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부탁합니다.
11,12월 가톨릭 평화 신문에서 [신앙단상] 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가 게을러질 무렵,
매주 글을 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news.cpbc.co.kr/article/1159996
김민주 에스더
: 크리에이터이자 작가, 로마가족 대표
첫 째 아이의 이탈리아 초등학교 입학식, 교장은 그림 하나를 보여주었습니다. 15세기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 공방(1470~1475) 에서 그린 토비야와 천사 그림이었습니다. 그림 속에선 눈먼 아버지를 대신해 길을 떠나는 아들, 토비야를 라파엘 대천사가 인도하고 있었습니다. 교장이 부모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여러분, 그림을 보세요. 천사는 소년을 밀지도 끌어당기지도 않습니다. 같이 걸어갑니다. 아래를 보세요. 자갈밭입니다. 천사는 돌을 치워주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아이들에게 돌을 만나게 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직접 돌을 대면해야 합니다. 그들이 배우고 성숙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오늘의 돌들이 내일은 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산을 만날 때, 아이들은 등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의 어려움을 치워주지 마세요. 아이들이 17세 정도가 되면 사춘기가 옵니다. 사춘기가 된 아이들은 문제가 닥치면 포기하고 외면하려 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실망을 하죠. 하지만 그건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탓입니다. 아이들의 돌을 빼앗아버렸기 때문에 아이들은 스스로 어려움을 대면하고 올바른 질문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답을 찾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아이들에게 삶의 방식을 보여 준 적이 없습니다. 나 자신을 깊게 들여보고 생각해야지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나를 알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도 알 수 없습니다. 우린 삶이라는 여행을 통해 우리 자신을 알아가야 합니다. 질문은 중요합니다. 질문은 언제나 우리를 더욱 깊이 들어서도록 합니다. 위기는 아이들을 성장시킵니다. 아이들은 어려움과 함께 머무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의 자갈을 빼앗으면 안 됩니다. 제발, 돌을 치워주지 마세요!”
부모가 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자갈을 치우는 것보다 자갈을 치워주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요.
성경 속, 길을 떠나는 토비야를 보고 우는 어머니 안나에게 아버지 토빗이 말합니다.
[ 그러자 토빗이 대답하였다.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아이는 건강한 몸으로 갔다가 건강한 몸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오. 이 아이가 건강한 몸으로 당신에게 돌아오는 날을 당신 눈으로 볼 것이오. 그러니 여보, 걱정하지 말고 이 사람들 때문에 염려하지 마시오. 선하신 천사께서 토비야와 함께 가실 터이니, 이 아이는 여행을 잘 마치고 건강한 몸으로 돌아올 것이오.” 그러자 그 여자는 울음을 그쳤다.
- 토빗 5,21 -22 ; 6,1 ]
부모가 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비록 자갈만 보일지라도 그 위를 걷는 걸음 곁에 천사가 손을 잡아주고 있다는 것을요.
오늘도 이 이탈리아 땅에서 어려움과 함께 머무는 법을 배워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