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춤을 춰!!!
오후 5시 먹구름 사이로 섬광이 비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굉음이 울렸다. 순식간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쏟아졌다. 아이가 뛰어가 얼른 방문을 닫았다. 화장실은 금세 빗물이 들이쳐 창가가 흥건하다. 저녁을 차리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름이.... 여름이 저문다.
이탈리아는 여름이 오고 감이 유난스럽다. 해 질 녘이면 어김없이 폭우가 쏟아지고 하루 만에 아침 공기가 달라진다. 창을 열면 밀어닥치던 후끈한 공기가 살짝 소름이 돋는 서늘함으로 바뀌었다.
여름이 지나갔으니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갈 거다. 10시가 넘어 일어나 자정이 다되어서야 잠드는 아이들을 보며 개학하면 어쩌려고 저려나 걱정이 되었는데, 기우였다. 개학을 한주 앞두고 자연스럽게 아침 기상이 빨라지고 당연하게 저녁 취침시간은 당겨졌다. 여름 내내 낮잠을 자지 않고 버티던 둘째는 체력의 한계점에 도달했는지 요 며칠 자진해서 낮잠을 잔다.
6월 중순의 여름 방학이 9월 중순이 되어 종료된다. 징그럽게도 긴 방학이다. 첫째가 9월 부터는 초등학생이 되는데 초등학생은 6월 초에 방학이 시작한다. 여름 방학이 3개월에서 보름이 더 늘 거다. 환장한다.
그런데 마음이 참.....
개학은 기다려지지만 여름의 끝은 아쉽다.
지난 토요일 올해의 마지막이 될 해수욕을 다녀왔다. 마지막은 언제나 아름답지. 그 날의 바다는 유달리 아름다웠다. 잠시 머물려던 바다에서 해 질 녘까지 있었다. 밤이 다가오자 해수면은 더 낮아지고 물은 투명해졌다. 낮의 태양으로 물안은 따뜻했고 아이들과 배를 깔고 누워도 바닷물은 아이들의 하늘을 향해있는 엉덩이조차 가려주지 못할 만큼 낮았다.
어느 하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갑자기 저 멀리 사람들의 환호가 들리고 하늘에 색색깔의 연기가 흩날렸다.
해변에서 파티가 시작되었다. 8월 31일이었다. 8월의 마지막 날이자 여름의 마지막 날. 아쉬운 건 나 만이 아니었다. 여름은 길었지만 아직 여름을 보낼 마음을 채우지 못한 이들이 색색의 가루를 뒤집어쓰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여름의 마지막 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의 라디오에선 "8월 31일은 아직 남아 있어요." 라는 디제이의 멘트가 흘렀다. 여름을 놓아주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마음은 하나같다. 디제이의 멘트가 끝나고 경박하고 B급스러운 이탈리아 특유의 흥겨움이 가득한 노래가 뒤 따른다.
제목은 ostia lido. 로마 근교의 해변 이름이다. 사철로 30분 이면 다다르는 이 해변은 휴가를 떠나지 못한 가족들, 차가 없는 연인들, 가난한 학생들의 낙원이다.
Forse non saremo vip, ma va bene così
Finché ho la birra ghiacciata e due fiori dentro la borsa
비록 우리가 vip는 아니지만 내 가방 속엔 차가운 맥주와 두 송이 꽃이 있으니 상관없어
Cosa importa se sognavi Puertorico?
푸에르토 리코를 꿈꾸는 게 뭐가 중요해?
Ma se restiamo insieme sembra un paradiso anche Ostia Lido
우리가 함께한다면 '오스티아 리도' 도 낙원일 거야
Brucia il sole in ufficio che voglia che hai di scappare
도망쳐버리고 싶은 사무실은 태양에 불태워 버리고
Uscire dall'acqua coperti di sale
소금기로 가득한 물속에서 나와
Mare blu profondo, sulla pelle il ventoIntorno solo gente
Che balla, che balla, che balla
Intorno solo gente Che balla, che balla, che balla
바다는 깊고 푸르고, 피부에 바람이 닿고, 오직 춤추는 사람들로만 가득해
춤춰 춤춰
오직 춤추는 사람들로만 가득해
[ J-AX - ostia lido ]
잠든 줄 알았던 아이가 창밖의 여름밤을 올려다보며 후렴구를 흥얼거렸다.
Balla che balla
(춤춰, 춤춰.)
많은 곳을 날아다니며 올여름을 기억했지만 기록은 아직이다. 이제 여름 내 멈추어있던 글을 쓸 생각이다. 아마도 한동안 여름 이야기만 쓰게 되겠다.
세상에, 나도 이탈리아 사람이 다 됐네.
마치 여름만을 위해 사는 것 처럼.......
어제의 여름이 오늘 벌써 그립다니 말이다.
written by ian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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