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이탈리아 파스타를 만난다는 것은

그곳 사람들의 영혼을 발견하는 작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by 로마 김작가


11화. 이탈리아 파스타를 만난다는 것은



어릴 적 익숙한 명절날 제사 상의 풍경은 크고 통통한 문어 한 마리, 싱싱한 대게, 상어 돔배기 그리고 생선 전이었습니다. 울진의 할아버지 댁에서 제사가 끝나면 친척 모두 둘러앉아 대게 다리를 양손에 들고 먹는다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 탓에 전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대게는 정말 흔하고 저렴한 음식인 줄 알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시댁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제사상입니다. 무주 출신, 시댁의 제사상에는 돼지수육 덩어리, 고기 완자전과 갖가지 나물들 그리고 닭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이 올려졌습니다. 제사를 끝내고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나물에 밥을 비벼먹는 풍경은 참 생소했습니다.


삼면이 바다로 북쪽은 육지에 남쪽은 바다에 닿아있는 지역적 구조는 참으로 다양한 식 문화와 함께 기질 그리고 언어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런 한국과 가장 유사한 구조의 지형을 가진 나라가 이탈리아입니다. 그래서 정서도 무척 닮은 나라이기도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살면 살수록 한국사람들과 참 잘 맞는 나라라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어쩌면 우리네도 빠름이 아니라 느림이 더 맞는 민족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선비의 여유와 자연을 즐기던 한량의 마음처럼요..)



여기 사람들의 자기네들의 밥에 대한 애정은 대단합니다. 세계 어디를 가든 가장 먼저 쉽게 만나는 음식이 피자고 파스타임에도 자기네 나라에서 먹는 피자고 파스타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볼 때면 요리도 아니고 라면 하나에도 내수용과 수출용의 미묘한 맛의 차이에도 민감한 우리네를 떠올리게 합니다.


런던에 유학 중이던 이탈리아 친구가 명절에 집에 왔다가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께선 케첩에 파스타 소스에 심지어 참치 통조림에 (이탈리아 꺼와 다른 나라 껀 맛이 다르답니다!!!) 거기에 수 일간 먹을 수 있게 라쟈냐를 냉동해서 싸주셨답니다. 한국에서 다시 로마로 돌아올 때 김치를 싸주시는 어머니들 마음이겠죠. (그럼요!! 엄마표 김치와 파는 김치는 엄연히 다른 법!!) 한국과 이탈리아가 가장 닮은 모습이 "밥" 이란 것에 부여하는 가족적인 정서가 아닐 까란 생각이 듭니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주인공이 먹는 장소로 이탈리아를 택한 건 이탈리아가 먹거리가 풍부해서가 아니라 공허한 그녀의 삶에 부대끼며 밥을 먹는 시간들을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로마인들이 이탈리아 반도로 오기 전 북부에는 켈트 족과 리구리아인이, 동부에는 일리리아인, 중부에는 에트루리아인을 비롯한 이탈리아 계열의 여러 민족, 남부에는 그리스인 그리고 수 세기를 거쳐 고트족, 롬바르디아족, 아랍 족, 노르만족 등 다양한 민족이 들어왔습니다. 20세기 초 이탈리아가 완벽한 통일을 이루기 전까지는 (많은 분들이 이탈리아의 통일이라는 단어에 의아해하시더군요.) 피렌체, 나폴리, 토리노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들의 이름은 한 나라의 이름으로 존재했고 심지어 왕정에서 공화정까지 통치의 모습도 서로 달랐습니다. 그래서 각 지역별로 사투리와 억양 기질 그리고 체형도 차이가 납니다.


이 모든 다양성을 그대로 함축하여 보여주는 것이 각 지역의 요리입니다.



엘레나 코스튜코비치의 저서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 에는 무척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1860년 나폴리의 상징이었던 마카로니의 문화적 함축성을 지닌 음식 안에서 말 대신 의사를 전달하는, 소위 ‘음식 코드’로 사용되었다. 당시 파리에서 피에몬테 대사 니그라가 참석했던 축제에서 있었던 일이다. 식탁에는 19세기 이탈리아 통일운동을 주도했던 카보우르 백작으로 변신한 여황제의 시종이 앉아 있었다. 이 시종이 앉은 식탁에는 당시의 역사 상황을 암시하는 몇 가지 음식이 차려졌다.

롬바르디아에서 주로 생산되는 스트라키노 치즈와 고르곤촐라 치즈(롬바르디아 합병을 암시), 파르마 공화국의 파르미자노, 에밀리아 주 볼로냐의 모르타델라, 토스카나의 알레아티코 와인, 시칠리아의 오렌지들이 나왔다. 시종은 맛있게 먹어 치웠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나폴리 음식의 상징인 마카로니가 담긴 큰 접시가 도착했다. 하지만 시종, 아니 카보우르는 여황제가 시킨 대로 이런 말과 함께 마카로니를 거절했다. “아니, 오늘은 이걸로 충분해, 내일 먹도록 나머지는 남겨두어라.” 니그라는 진짜 카보우르에게 즉시 이 일을 알렸다.

이렇게 해서 여황제의 암시, 즉 시칠리아는 양도할 의향이 있었으나 나폴리는 양도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카보우르에게 전달되었다.


이렇게 음식만 지칭해도 그 도시가 나올 정도이니 이는 도시 각각이 얼마나 개성이 뚜렷한지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개성만큼이나 그 자부심도 대단한 이탈리아에 온 여행자들에게서 듣게 되는 당황스러운 말이 있습니다.


“한국 파스타가 이탈리아 파스타보다 맛있어요.”
아마도 이 말은 맛이 없다 보다
“한국의 파스타와 이탈리아의 파스타가 다르다.”
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본고장을 벗어난 음식은 새로운 지역의 기호에 맞게 재탄생되기에 그 고유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탈리아에 처음 발걸음을 하는 이들의 설렘 속에는 대부분 비슷한 상상의 풍경들을 담겨있을 듯합니다. 멋진 남자들 예술의 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들 풍미를 당기는 음식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낡고 거친 첫인상에서부터 그 모든 것을 무너뜨려버리죠. 새로운 나라를 여행할 때 모두 각자의 기대하는 바가 다 있지만 이탈리아는 그 기대감이 여느 나라보다 강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 더욱 크게 분노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이탈리아란 단어 자체가 너무 고급화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요? 고급스러운 나라는 절대 아닌데 말입니다. 심지어 이탈리아 하면, 명품을 떠올리지만 정작 이탈리아인들 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층은 패션업계 종사자가 대다수입니다. 파스타 또한 한국에선 한식에 비해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지만 이탈리아에서의 파스타는 우리네 밥과 같이 끼니마다 먹게 되는 주식입니다. 게다가 한국에서의 파스타 가격 차체가 높게 측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파스타에 들어가는 재료들도 더욱 풍성해지고 국물 문화의 탓에 소스는 양이 더욱 많아진 듯합니다.


이 곳 현지에서 만나는 파스타는 소박합니다. 게다가 보통 파스타 이후 생선이나 고기 요리를 먹기 때문에 파스타에 들어가는 소스나 재료는 심플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파스타를 소스에 “적셔” 먹는다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묻혀”먹는다는 말이 더 맞을 듯합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파스타 세팅엔 숟가락이 없습니다. 남은 소스는 식사 시 같이 나온 빵으로 접시를 닦아내듯 처리하죠. 하지만 소박하고 조금은 단순해 보이는 이 파스타의 매력에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가 싶지 않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편안한 그러나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정갈한 백반의 매력의 매력 같습니다.



종종 파스타 말고 이탈리아 요리를 추천해 달라는 분들도 계신데요. 물론 이탈리아 요리에는 파스타 말고도 무궁무진한 요리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파스타야 말로 이탈리아 각 도시들의 특징을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요리이기에 이탈리아를 여행하시는 분들은 각 도시의 특징적인 파스타를 꼭 맛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럼 말이 나온 김에 가장 먼저 파스타가 시작이 된 시칠리아부터 파스타를 부흥시킨 나폴리,

세상의 중심 로마, 뚱뚱보 도시 볼로냐가 있는 토스카나까지 추천 파스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Sicilia




이탈리아 최 남단 지중해 한복판 남한의 1/4의 면적을 자랑하는 겨울에도 1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온화한 섬, 엘레나 코스튜고비치는 그녀의 저서에서 이 너무나 매력적인 섬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시칠리아는 사치와 빈곤이 공존하며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섬이다.
또한 이곳 환경은 자연이 줄 수 있는 모든 선물을 받았다.
선글라스 없이는 견딜 수 없는 태양의 빛, 푸른 하늘과 바다, 초록 식물과 그 향기들….


12세기 시칠리아에는 ‘잇트리야’라는 건조면이 있었습니다. 시칠리아의 고대 도시 팔레르모 근처에서는 파스타를 대량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파스타를 다른 곳으로 수출하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인데 이 시칠리아의 파스타는 그 이전까지 시칠리아를 지배했던 아랍 세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랍인들은 건조한 날씨에 거주하며 유목적 행동특성을 지닌 민족이었고, 오랫동안 상하지 않으면서 휴대가 간편한 건조 국수는 이들에게 생활의 필수품이었습니다. 이 건조 국수가 자연스럽게 시칠리아로 들어가서 파스타로 발전했을 것이며 마침 시칠리아도 파스타 재료인 밀이 많이 나오고, 국수 말리기에도 안성맞춤인 지방이었습니다. 시칠리아의 풍부한 재료 아랍 등 다양한 문화권들의 영향 그리고 파스타의 만남은 이탈리아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파스타들을 맛보게 해 줍니다.


시칠리아 출신의 친구에게 시칠리아에서 꼭 맛보아야 하는 파스타를 물었을 때 그는 이제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 두 파스타를 저에게 추천해 주었습니다.



Bucadiini con le sarde :


사르데는 이탈리아 말로 정어리를 뜻합니다. 건조 파스타에 관한 한 긴 역사를 자랑하는 시칠리아는 각 지방마다 독특한 파스타 요리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팔레르모 지방의 부카티니 콘 레 사르데(Bucatini Con le Sarde)입니다. 신선한 정어리와 피노키에토라고 부르는 허브, 사프란, 건포도, 잣, 소금에 절인 앤초비 등이 들어가는 독특한 파스타로 9~11세기까지 시칠리아를 점령했던 아랍 요리의 영향을 받은 요리입니다. 사프란의 독특한 단맛과 피노키에토의 기분 좋은 신맛, 팔팔 뛸 만큼 신선한 정어리의 맛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시칠리아다운 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파스타를 처음 만났을 때 파스타에 정어리가 통째로 올려진 비주얼이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맛은 마치 뭐랄까.. 구수한 꽁치를 연상시켰습니다.



Pasta alla norma :


토마토와 가지, 리코타 치즈, 바질로 만드는 이 파스타는 시칠리아 카타니아 출신 빈첸조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1831)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추청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언어 과외를 해주던 친구는 시칠리아 출신이었습니다. 하루는 직접 점심을 준비해 집으로 초대를 해주었습니다. 샐러드에 넣는 오레가노, 올리브 유, 를 보여주며 연신 집에서 보내어 온 것이라며 자랑을 했었죠. 파스타는 가지와 토마토가 들어간 소스를 한참을 끓이는 모습이 너무나 정성스러워 보였습니다. 접시에 올려진 모습은 아주 소박한 파스타구나 생각을 했는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날 그 파스타를 먹으며 아무리 세상에 대단한 이탈리아 요리사들이 존재한다 해도 평생을 먹어온 맛을 기억하고 만드는 이의 파스타는 결코 당해낼 수 없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엄마의 맛을 기억하고 만드는 우리의 김치찌개처럼 말입니다.



Napoli




이탈리아 남부에서 있었던 친구의 결혼식을 마치고 로마로 올라가기 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한 친구들은 나폴리로 향했습니다. 3대 미항의 명성은 온데간데없고 날이 갈수록 악명이 높아지는 현재의 나폴리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거친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차를 끌고 들어가기 가장 기피하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이 도시의 맛의 매력은 그 모든 걱정마저 잊게 만듭니다.


나이프를 대는 순간 새하얀 육즙(?)이 흐르는 모짜렐라 치즈에 풍미 가득한 토마토를 함께 배어 무는 우리 모두의 손가락엔 아무도 반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들 나폴리에 들어서는 순간 노파심에 빼두었던 거죠. 이런, 겁쟁이 이탈리아인들!! 로마인의 위용은 어디로 간 걸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또 나폴리로 향합니다. 먹고 죽자는 나폴리에서 나온 말인 것인가요?!!


건조 국수의 원조는 시칠리아지만 바다 건너 본토인 나폴리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파스타의 르네상스는 나폴리에서 열렸다고 이야기합니다. 나폴리는 파스타의 재료인 듀럼 밀의 산지입니다. 듀럼밀은 글루텐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데 말하자면 강력분 중에서도 강력분인 셈입니다. 게다가 나폴리는 날씨가 국수 말리기에 좋을 만큼 건조했고 또한 파스타를 수출하기 좋은 항구도시였고, 17세기에 파스타 만드는 기계인 나사식 압출기가 발명된 곳입니다. 그 이전만 해도 귀족들만 먹을 수 있었는데 차상위 계층까지도 기계 출현으로 파스타가 퍼져나갈 수 있었으며 그때부터 육식의 부속 식재료였던 파스타가 독립된 하나의 음식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됩니다.


Spaghetti aglio olio e peperoncino :


가장 단순한 파스타인 스파게티 알리오 올리오. 나폴리에선 꼭 말린 고추가 들어갑니다. 지중해 햇살에 새빨갛게 말려진 페페론치노, 그리고 흥건하게 면을 감싸고 있는 올리브 유. 먹고 나면 입술 가득 올리브유로 번들거리게 되죠. 무나 밋밋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파스타 알단테 면의 맛을 느끼기엔 가장 완벽한 파스타입니다. 가장 간단한 조리법의 파스타라고 할 수 있음에도 결코 단순하지 않은 맛을 선사하는 파스타입니다.


Spaghetti alla Puttanesca :


스파게티 알라 푸타네스카(Spaghetti alla Puttanesca)는 그 이름만으로도 한몫을 합니다. 푸타네스카는 '매춘부'라는 뜻을 가집니다. 이런 별스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푸타네스카 소스가 여러 가지 다양한 맛의 재료를 섞어서 만든 잡탕 소스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것도 강한 맛을 지닌 앤초비, 올리브, 케이퍼, 토마토 같은 재료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맛이 강렬해 생겨난 이름입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올리브는 검은색이나 녹색을 올리브보다 작고 향기로운 붉은 포도주 색의 올리브가 들어갑니다. 몇 주간 흐르는 물에 푹 담가 두었다가 염수 처리를 거치면 올리브는 독특하고 부드러운 향기를 머금고 감미롭고 쓴맛이 나는 상태로 변합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사랑하는 파스타입니다.

마치 우리네 청국장처럼 묘한 조화와 매력을 느끼게 하죠.



Roma




고대 로마는 이미 인구는 포화 상태이고 고대부터 외국인과 거주민의 수는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기독교의 시대가 도래했을 때의 로마는 순례 객들로 북적이게 되고 현재의 로마는 여행자들로 북적입니다. 2000년 전부터 지금까지 로마는 언제나 여관과 식당들로 가득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여행자들과 순례 객들의 에너지 보충을 위해서인지 로마의 파스타들은 맛이 강하고 단시간 열량을 내기에 좋습니다. 파스타뿐 아니라 내장요리 또한 발달을 한걸 보면 제대로 몸보신 용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Carbonara :


이탈리아로 여행을 오는 여행객들이 가장 경악하는 파스타가 까르보나라입니다. 한국에선 크림 파스타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있는 데다가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대다수의 메뉴 판이 영어 표기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터에 가장 낯익은 카르보나르를 주문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통 카르보나라에는 크림이 들어가지 않는 데다 소금에 절인 관찰레(Guanciale, 돼지의 턱살이나 볼 살을 소금, 설탕, 향신료 등으로 절여 두고 먹는 저장식품) 혹은 판체타가 (pancetta, 돼지 뱃살을 소금에 절여서 만드는 저장식품으로 베이컨과 유사하나 조금 더 두껍습니다.) 들어가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분들껜 상당히 짜고 느끼하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기본 소스는 달걀 치즈 후추입니다. 단, 조리 시 달걀이 들어가는 포인트가 마지막 면을 부드럽게 감쌀 정도입니다. 거의 반숙의 느낌입니다. (심지어 면에 달걀노른자를 그냥 올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전통방식은 까르보나라에 파르미자노(파르마산) 치즈가 아니라 페코리노 로마노(양치즈)를 사용하기에 훨씬 더 강한 치즈 맛을 내죠. 오죽하면 이 까르보나라를 진짜 좋아하게 되면 이탈리아 사람 다 됐다 란 말을 할까요. 결코 만만한 맛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국식 크림 파스타를 기대한 여행객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치는 파스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맛에 매료되기 시작하면 고소한 이 맛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Bucatini all’amatriciana :


부카티니 알 아마트리치아나(Bucatini all’ Amatriciana)는 로마의 식당이라면 어딜 가나 먹을 수 있는 메뉴입니다. 그만큼 로마인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요리로 원래는 로마가 위치한 라지오 주와 그 동쪽에 위치한 아브루초 주의 경계에 있는 아마트리체라는 지방의 전통음식이었습니다.


아마트리치아나 소스는 관찰레와 토마토, 매운 고추를 이용해 만듭니다. 아마트리치아나 소스는 구멍이 뚫린 빨대 모양의 파스타인 부카티니와 가장 잘 어울리는데 삶은 부카티니에 아마트리치아나 소스를 버무리고 페코리노 치즈를 듬뿍 뿌려 먹습니다. 로마에 오면 반드시 맛보고 와야 할, 한입만 먹으면 그 맛에 반해버리는 추천 메뉴입니다. 참고로 부카티니는 로마에서 특화된 파스타입니다. 1800년대 목축업 위기로 많은 농부들이 아마트리체를 떠나 로마로 몰려들어 식당업에 종사하면서 로마식 아마트리챠나가 발전한 셈인데, 아마트리체 전통의 방식은 스파게티에 토마토소스가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맛입니다.



Toscana




Tagliatelle ai funghi porcini :


이탈리아 사람들은 버섯을 매우 즐겨 먹는데, 그 종류 역시 다양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도 많습니다. 수많은 버섯 중에서도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것이 바로 포르치니입니다. 이것은 향이 무척 강해서 많이 넣지 않아도 버섯 특유의 향을 잘 살려낼 수 있습니다. 이 맛있는 버섯을 이용해 만든 파스타 요리가 바로 탈리아텔레 아이 푼기 포르치니입니다.


푼기 포르치니의 계절이 오면 식당들 앞엔 큰 바구니에 버섯을 쌓아 둔 모습 또한 진풍경인데요. 포르치니를 입에 배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육즙과 행이 퍼지면 가히 황홀할 지경입니다. 버섯 자체의 향이 진하기 때문에 버섯 향을 방해하는 다른 재료를 넣지 않고 마늘 향을 낸 올리브유에 버섯을 볶아낸 후 소금으로만 간해서 소스를 완성합니다. 탈리아텔레 같은 생파스타가 포르치니의 향이 스며들어 그 맛을 제대로 베이게 하는데 안성맞춤입니다.



Penne al ragu alla bolognese :


우리가 보통 미트 소스라고 부르는 라구 소스는 야채와 토마토, 고기 간 것을 오랜 시간 끓여서 만든 소스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지역마다 들어가는 재료나 조리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볼로냐식입니다. 오죽하면 라구 소스의 파스타를 지칭하는 명칭을 파스타 볼로네제라고 할까요. 쇠고기와 돼지고기 간 것, 당근, 양파, 셀러리 다진 것을 볶은 후, 적포도주와 토마토를 넣고 낮은 불에서 오랜 시간 끓여서 만듭니다. 오래 끓여야 제대로 된 라구를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먹기 전에 뚝딱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아닌, 우리의 곰탕처럼 정성으로 끓이고 끓여서 우러나는 맛이라 할 수 있습니다.


라구 소스는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 두었다가 어떤 파스타에나 척하고 한 국자 올려줍니다. 실제로 볼로냐에 가면 유명한 레스토랑에는 마치 한국의 유명 설렁탕 집에서 종일 사골 국물을 우리듯이 큰 솥에 라구 소스가 끓고 있습니다. 토스카나 주의 몬탈치노 등 산 위에 자리하고 있는 중세도시에선 멧돼지 고기로 만든 라구를 맛볼 수 있는데 더욱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탈리아텔레에 얹어 먹는 것이 가장 전통식이지만 펜네 면 구석구석 라구 소스가 채워져 먹는 맛도 놓치지 마세요.



이탈리아의 석학 움베르토 에코의 말을 말합니다.


이탈리아 음식을 만나는 것은 그 지역의 언어뿐만 아니라, 맛, 정신, 영감,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등 다른 지역과는 차별되는 그 지역만의 특징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즉, 시칠리아 사람과 피에몬테 사람, 베네토 사람과 사르데냐 사람을 구별하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이탈리아 음식을 체험한다는 것은 그곳 사람들의 영혼을 발견하는 작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 나라는 아무리 파고들어도 배부르지 않고, 매일매일 그 갈증은 하루하루 더 커집니다.


매일 새롭게 눈앞에 펼쳐지는 유적들과 예술들처럼
그렇게 오늘 또 새로운 맛이 펼쳐집니다.



written by ian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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