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어려운 길을 못 가잖아.
주말 게임권을 사용하기 위해서 이탈리아어 책 한 권을 읽고 한국어로 감상문을 쓰기로 했다.
이안이가 처음 쓴 감상문이 당최 이해가 안 되어서 함께 읽고 문장을 수정해 다시 썼다.
이안이 말했다.
“엄마, 이상하게 내가 한국말로 글을 잘 못 적게 된 것 같아. 왜 그럴까? 난 계속 엄마랑 한국말을 하고 토요일마다 한글학교도 가고 일기도 매일 쓰잖아.”
“최근 만화책도 이탈리아 말로만 읽고, 일기도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고… 점점 이탈리아 말로 쓰고 읽는 일이 많아지니까 한국말로 쓰는 게 상대적으로 어려워지지. 말을 잘하면 보통 읽고 쓰는 일도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읽고 쓰는 일은 노력하지 않으면 늘지 않아. 그리고 읽고 쓰지 않으면 말할 때 쓰는 단어들이 항상 비슷해져. 이탈리아 말로 감상문을 썼다면 더 쉬웠을까?”
이탈리말로 적으면 어려운 길을 못 가잖아.
엄마가 어려운 길로 가면 그 어려운 길이 쉬워진다고 했잖아. 내가 이미 아는 걸 계속하면 쉬운 길이 계속 쉬운 길이 되는 거고, 내가 어려운 한국어로 계속 쓰면 어려운 것도 쉬워지는 거니까, 그러니까 난 한국어로 계속 쓸 거야.”
몇 주 전, 수영 대회에 나가기 싫다던 이안이와 쉬운 길과 어려운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하고 다시 나에게 돌려준다.
내가 아이들과 하는 말은 미래의 내가 그 말이 필요할 때 아이를 통해 듣기 위해서가 아닐까?
기꺼이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이안이 덕분에
나도 기꺼이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