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을 못 받았다고 누가 그만둬?

대회는 많아. 계속 있어.

by 로마 김작가


안녕하세요.

로마가족입니다.

어느덧 1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올리브유 주문을 마감하고 농장에서 출고를 확인하고 이렇게 메일을 씁니다.


1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매 주말마다 리듬 체조를 하는 둘째, 이도의 전지훈련과 원정 경기를 함께했습니다.

5살부터 체조를 하고 싶다고 조르더니 6살에 체조 스쿨을 들어갔습니다.

7살부터 선수반에 들어가 9살이 된 지금까지 매주 3일을 두 시간 반 씩 훈련을 합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나폴리에서 대회가 있었습니다. 로마 대회만 나가다가 전국구 대회는 처음이었습니다.

큰 대회를 나가보면 운동에 문외한이라도 탁월한 선수들은 보자마자 알아볼 수 있습니다.

타고난 재능이 보이는 선수들을 보며 체조를 계속하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라 다를까 이도는 무대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무대를 끝까지 해내고 무대에서 퇴장하고 난 뒤에 울음이 터진 아이를 멀리서 바라보았습니다.


이 날 객석에서는 완벽한 무대를 해냈을 때보다 실수를 했을 때 더 큰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점심에 시작된 경기였으니 로마에서 새벽부터 나와야 했는데 경기는 저녁 8시가 다 되어야 끝이 났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은 무대를 준비하고 자신의 무대가 끝나고도 다른 선수의 무대를 지켜보며 응원을 보냈습니다.


무대를 마치고 이도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은 왜 실수를 했어?"


그러자 아이가 답했습니다.


실수를 해도 무대를 끝내고,
중요한 건
여기서 우리가 즐겁게 노는 거라고
선생님이 그랬어.


"체조 계속할 거야? 하고 싶어?"


이도가 무슨 그런 질문이 있냐는 듯 저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메달을 못 받았다고 누가 그만둬?
대회는 많아.
계속 있어.


이도가 체조를 하고 싶다고 조르던 때가 올리브유 사업을 시작하던 때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이가 우연히 체조 수업을 본 날을 기억합니다.

그 어린아이의 눈에도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보였겠지요.

그즈음 전, 처음으로 레몬 올리브유를 맛보았던 것 같습니다.


요리에 취미가 없던 제가 이건 대체 뭘까?

매력에 빠져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저기 올리브유를 뿌리며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던 기억도 납니다.

레몬에 라임까지 들어간 올리브유는 아직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건 꼭 전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이 사업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올리브유 주문을 오픈하면 예상보다 레몬 올리브유를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년 조금씩 레몬 올리브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갔습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한국 시간으로 00시에 레몬 올리브유를 오픈하고 몇 번이나 오픈 버튼을 누르는데 계속 품절이라고 떠서 사이트에 오류가 난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오류가 아니라 오픈과 동시에 품절이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3분, 단 3분 만에 준비한 레몬 올리브유가 동이 난 거죠.

그리고 반나전 만에 햇올리브유까지 미니 사이즈부터 500ml까지 품절이 되었습니다.


올리브유 주문을 마감하고 주말에 이도의 대회까지 다녀오니 긴장이 풀렸는지 속이 뒤틀리고 두통이 와서 어제는 종일 자리에 누웠습니다. 아이들 하교에 맞춰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는데, 전 날 이도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실수해도 무대를 끝내는 것.

중요한 것은 즐겁게 노는 것.

메달 아니라고 누가 그만두냐고 되묻던 것.

대회는 계속 있다는 말.


마치 지난 시간 올리브유를 전하며 겪은 시간들을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문제가 생겨도 올리브유 배송까지 끝내 마치는 것.

힘들다고 그만두지 않은 것.

매년 올리브유를 전할 기회는 계속 있다는 것.


매번 올리브유를 오픈하면 이렇게 느리게 닿는 올리브유를 사랑해 주는 마음이 너무나 감사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그 마음이 더 큽니다.


괜히 쫄아서(?) 레몬 올리브유를 적게 준비했나 봅니다.

다음엔 더 자신 있게 넉넉하게 준비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지난 햇올리브유 때는 준비가 늦어져서 발을 동동 굴렸는데,

이번 주문 건은 신속하게 준비가 되어 이미 농장에서 출고가 완료 되었습니다.

일요일 항공편으로 한국으로 출발하여 다음 월요일에 인천에 도착합니다.

무리 없이 통관이 진행되면 예정대로 2월 둘째 주에는 주문하신 제품들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설 연휴 전이라 혹여 검역이 지연될 수 있으니 매번 그러하듯 매주 운송 상황을 메일로 안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미리 공지를 드리기는 했지만, 한번 더 안내드립니다.

기존 500ml 올리브유 캔은 짙은 올리브 색에 금빛 올리브 무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남부 쪽에 캔 수급이 어려워 이번 주문 건 중 500ml 캔은 올리브 무늬가 없는 단색의 캔을 사용하였습니다. (사진 참조해주세요.)

이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햇올리브유는 이번 오픈으로 주문을 마감합니다.

2026/27 햇올리브유로 돌아올게요.

2026년 11월 주문 오픈 예정입니다.

레몬 올리브유는 5월 마지막 주문 오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로마는 오늘 무척 화창합니다.

맑은 로마의 기운을 전하며

다음 주 올리브유가 한국에 도착하고 다시 메일 쓰겠습니다.


많이 웃는 한 주 되세요.

감사합니다.


로마에서 로마가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