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을 줄은 아니까,
지독한 독감이다. 월요일부터 오르기 시작한 열은 끝내 잡히지 않고 이안은 이번 한 주 통으로 결석이다. 열이 잡히니 각혈 수준의 기침이 따라와 약도 죄다 토하다 보니 제발 좀 그만 먹어라, 고 호통치던 시간이 무색하게 밥 한 공기도 비우지 못한다. 이 와중에 올리브유를 배송하는 과정에서 파손건이 연달아 터지고 미국, 일본, 중국, 한국 사고지역도 월드클래스. 여기에 이도 크리스마스 공연에 몸이 둘이라도 부족할 지경. 지난 며칠이 어찌 지나갔나 싶다. 소파와 한 몸이 된 이안에게 말을 붙여본다.
“이안, 돌치레라고 들어봤어? 한국에선 한 살을 돌이라고 하는데 돌 때가 되면 이유 없이 아기들이 열나고 아프고 그래. 그런데 그게 지나고 나면 훌쩍 커서 걷기 시작하거든. 이안이가 10살이라서 지금 10살 치레를 하나보다. 아프고 나면 훌쩍 클 것 같아.”
“엄마, 그런데…
난 이미 걸을 줄 알잖아.
그러면 이게 지나면
나는 거야?”
정신없이 일처리를 하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문득, 이 시간이 지나면 날게 되는 거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