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마 김작가 Apr 08. 2024

메일을 보내면 만나자고 답합니다.

연락을 하고 싶은데 하지 않는 것이 너무 겸손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지난주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마음을 전한 그녀에게 차 한잔의 시간을 제안했다.

그렇게 스페인 광장 계단에서 낯선 이와의 티타임을 위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녀와의 시간 동안 생각지 못한 질문과 감탄과 깨달음이 있었다.


한국인은 이탈리아에서 소수의 국적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안이는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에 거침이 없을 수 있나요? 그 부분이 정말 궁금했어요.


해외에서 자라니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함이 이 문화에서 자연스러우니까 그렇다고만 생각했는데 아이는 절대적인 소수의 그룹에 속해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인간개발심리학을 공부한 그녀가 던져준 질문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용기에 대한 이야기.


"메일에도 썼지만 1월 말에 로마에 왔었어요. 그때도 작가님께 글을 쓰고 싶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했어요. 그리고 이번에도 계속 망설였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연락을 하고 싶은데 하지 않는 것이 너무 겸손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생각이요.


제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절대 저를 알 수 없잖아요. 제가 제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잖아요. 그런데 정말 놀랐어요. 메일을 읽고 저에게 만나자고 하실 줄 생각도 못했어요. 남편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작가님이 만나자고 했다고 하니 그러더군요.


그 사람은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려고 창을 열어두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 창은 애초에 열려있었는데
네가 두드린 거다.


"실례지만, 남편분께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물어보아도 될까요?"


"개발자예요. 개인 사업을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연락이 주시면 무조건 만나자고 답을 해요. 예전엔 sns를 했던 이유가 저를 드러내고 알리고 싶어서였어요. 물론 지금도 이유는 같아요. 다만 그를 통해 제가 얻고 싶은 목표가 달라졌어요. 이전엔 유명해지고 싶다던가, 팔로워가 늘면 좋겠다, 사람들이 저나 저의 콘텐츠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었는데요.


지금은 연결되고 싶어서예요.


전 사업이야기도 하고 싶고, 이중언어의 아이들 이야기도 하고 싶고, 해외 육아, 세계의 도서관, 돈, 자기 계발, 욕망 등에 대해 대화하고 싶어요. 처음엔 제 주변의, 제 바운더리의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려 애를 썼어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제가 만날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요. 하지만 다들 관심분야가 다르니까, 때론 너무 제 이야기만 하거나 그런 대화를 해야한다고 강요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러다 sns를 통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연령대의 다양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4년 가까이 작지만 사업을 해 나가면서 크게 느낀 건 이런 거예요. 


익숙하거나 동일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도 
일은 확장되지만 
전혀 상관없거나 
낯선 세계, 분야의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하면 
확장 정도가 아니라 
획기적으로 성장해요.


일이나 세상을 보는 사고의 각도가 얼마나 넓어지고 깊어지는지 몰라요. 종종 직장 생활이 관계가 힘들어서 혼자 일을 하고 싶어서 창업을 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하지만 개인 사업을 하면서 알았어요. 사업이야 말로, 진짜 불편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진짜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하는 분야라는 것을요. 내가 잘 모르고 어렵고 낯선 일들을 해야만 하고 그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야만 나아갈 수 있어요. 


그래서 전 연락을 주시면 정말 감사해요. 이탈리아에서의 삶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엔 쉽지 않거든요.  제 sns는 저는 만나고 싶어요. 이야기하고 싶어요. 연결되고 싶어요.라고 보내는 메시지예요. 그걸 남편분께서 알아보셨다니 신기해요. 아마도 사업을 하시고 개발을 하시는 분이니 보였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나아가는 방향에 더욱 큰 용기를 가지게 되었어요. 용기를 내어 연락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오늘은 제가 계산할게요. 여름에 한국에서 다시 만나면 밥 사주세요. 아주 맛있는 밥으로요."




 


매거진의 이전글 로마 김대표 뉴욕 10일 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