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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그레이스 Nov 13. 2020

수미소락

나는 겁쟁이

이미지출처: 나는 겁쟁이/Largo Piano-Genie


나는 겁쟁이다.

나는 비겁한 사람이다.      


지난날 이 말을 피하기 위해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아니...

어쩌면 이런 자인지 모르고 살아왔던 것이다.    

  

부지런했었고, 열심이었다.

     

약자를 보는 것이 늘 가슴아팠고,

그들을 돕기를 원했고   

  

자연이 파괴되는 것이 속상했고,

그래서 나름 린스도 끊었고,

전기도 아꼈고,

물도 아꼈다.      


그러나

진리로 들여다본 나는

겁쟁이었고,

비겁한 자였다.


가정의 불화에도 나는 아무말도 못했고,

어느날 부터인가 엄마의 넋두리를 모르는척 해버렸고,

오빠들과의 관계에도 손을 놔버렸다.

속한 조직에서는

아닌 줄 알면서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고,

혼날게 두려워,

혹여나 내가 잘 못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

문제를 그냥 묻어두었다.

     

기도만 하면 된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주님이 해주셔야 한다고

나는 그렇게 말씀 뒤에 숨었고, 위선적인 사람이 되었다.

      

사람을 두려워하고,

사람을 의식했다.      


내가 비겁한 사람이라는 걸, 겁쟁이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내가 가진 나의 말씀과, 나의 깨달음과 나의 지식으로

나는 비겁하지 않다고, 겁쟁이가 아니라고

나는 위선자가 아니라고, 나는 잘해왔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합리화를 시키고 또 시켜왔던가...     


아...나는 죄인중에 괴수

한없이 연약하고

깨지기 쉬운 그릇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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