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벌금을 낸다는 것은
두바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의 하나는 횡단보도였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다수여서인지, 횡단보도가 눈에 띄지도 않았고, 신호등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수가 적어서일까, 횡단보도의 효과는 대단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휴대폰을 보면서 길을 건너가도 될 정도로, 횡단보도 앞에 누군가가 있다면, 달려오던 속도가 시속 50km든, 100km든지 대부분의 차들이 바로 멈춘다. 벌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신기했다. 삶의 여유에서 오는 관대함인가? 첫해엔 아이들 손을 꼭 잡고 늘 빠르게 길을 건너던 나도, 2년 차가 되니 두바이 횡단보도에서 그 누구보다 여유 있게 길을 건넌다.
두바이 사람들의 관대함은 비단 횡단보도뿐만이 아니다. 두바이살이 내내, 우리 아이들이 눕건, 뛰건, 큰소리를 내든지 나무라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하나 없었다. 괜스레 제 발 저리듯 나만 '조용', '똑바로 앉자', '가만히 있어' 등 팥쥐엄마같이 늘 잔소리를 해대지만, 종업원이든 다른 손님이든 귀엽다고 아이들에게 미소를 지으면 지었지, 한 번도 뭐라 한 적이 없다. 처음 두바이에 와서 맘을 못 붙이고 떠날 날만을 세던 그 시절에도, 이건 두바이가 정말 좋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매사 관대함으로 넘치는 이곳에서, 아주 매정하디 매정한 것이 하나 있다.
제한속도가 시속 80km이라고 쓰인 도로라면, 시속 100km까지는 벌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단, 시속 100km을 넘어서는 순간, 번쩍하는 카메라 플래시와 함께, 순식간에 약 20만원의 벌금을 맞는다. 과속의 '과'자도 모르는 초보인 나조차도 내비게이션 없이 달리다 순간 시속 102km로 밟아, 20만원을 그냥 날렸다. 조금의 자비도 없었다.
벌금도 굉장히 잘 걸리게 카메라를 곳곳에 많이도 설치해 두었다. 워낙 CCTV가 많은 두바이라지만, 1km도 안 되는 거리에 4개의 속도카메라가 있기도 했다. 특히 코너길에 카메라가 자주 등장해서, 속도 신경쓰랴, 핸들 잡으랴 아주 나는 혼이 나간다.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가는 고속도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140km에서 바로 시속 40km로 확 줄어든다. 급정거가 아니면 바로 벌금이다. 지난겨울, 비행기값을 아끼려고 두바이가 아닌 아부다비 공항으로 가던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15만원 벌금을 받았다. 비행기값 아끼는 게 의미가 없었다.
속도뿐이겠는가. 주차 벌금도 매우 엄격하다.
두바이에서 대부분의 도로 주차는 RTA라는 두바이 교통안전국에서 관리한다. 이 RTA표지판이 붙은 곳이라면 시간당 천 원에서 이천 원 정도의 주차비를 정산기나 핸드폰으로 내야 한다.
주차비는 저렴하지만, 만약 주차비를 안 내거나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면 바로 또 4만원이 부과된다. 며칠 전 치과 치료가 길어져, 주차시간을 미리 연장을 못하고 10분을 초과하자 또 4만원을 냈다. 칼 같은 벌금에 웬만하면 이제는 여유 있게 2~3시간을 미리 주차비로 낸다.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두바이 벌금의 끝판왕은 따로 있다. 바로, 트램.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일반 횡단보도 같은데, 바닥에 TRAM이라고 쓰여있고, 트램이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가 뜨면 무슨 일이 있어도 신호를 지켜야 한다.
자칫 빨간불에 트램이 쓰여있는 횡단보도 앞에 섰다면 일단 심호흡부터 하자. 벌금 5천 디르함, 150만원이다. 물론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벌금이 크다지만, 여행객처럼 두바이 신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다. 여행객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벌금에 대한 두바이가 베푸는 관대함은, 할부 결제가 된다는 것뿐이다.
두바이는 더 이상 산유국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부를 유지하는데 일정 부분은 이 벌금들이 꽤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우스운 생각을 한번 해본다. 그래도 이런 엄격함 덕에, 그 어느 도시보다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우리 역시 두바이에 납세 의무가 없는 외국인이지만, 이렇게 벌금으로 야금야금 두바이에 돈을 내고 있다. 어떻게 모든 것이 좋을 수 있으랴. 다른 관대함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