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모르겠는데, 기분이 꿀꿀해.
엄마,
나 이유는 모르겠는데 기분이 꿀꿀해.
우리 나쵸 먹으러 갈까?
수영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안이의 제안에 우린 단골 bar로 향했다. 나쵸를 먹으며 별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
“이안, 많은 사람들이 있잖아. 그런데 어떤 사람이라도 누구나 기분이 꿀꿀할 때는 있잖아. 어떤 사람은 기분이 꿀꿀하면 아무 말도 않고 문 닫고 방에 들어가지. 어떤 사람은 누군가에게 꿀꿀한 이야기를 하며 그 기분을 전달하기도 하고. 엄마가 진짜 잘하는 건 뭔지 알아? 기분이 꿀꿀한데 이유를 모르겠으면 계속 그 이유를 생각하고 찾아. 문제는 그걸 찾으려면 계속 꿀꿀한 기분을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지. 그래서 상관없는 너나 이도나 아빠에게 그 기분을 분출해서 이유 없이 짜증을 내면서 기분을 없애려고 해.
그런데 넌 기분이 꿀꿀하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전혀 엄마에게 그 기분을 전달하지는 않네? ‘꿀꿀하니까 맛있는 걸 함께 먹어야지.’라고 생각한 거야? 덕분에 엄마는 이렇게 맥주를 마시고 이도는 주스를 마시고. 꿀꿀함을 나누면 이렇게 즐거운 시간이 만들어질 수도 있구나 싶어. 되게 건강한 꿀꿀함이다.
이안, 엄마가 약속할게. 네가 꿀꿀할 땐 맛있는 걸 같이 먹을게. 네가 기분 나쁜 이유를 찾지 않게, 기분 나쁜 느낌에 집중하지 않게 할게. 이렇게 맛있는 걸 같이 먹으면서 기쁨으로 가자. 웃게 해 줄게.
이안, 너도 네 친구가 기분이 꿀꿀할 땐, 함께 맛있는 걸 먹어 줘. 알겠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너의 꿀꿀함을 나눠줘. 앞으로도 많이 맛있는 걸 함께 먹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