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핑크색 히잡을 쓰고, 평소에 말수는 적지만, 따뜻한 미소로 인사해 주는 듀아는 때마다 항상 아이들 선물로 초콜릿, 사탕같은 군것질거리를 챙겨주는 엄마다. 아이들 충치에 민감하던 나여서 '단것들은 좀 주지말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적게 먹게 하려고, 혹은 너무 달지 않은가 확인하려고 내가 먼저 먹어보곤 했다.
매번 저렇게 포장을 예쁘게 해서 선물을 준다
그날도 그랬다. 이슬람교의 낮동안금식기간인 라마단 Ramadan이 끝남을 축하하기 위한 기념일 이드 알피트르 Eid al fitr에, 듀아는 어김없이 달콤한 것들을 준비했고, 나는 그중 하나를 또 먼저 먹어 보았다.
이럴 수가!
초콜릿이 정말 내가 한평생 먹었던 초콜릿보다 맛있었다. 원래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아 스위스 여행에서도, 샌프란시스코 기라델리 초콜릿 공장에서도 별 감흥이 없던나지만, 이 초콜릿은 달랐다.
달지 않지만 다크 초콜릿처럼 쓰지 않았고, 설탕맛이 아닌 카카오의 달콤 쌉싸름한 맛이 꽤 좋았다. 한입에 물었을 때 이에 너무 달라붙지도, 그렇다고 녹아내리지도 않고, 부드럽지만 적당히 단단한 질감에 씹는 맛까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초콜릿을 싫어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던, 입에 남는 텁텁함이 없었다.
어디서 샀지? 포장지를 다시 보니, 역시 파치Patchi. 두바이에서 선물용으로 인기가 좋은 초콜릿 브랜드이다.
중동의 초콜릿이라니!
두바이를 떠올리면서 대추야자인 데이츠가 아닌 초콜릿을 떠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스위스도 샌프란시스코도 아닌 중동의 초콜릿이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파치는 레바논에서 생겨나 UAE에서 생산을 하는, 중동국가들에서는 꽤 유명한 수제 초콜릿이다. 선물용으로 초콜릿을 주는 게 이제는 별 것 아닌 듯하나, 1974년 일상에서 초콜릿을 선물로 주는 컨셉을 초콜릿 브랜드로 처음 만든 것도 이 파치라고 한다.
두바이 힐즈몰 파치 매장
당연히 발렌타인 데이에 선물로 초콜릿을 주는 풍습만 생각했는데, 원래 중동 문화권에서는 세잎의 엄마 듀아처럼 환대의 의미로 초콜릿, 데이츠 같이 달콤한 것들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브랜드로 만든 것이 하나는, 우리에게 만수르의 간식, 데이츠로 알려진 바틸 Bateel이고,다른 하나가 파치이다.
환대하기 좋아하는 중동문화에, 선물하기 좋은 초콜릿이라니.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가 없다.
그래서 나도 부담스럽지 않게, 가볍게 선물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파치 Patchi를 찾는다. 그리고 가끔은 남편과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라는 핑계로 초콜릿을 사러 간다. 역시 사람은 확언을 하면 안 된다. 내가 이렇게초콜릿을 사 먹을줄이야.
가격은 싸지 않다. 16개 들어있는 초콜릿이 여기 돈 80 디르함, 즉 3만원. 선물용이 아니고서는 선뜻 사기 힘든 가격이나파치는 매번, 크리스마스, 루나 뉴 이어, 내셔널데이, 발렌타인데이, 라마단 등 두바이 답게 다양한 국적의 기념일마다 거기에 맞춰 75개 초콜릿종류에서 딱 맞는 포장의 제품을 구성한다. 그래서 선물용으로 사러 왔지만, 사는 사람조차 구경하며 고르는 재미가 있다. 늘 맛보라며, 아이들 가져다주라며 건네주시는 공짜 초콜릿은 덤.
75가지의 초콜릿
베이비샤워, 발렌타인 데이용으로 포장된 파치 초콜릿
30년 넘게 평생 초콜릿을 사 먹지 않았던, 그것도 고집 센 한국 엄마의 취향이 바뀔 줄이야. 나도 놀랍다. 인생 초콜릿을 두바이에서 만나다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두바이 라이프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발렌타인데이에 두바이의 초콜릿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의 취향이 또 바뀔지 누가 알겠는가?희소성과 맛 측면에선 꽤 성공적인 선물일 것이다.
두바이에서또, 새로운 취향을 찾았다. 마이 스윗 두바이, 파치 Patchi
*마마데이나의 추천 : Prestige
피스타치오가 아몬드와 캐러멜라이즈 되어 들어간 밀크 초콜릿. 씹는 맛이 일품이다. 꼭 시도해 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