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쏘아 올린 작은 공

로마에서 남매 키우기 #37

by 로마 김작가

그녀와 연락이 닿은 것은 인스타 DM을 통해서다. 자신을 스페인에서 남매를 키우는 엄마라고 소개했다. 산티아고 근교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스페인 남편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했다.


짧은 로마여행을 떠나기전, 자전거나라 투어를 신청한 그녀가 혹여나 인연이 닿으면 만날 수 있을까,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두 아이의 이중언어로 고민하던 중 나의 글을 읽어노라 덧붙였다.

여행을 끝내고 비행기를 타기 직전 만남이 성사되었다. 로마의 베트남쌀국수 집에서 어색한 인사를 시작으로 끝이 날 생각이 없는 대화가 오갔다.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자 우린 이별이 다가오는 연인처럼 아쉬워했다.


그녀의 동네에는 한국 식품점이 없어 마지막 일정이 한국 식품 사기였단다. 아이들을 위해 구입한 과자와 라면 사이에 슬쩍 나의 책도 팔았다.

그녀가 말했다. 바닷가 여름 집이 있어요. 올여름 아이들과 함께 오세요. 내가 대답했다. 전 오라고 하면 정말 갑니다. 함부로 초대하시면 안 돼요. 그녀가 말했다. 남편이 바빠 여름에 항상 저 혼자 두 아이와 보내야 해요. 열심히 운동해요. 아이들과의 여름에서 버티기 위해서요. 저의 목표는 홀로 두 아이와 여름을 보내지 않는 것입니다.


세상에,
그녀의 목표가 나의 목표였다.


그녀를 보내고 모든 문제의 결정에 있어 조언을 구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왜 남편이 아니냐 묻는다면, 그의 대답은 한결같기 때문이다. 응, 민주가 원하면 그렇게 해.)


내가 조금 무모해 보이는 결정을 하려 한다. 남편 없이 아이 둘을 데리고 한 번의 만남이 전부인 가족의 초대에 응해 스페인에 가려한다. 너의 생각은 어떠냐? 가라! 나쁘지 않다. 그리고 아느냐 바닷가 작은 마을. 글쓰기엔 딱이다. 애 둘과 글 쓸 상황을 가질 가능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멋진 주제가 또 하나 탄생하지 않겠느냐?


비행기표나 빨리 사라!!
여름의 비행기 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


전화를 끊고 즉시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남편에게 알렸다. 나 산티아고에 갈 거에요. 애 둘 데리고.

그녀가 보내준 동네 바닷가 사진

그날 저녁, 스페인에서 음성메시지가 도착했다.


_넌 어떤 포켓몬을 좋아해? 나 포켓몬 카드를 선물하고 싶은데 언제 올 거야?


음성메시지를 수십 번 반복해 들은 아이는 영상 메시지로 답했다.


_여름에 너희 집에 놀러 가도 돼? 난 개굴 닌자 좋아해. 그리고 나 포켓몬 카드 되게 많아.


스페인의 두 언어의 아이, 이탈리아의 두 언어의 아이. 둘은 동갑이고 포켓몬을 좋아한다.

아이가 보낸 영상메시지, 들뜬 얼굴이 느껴지나요?

작은 나의 글이 스페인에 닿아 로마에서 인연이 되었다. 처음 만남에서 초대를 하였고 바로 받아들였다. 7월, 아이는 스페인의 한 해변에서 6살을 맞이할 거다. 생일선물은 푸른 바다와 스페인 말과 한국 말을 하는 친구가 될 것 같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여정이 순례길이 아닌 고생길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뭐, 그 길이 고행이라 한들 찬란한 여름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할 테지만. 아이는 오늘도 며칠이 더 지나야 그 날이 오는지 묻다 잠든다.

이것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 상상치 못한 만남들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우연이지만 또한 긴 인연의 시작이길 기도한다. 경고하건대 초대해주면 다 받는다. 아이 덕분에 글을 쓰고 그 글이 다리를 놓는다.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어디 있으랴.


작은 글이 쌓였을 뿐인데, 글이 만들어낸 현실이 놀랍고 멋지다.


written by ian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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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로마에 살면 어떨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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