은 밤 새벽까지 이어지는 끊임없는 팀 활동과 삼성그룹의 가치와 이념 등 신입사원으로서 무장해야 할 정신(?)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며 시험까지 쳤던 그 기간 동안 정말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피곤한 내색 없이 동기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줄 수 있었고 덕분에 연수 중간에 팀 내에서 가장 열심인 동기로 뽑혀 소정의 상품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때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느낌이라 정말 기분이 좋았던 날이었다!


이후 연수 후반기까지도 즐겁게, 때로는 눈물과 함께 팀원들과 같이 서로에게 힘을 주며 지냈고, 3주 간의 연수 종료와 함께 우리 팀은 10팀 중 1등을 하게 되었다. 연수 졸업식 날 전체 인원에서 총 5명을 뽑아서 우수 연수생으로 선발하였고, 기억에 남는 건 5명 중 나는 유일하게 팀장을 하지 않았던 연수생이었다. 사회의 첫 발을 내디딘 신입사원 연수생활에서 즐거웠던 기억뿐만 아니라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게 되어서 앞으로의 회사 생활이 더 기대되고 두근거렸던 것 같다. 이때의 나는 회사생활의 목표가 무엇이었을까.


이런 거 첨 받아봐서 뿌듯함...




7년이 지난 지금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으며, 회사에서의 업무에 대한 열정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노후대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재테크를 해서 자산을 늘려야 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학부시절 전공보다 다른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것처럼 말이다.  왜 항상 본케보다 부케 활동이 더 재미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가야 한다. 

언젠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것이 본업, 경제적인 수입이 맞아떨어지는 덕업일치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지금 주어진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하는 것이 나의 숙제이다. 그때의 열정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곰곰이 생각하고 다시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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