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라는 우주가 선물해주는 귀한 순간들

그 순간들이 그림처럼, 시처럼 남아 일상을 아름답게 한다.

by 진아


햇살 쏟아지는 길 위로 사랑이가 탄 킥보드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갈 때


한참을 앞장서 뛰어가던 사랑이가 갑자기 휙 하고 돌아서서는 내게로 두 팔 벌려 달려올 때


아침에 눈뜨자마자 내게로 다가온 사랑이가 "엄마, 나 잘 잤어요. 아침이에요."라고 속삭일 때


너무 일찍 동생과 엄마를 나눠가진 것이 힘든 사랑이가, 갑자기 봄이에게 "나는 봄이 사랑해"라며 봄이를 안아줄 때


말 못 하는 봄이가 안아달라는 말 대신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내밀며 나를 향해 아장아장 걸어올 때


봄이가 어제까지도 전혀 못하던 말을 툭,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때


나지막이 코를 골며 깊은 낮잠에 빠진 봄이의 입에서, 물고 있던 공갈젖꼭지가 툭하고 떨어질 때


두 아이를 양 팔에 안고 동기 둥가 흔들자 아이가 떨어질세라 서로를 잡고는 자지러지게 웃을


하나는 미끄럼틀 위에서 하나는 아래에서 눈만 마주쳐도 까르르르 넘어가며 즐거워할 때


안 자려고 버티던 아이들이 일순간 고요해지면서 새근새근 깊은 숨소리를 낼 때


두 아이를 양손에 잡고 함께 길을 걷는데 행여나 엄마 손을 놓칠 새라 두 아이가 동시에 잡은 손에 힘을 줄 때


외출했다 돌아오면 현관문을 열기가 무섭게 두 아이가 "엄마!"를 외치며 내 품으로 파고들 때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는 두 아이가 함께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며 나를 웃게 할 때


조금 전까지 서로 장난감 하나로 싸우던 아이들이 금세 서로를 끌어안고 서로의 손을 잡고 놀 때


뜬금없이 사랑이가 "엄마, 사랑해"라며 내 목덜미를 끌어안고 사랑을 고백하자, 그 소리를 들은 봄이가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며 덩달아 내 품에 안겨올 때



두 아이가 그저 그런 일상을 한 폭의 그림처럼,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 우주를 새롭게 만드는 일과 같아서, 모든 것이 새롭고 신비롭지만 그만큼 힘들고 버겁기도 하다. 그래도 아이라는 새로운 우주가 주는 선물 같은 순간들이 있어서 그 모든 어려운 순간들을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이 선물해준 그 순간을 통해 나도 조금씩 자라는 중이다. 여전히 부족하고 서툰 것 투성이인 엄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