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내어주어 하나를 얻는다
하나를 내어 주어야,
하나를 얻을 수 있다.
아이를 동반했다고 해서 아이를 위한 여행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부가 원하는 여행이었다 해서 부모 위주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여행을 주체도 나고 여행이 간절했던 것도 나다. 그러나 그 여행에 아이를 동반했을 뿐인데 마치 아이를 위한 여행처럼 되어 버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차라리 이건 무조건 아이를 위한 여행이야!라고 작정하면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는다 해도 자꾸만 내 여행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우린 직업과 사는 곳의 혜택으로 여행의 기회가 많다. 하지만 온전히 부부 둘이 꾸려나가는 해외살이이기에 모든 곳에 아이들을 동반해야 한다. 거기에 남편의 직업이 남들 다 여행할 때 가장 바쁜 일이라 나 홀로 아이를 동반해야 하는 여행도 잦다.
아이와 나 둘만의 여행의 시작은 파리였다. 당시 아이는 돌 전이었고 직립보행 이전이었다. 몇 년을 만나지 못한 호주에 사는 친구가 프랑스 남편과 시댁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호주는 너무 멀고 파리라면 내가 갈게 하고 겁도 없이 배낭을 메고 유모차를 끌고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록 마레 지구의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기저귀가 새 급히 스카프로 임시방편 바지를 만들어 입혀야 하기도 했고 골목길에 숨어 똥기저귀를 갈아야 했지만, 그 이후 홀로 아이와 여행을 떠나는 능력치가 치솟았다.
파리를 시작으로 남편이 함께 할 수 없는 시즌에는 둘째를 임신한 몸으로도 거침없이 홀로 첫째의 손을 잡고 여행길에 올랐다. 둘째가 태어났다. 늘어난 짐만큼 힘듦도 늘었고 비행기 삯이 오른 만큼 비용도 몇 배가 늘어났지만 여행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경험 끝에 깨달은 것이 있다. 아이와의 여행을 위해선 매일의 첫 일정은 아이의 위한 일정으로 되어야 한다는 거다. 좋게 이야기하면 아이가 즐거워하는 일정 위주지만 조금 슬프게 이야기하면 모두의 평화를 위한 아이의 비위를 맞춰주는 사전 작업이랄까?
올해 초엔 베를린을 다녀왔다. 회사 세미나 일정이었고 남편도 나도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었지만 두 아이는 휴직인 나의 몫이었기에 남편이 업무를 보는 동안 아이 둘과 베를린을 누볐다.
[슬픈 베를린 일기]
육아 휴직인 줄 알았는데 경단녀였다
매일의 첫 시작이 포켓몬 카드를 사는 것이었다.( 베를린에서 포켓몬 카드 파는 곳이 너무 없는 거지 ㅠㅠ) 그렇게 아이가 원하는 것을 쥐어주고 아이가 즐거워하는 곳을 다녀오면 우리가 원하는 경험이 가능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겠다. 글의 시작에 적어 놓은 전제에는 오류가 있다. 하나를 내어주면 하나의 가질 수 있다고 했지만, 하나를 가지지 못할 때가 더 많다 때론 세 개를 내어주어 겨우 하나를 얻을 때도 있고 거의 대부분은 다 내어주고도 단, 하나를 얻기가 어려울 때가 허다하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여행을 가려고요,라고 한다면 최대한 더 어릴 때 많이 다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안고 다는 것이 버겁지 않을 때가 오히려 여행은 쉬웠다.
걷기 시작하면 똥오줌을 가려주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시련이 몰아친다. 이때부턴 단체여행이다. 각자의 욕망이 부딪힌다. 그런데 힘든 건 여전히 힘든데 이 시점부터 가능한 선 작업이 생겨났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마치 아이가 원하고 해보고 싶은 것처럼 느끼게 하는 작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예를 들면 미술관을 가고 싶은데 애가 힘들어할 것 같다. 그러면 여행 몇 달 전부터 그 미술관에 관련된 색칠공부를 함께한다거나 보고 싶은 작가의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거다.
그러면 여행 중 낯익은 그림에 아이가 즐거워하고 함께 찾아가는 여행이 가능해진다. 물론, 장기 프로젝트로 큰 인내를 요하는 작업이긴 하다. 그리고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크긴 하나 시도해 볼만은 하다.
이 매거진 [자식동반여행] 에서는 아이와 함께 했던 여행지 중에서 추천하는 장소를 기록해 볼 생각이다. 작정하고 아이를 위해 떠난 여행도 있고 우리가 원한 곳이었는데 아이가 즐겼던 곳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장소에서 아이가 좋아했던 곳도 있다.
우리가 계획한 곳에 아이를 데리고 가다가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곳으로 떠나보기도 하다가 어느 날은 아이가 원하는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다. 그런데 점점 우리 모두가 원하는 여행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즐기는 여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자식 동반 여행이 결코 만만치 않지만,
이 모두가
우리의 여행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
결혼의 모든 역경이
함께 하기 위한 과정이듯,
우리의 여행이
가족이라는 이름의 여정임을 잊지 말자.
written by ian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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