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을 추구하는 당신,
부디 '끝내'주세요

끝내주는 기분 맛보기

by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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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절반으로 줄여 끝내기

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원고를 자가 출판하기로 결심한 때에 읽으면서 도움이 되었다. 이루지 못한 오랜 꿈은 유령처럼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끝내지 못한 일은 무의식조차 잊지 못하고 벗어나지 못한다더니 꿈(목표)도 그런 모양이다. 문제는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잡았다는 거다. 쓰는 일이 좋아지면서 작가가 되겠다는 다부진 꿈을 가지고 출판에 욕심을 냈다. 어찌 되었든 오랜 꿈인 출판은 <엄마라서 참 다행이야>라는 책으로 이루었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아니지만 목표를 절반으로 줄여 마무리한 일은 내게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신은 모두 다 해낼 수 있다

맞다. 그건 완벽주의의 거짓말이다. 난 슈퍼우먼이 아니니까. 그럴 필요도 없다. 해외이사를 준비하면서 초고를 썼고 독일에서 적응하는 중에 퇴고해서 출판했다. 완벽주의란 놈은 늘 내게 이렇게 속삭인다. 겨우 그 정도의 성과를 내면서 살림은 이 모양이냐고! 더 많은 일을 완벽하게 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비아냥거린다. 깨끗한 집은 포기하고 남매에게 책 한 권 읽어주지 않은 날도 수두룩했다. 난 모두 다 해낼 수 없다고 내려놓을 것은 미리 내려놓으니 당연히 죄의식도 갖지 않는다. 그 덕분에 낯선 곳에서 적응하면서 첫 책을 갈무리했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선택하고 집중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재미있는 것은 가짜다

재미 따위는! 엄청나게 중요했다! 만족과 성과 두 마리를 모두 얻기 위해서라도 필수다. 성과는 얻었는데 과정에서 즐거움이 없고 고통스럽기만 하다면 끝까지 가기도 어려울뿐더러 완주를 하더라도 만족감이 반감될지도 모르겠다. 고작 이걸 얻으려고 그 많은 것들을 희생했단 말인가! 하면서. 원고를 마무리할 때 함께 읽고 쓰는 모임이 큰 힘이 되었다. 새로운 글을 쓰면서 에너지가 충전되었고 그 힘은 다시 뻔뻔하게 내 원고를 들여다볼 힘을 주었다. 마라톤을 직접 뛰어보진 못했지만 경험자가 말하길,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표를 보고 힘내라며 응원해주면 그렇게 힘이 나더란다. 그 덕분에 결승선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브런치에 올린 글이 메인 화면에 걸리면서 조회수 뽕 맛(?)을 본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끝’에 관한 세 가지 두려움

끝까지 가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과정에선 누구나 종종 실패한다. 그때마다 끊임없이 속삭이는 완벽주의를 인식하고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당당하게 거절한다. 그뿐 아니라 진짜 중요한 순간은 마지막이다.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느꼈던 <세 가지 두려움>은 너무나 정확해서 깜짝 놀랐다. 결승선 앞에서 두려움이 드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을 얻고 두려움을 잠재웠다. 아래의 세 가지 두려움보다 끝냈을 때의 기쁨이 훨씬 크다는 것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1)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한 두려움

2) 결과물이 완벽하지 않을까 봐 느끼는 두려움, 만일 기대하는 만큼 멋지지 않으면 어떡하느냔 말이야!

3) "이제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주는 두려움


Perfect와 Finish 사이

'완벽함'과 '끝내기'는 어쩌면 쉽게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목표를 ‘완벽하게 끝내는’ 것이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사람에 따라 그 완벽함의 기준도 다르다. 기질에 따라 부족해도 어서 마무리해서 끝내는 것이 마음 편한 사람이 있고 완벽을 추구하다가 끝내지 못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이것저것 시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유형이 있고 일단 시작하면 무조건 끝까지 가는 걸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최대한 완벽함과 타협해서 잘 끝낼 것인가. 그것이 늘 고민이긴 하다.




어쨌든 피니시

이 책은 일단 시작한 일은 어떻게 지혜롭게 끝낼 것인가? 신중하게 시작하고 하기로 한 일을 어떻게 잘 끝낼 것인가? 에 대한 방법을 어렵지 않게 알려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완벽주의란 놈의 특성을 파악하고 경계하란다. 완벽주의의 특성은 이렇다. ‘작은 성장’ 따윈 가당치도 않다.라고 당당하게 외치고 완벽한 계획이 더 이상 완벽하지 않게 된 날, ‘기왕 이렇게 된 거 뭐. 그만두는 게 어때?’ 라며 기존에 하던 것까지 망치게도 한다. 혹은 내가 해낼 수 없는 것까지 모두 해낼 수 있다고 유혹한다. 재미 따윈 중요하지 않다고 고생스러운 것만 진짜라며 케케묵은 원칙을 내세운다.


그럴듯한 완벽주의의 방해 공작을 알고 제대로 결별하기를 제안한다. 하기로 한 일을 끝내는 경험은 바로 끝내주는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서라는 그럴싸한 이유도 알려주면서. 끝까지 마무리했을 때의 기분을 떠올리면 성취감을 느낄 뿐 아니라 뿌듯한 마음도 느낄 테니까. 내가 해냈다는 그 느낌! 그것은 바로 자기 효능감과 직결된다. 가끔은 행복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반대로 하겠다고 했으면서 하지 못한 어떤 일이 흐지부지 되었을 시엔 좌절감과 수치심을 느낀다. 스스로 면박 주며 괴로웠던 기억들. 이 기분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목표를 줄이거나 달성 기한을 늘려 끝까지 가보라고 이야기한다. 한 번의 결승전을 통과한 경험은 다른 일도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주고 다음 스텝으로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게 도울 테니까.


“목표의 크기가 크든 작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당신은 해냈고 그 사실 만으로도 끝내주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