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도의 5월을 소개합니다.
45도 라구요?
지난 3월 이미 두바이의 기온이 28도로 올랐다. 30도에 육박하는데도 덥지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긴팔, 긴바지를 입었고, 밤에는 서늘하기까지 해 전기장판을 꺼내 잠을 잤다.
아, 나 두바이 사람 다됐구나
한국에서는 그렇게 더위를 탔던 나의 몸도, 두바이에서 지내는 2년 동안, 이곳의 더위에 적응한 듯했다. 돌아갈 한국에서의 추위가 걱정이 되었다.
아니었다.
그동안 두바이가 덜 더웠을 뿐이다
5월이 되자, 언제 추웠냐는 듯 두바이에서 나는 40도가 넘는 더위에 허덕이고 있다. 아직 우리끼리 헬 썸머(Hell Summer)라고 부르는 두바이 7,8월의 진짜 여름은 오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주차장으로 차를 타러 가는 그 순간에도 이미 땀이 등줄기에 흐른다. 아침 7시에 이미 32도였고,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 오후 3시에는 45도를 넘었다. 45도는 만만하지 않았다. 햇빛을 피하려고 두바이 차량 규정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과하게 선팅을 했어도, 10분의 운전 후 차 안이 후끈해졌다. 계란프라이를 차 보넷 위에서 하는 두바이 인플런서의 숏츠가 과언이 아니었다.
비단 기온뿐이겠는가. 두바이 여름의 본격적인 신호는 뿌연 공기다. 물론 3,4월에도 공기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눈에 보이는 하늘과 공기는 맑아서 괜찮겠거니 하며 살았다.
하지만 5월이 되니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대부분의 하늘이 뿌옇다. 아이들의 학교는 공기와 기온이 모두 바깥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Red Weather를 선언하며, 모든 활동을 실내로 돌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모래 바람까지 심해져, 학교에서는 재택수업을 권장하기까지 한다. 물론 대부분 학교를 보낸다. 다행히 영화 미션임파서블에 나오는 그런 모래폭풍은 없지만, 도로에 모래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다.
모래 바람이 좀 시원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어디 건식 사우나에 온풍기를 틀어놓은 느낌으로 불어대니, 숨이 턱턱 막힌다.
우리는 이렇게 답답한 5월이지만, 다홍빛 꽃들이 만개한 봉황나무가 마치 여의도 윤중로 벚꽃나무처럼 두바이 곳곳에서 자태를 뽐낸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던데, 감상할 여유보다는 뜨거운 더위가 내겐 더 크게 다가온다. 이것이 바로 두바이의 5월 더위다.
바깥에서의 이 숨 막히는 더위와는 반대로 두바이의 대부분의 실내시설은 에어컨을 최강모드로 24시간 틀고 있다. 그래서 주차장에서 잠깐의 더위만 참으면, 실내에서는 늘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그렇게 쇼핑몰만 들어가면, 쾌적함과 모두의 긴 옷차림에 여름인것을 잠시 잊는다.
단, 바깥과 실내의 기온차로 유리벽면은 마치 비 오는 날처럼 습기가 차고, 밖으로 나가든, 안으로 들어가든, 문이 열리는 순간에 안경에도 김이 서린다. 이게 추워서 생기는 김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하니 나와 아이들도 두바이를 둘러싼 수많은 바다를 다 뒤로 하고 쇼핑몰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기가 나쁜 날은, 대부분 야외수영장인 두바이에서 수영도 꺼려져, 정말 몰링을 제대로 하며 진정한 실내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몰 안에서 단거리 마라톤경기까지 열리는 걸 보면, 실내로 도망 오는 사람들이 우리뿐은 아닌 것 같다. 아직 5월인데 말이다.
당분간은 기온이 더 오를 날만 남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두바이생활과 함께 시작된 우리의 구릿빛 피부가 실내활동이 많아지는 이 여름의 시작점부터는 점점 하얘지면 좋겠다고 한번 바래본다. 하지만 어째 이 뜨거운 태양의 나라에서 여름을 지내는 사람으로서 사치스러운 소망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