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서 참 다행이야
"기록된 하루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록되지 않은 하루는 모두 같아 구별되지 않는다. 복제되어 반복되는 하루밖에 갖지 못하는 사람은 신화 속 인물 시시포스와 같다. 기록하라. 날마다 그 독특한 맛을 찾아 적어두라. 그것이 개인의 역사다" 구본형,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중에서
본문에서 인용한 문구가 작가의 기록정신을 보여준다. 작가는 절대 육아 기간을 거치는 동안 엄마로서 아이의 일상을 열심히 기록했다. 단지 기록만 했을 뿐 아니라 그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열심히 읽고 공부했다.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읽은 책들 덕분에 서툴기만 했던 육아도 자신감이 생기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서서히 잠재워졌다."(35p)라고 하면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코칭을 받아가며 육아의 강을 건넜으니 그 시기는 더 특별하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양육기를 지나면서 매 순간 특별함을 나도 경험했으면서 내게는 저 '기록'이 없다. 필요성을 알지 못했고, 가치를 몰랐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때 반가웠다. 이제 엄마가 되려고 하는 이들에게, 막 엄마가 된 이들에게, 초보 엄마로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주변의 젊은 엄마들에게 읽으라고 권하는 까닭이다. 몰라서 하지 못하는 우는, 범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엄마라서 참 다행이야>가 내게 미친 영향은 유별나다. 탁자 위에 놓아둔 책을 남편이 먼저 완독 하는 기이한 일이 일어난 거다. 아이와 엄마가 맞잡은 손, 초록잎이 시선을 잡은 책을. 일요일 아침 거실에서 TV 소리가 나지 않았다. 정좌하고 연필까지 손에 들고 책 읽는 남편 모습이라니. 기쁘다 못해 사랑스러웠다. 읽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는데 그가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놀라웠다. 몰랐단다. 양육 기간 동안 엄마라는 여자 사람이 어떤 감정 상태가 되는지, 얼마나 힘겨운지를.
몰랐다니, 모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랐다. 되돌아보니 "건강하게 드러내기"를 하지 못한 내 불찰이 보인다. 혼자 참았고, 그러다 폭발했다. 참기보다 내가 할 수 있을 만큼만 감당해야 하고, 폭발하기보다 잘 드러내야 했다. 작가는 위기의 순간에 부부상담가를 찾기도 하고 때로 언성 높여 다투기도 한다. 그러한 일은 특별한 경우였을 테고, 일상에서 술술 잘 읽히는 문체 덕을 보지 않았을까. 글을 쓰면서, 건강하게 표현하면서 말이다.
단지 남편의 솔직한 고백을 들었을 뿐인데 눈물 핑 돌더니 이해받았을 때 느끼는 위로가 와 닿았다. 좀 더 일찍 이해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안 할 수도 있었음을 감안하면 감사하다. 위로를 받고 나면, 이해를 받고 나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마음도 먹어진다. 웅덩이를 채워야 물이 흐르듯이 내 안의 감정 웅덩이도 채워져야만 회복된다. 젊은 아빠들도 이 책을 함께 읽기를 강력히 권하는 이유다.
"내가 보낸 하루가 모여 내 인생이 될 테니까. 엄마로 살아서 참 다행이야"라고 시작하는 이야기는 "잘 살아낸 하루가 모여 언젠가는 강력한 빛을 마구마구 뿜어낼지도 모르니까"라며 이야기를 갈무리한다.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는 걸 알고, 아는 만큼 살아낸 작가는 빛을 내기 시작했다. "작가"라는 꿈을 이루었다. 아들이 만들어 준 꿈 명함 덕분에, 꿈 이룸에 닿을 수 있는 정거장을 잘 만든 덕분에, 글쓰기로 사랑도 하고 자아실현도 한 그녀가 마냥 부럽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주섬주섬 노트북을 챙긴다. 배운 기록 정신을 내 일상으로 가져오고 싶어서. (2018년 4월, 내 글을 좋아하는 예술 친구 영남 언니가 쓴 글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