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두 시간 간격으로 깨느라 퀭해진 나를 앉혀두고 어른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다. 그래도 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자란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도대체 언제 얼마나 더 지나야 하냐고 되묻고 싶었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새벽 수유, 침과 토로 얼룩진 옷가지의 빨래, 늦은 밤 혼자 끙끙대며 만드는 이유식. 마치 끝도 없는 터널에 갇혀버린 나에게 그런 말은 위로도 뭣도 아니었다.
그 모든 것들이 끝나고 아이가 두 돌 때쯤 되어갈 때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였네.
대부분의 엄마들은 견뎌낸다. 하지만 견뎌낸다는 것이 그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임신 기간 중 그래도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엄마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 육아책도 열심히 찾아보고 몸에 좋다는 영양제도 빼먹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건 철인 3종 경기에 나가기에 앞서 한 맨손체조 정도의 노력이었달까.
임신은 힘들다. 출산은 더 힘들고 육아는 더더더 힘들다. 왜 아무도 이런 게 육아라고 알려주지 않았을까. 밤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TV에서 본 것처럼 꼬물대는 아이의 손을 깨물어주고 눈 맞춤을 하며 함께 따사로운 햇살을 받는 시간은 하루에 단 몇 초일 뿐... 오롯이 혼자 버티고 감당하는 게 아이를 키워내는 거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아기는 클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점점 더 외로워졌다. 일을 하는 남편은 닿는 만큼 최대한 도와주었고 나도 그 노력을 알고 있지만, 뭔가 늘 부족했고 헛헛했다. 하루아침에 내 삶만 180도 바뀐 것 같아서 억울하기도 했다. 차라리 안 되는 일이라도 계속할걸 그랬나, 아니지 일 안 하고도 이렇게 허덕이는데 내 주제에 무슨. 그런 생각이 반복될수록 자존감도 바닥을 치고 거울 속 내 모습은 초라해져 갔다.
그래서 나는 기록해보기로 한다. 최선을 다 한 나의 두 어깨를 누구보다 정성스럽게 다독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이 새벽에도 작은 아기를 끌어안고 잠들지 못하는 나와 같은 초보 엄마의 곁에 작은 힘이 되어주길 바라며. 아주 일상적이고 특별할 것 없는 육아일기를 조용히 기록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