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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Jul 08. 2024

차로가도 국경은 국경이다

오만 무산담 돌고래 크루즈 2


남편의 말대로 해외여행이 맞았다. 가깝다고 해외여행이 아닌 건 아니었다.


오만을 차로 가는 경우, 차를 타고 UAE 보더 한번, 오만 보더 한번, 이렇게 두 번의 출입국 심사를 거쳐야 한다.  차량에서 모두 내린 후, 자동차 보험서류, ID, 차량 등록증 등 준비한 서류를 내고 조용히 기다렸다.

오만 보더로 가는 길


아이들 하교 후 늦은 출발을 해서, 2시간 넘게 달려와 배도 고프고, 아이들도 피곤해하고, 모두 지친 상황이었다. 해는 이미 넘어가고 있었다.


뭐든지 빠르지 않은 이곳 사람들의 특성상 느릿느릿 뭔가 서류를 가지고 왔다 갔다 하더니 남편을 불러 말했다.


입. 국. 불. 허


요약하자면 "이 등록증에 너의 이름이 없으니, 오만에 들어올 수없다, 예를 들자면 니 이름이 삼성, 현대는 아니잖아"였다.


우리는 두바이에서 회사차를 타기 때문에, 자동차 등록증에 남편 이름이 오를 수가 없었고, 오만 입국이 잦은 회사차들을 위해 총무팀에서 준비해 준 서류였는데,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입국이 안 된다는 거였다.


보험서류와 운전 면허증엔 모두 이름이 있는데 차량등록증이 문제였다. 뭐가 문제인 건지, 검색을 해보니 우리 같우 경우가 꽤 있어 차를 놓고 걸어갔다는 사람부터, 진짜로 두바이로 돌아갔다는 사례까지 보면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아.. 욕은 이럴 때 하라고 있는 건가.


다시 집으로 가려면 2시간을 돌아가야 하고,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은 온갖 짜증을 내고, 남편도 남편 나름 다 준비한다고 했는데, 무조건 안된다고만 하는 현지인들에게 답답해했다.


괜히 왔다.


무작정 기다려라 는말과 또 느릿느릿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속에 나는 가까운 호텔이라도 검색을 했다. 그러게 몰디브나 가지 왜 여기를 와서 이 난리인가 싶었다. 차량 입국이 이리 어려운 것이었나? 국경을 넘는다는 걸 너무 쉽게 봤다.


회사의 현지 직원분이 아랍어로 전화를 해서 설득도 시켜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결과를 알려주겠으니 무작정 기다리라는 말이 나온 후 40분. 가장 높은 직급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직원에게, 손으로 휙 하고 손짓을 하길래 뭔가 결론이 난 듯했다.


"이번 한 번만이다."


다음번부터는 회사차든 뭐든, 당신의 이름이 찍힌 서류를 꼭 지참하라. 늘 안 될 것 같고, 굉장히 철저한 듯하지만 또 한순간에 무장해제시키는 게 중동 스타일인 건가? 아무튼 통과다. 정말 '슈크란'이다.(아랍어로 감사하다는 뜻)


아이들은 어디 잡혀가는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갈 수 있다는 말에 다시 신이 났다. 나는 보더고 뭐고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이렇게 힘들게 갈 만한 곳인 건가.


통과 후 오만 보더에서 모두 내려 한 번 더 입국심사를 받았다.  이번엔 무사통과. 하지만 숙소까지는 아직 30분이 더 남았다.



보더를 나오니 이미 깜깜한 밤이 되었다.


오만은 돌산길이 대부분이다. 나중에야 이곳이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감탄하기도 시간이 부족한 이란 걸 알았지만 해가 지니 모든 것이 어둠인 길 뿐이다.

이렇게 예쁜 길이 밤에는 어둠뿐

분명 절경이라고 했는데, 무슨 심해에 난 좁은 길을 따라가듯 속도를 줄여 엉금엉금 올라갔다. 반대편 차선에 커다란 짐을 싣고 가는 거대한 화물차 뒤로 이 캄캄한 밤에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너무 어두워 추월도 엄두가 나지 않는 길이다.


"옆이 바다래. 낮엔 예쁘겠다."


남편은 분명, 해안가가 보이는 절경을 보여주며 '봐봐 여기 좋댔잖아'라고 하고 싶었을 텐데, 나는 어서 이 어둡고, 좁고, 높은 길을 벗어나 숙소로 안전하게 도착하고픈 마음뿐이었다.


아이들은 이미 잠들었고, 그렇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거북이가 느린가, 우리가 느린가 시합을 하듯 저속으로 달려, 드디어 오만 무산담 숙소에 도착했다.


이미 깊은 밤이 된 오만



시간은 이미 저녁 8시. 총 5시간이 걸렸다. 시간으로 치면 비행기 타고 이미 몰디브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그렇게 우리의 오만에서의 첫날이, 긴 입국심사와 함께 끝이 났다.


시작부터 어째, 느낌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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