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의 학교는.

by 진아

그야말로 아비규환입니다.


요즘은 2월 중하순에 새 학교 새 학년을 준비하는 주간이 따로 있어서 미리 회의도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연수도 합니다만. 어떻게 준비해도 3월 2일의 학교는 혼돈 그 자체입니다.


모든 교사가 새 학년 새 업무에 투입되는 데다가, 누구에게 배워서 한다기보다는 스스로 길을 개척(?)해가며 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4년에 한 번씩 근무지를 이동하는 공립학교의 특성상 전임자가 이미 다른 학교에 발령을 받았을 수도 있고, 같은 학교에 있더라도 다들 자기 업무 파악에 바빠서 꼼꼼히 인수인계를 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게다가 맡은 일이 담임일 경우에는 새로 맡게 된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요. 나눠주고 돌려받아야 할 자료들까지 넘쳐나서 자칫 하다가는 정신을 반쯤 놓은 채 하루를 보내는 일도 여사입니다. (담임선생님들, 정말 고생하십니다. 늘 존경해요.)


저는 5년 만에 복직인 데다가, 오늘은 3월 2일 혼돈의 개학날이다 보니 정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어요. 급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엉덩이 한 번 붙일 틈이 없었네요. 퇴근길에 차에 올라타는데 종아리가 욱신거리더라고요.



저는 올해 아이들이 어려서 담임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미리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행히 양해를 해주셔서 담임이 아닌 업무 전담이 되었어요. 맡은 일은 교육과정기획이라는 업무입니다. 학생들의 교육과정을 짜는 업무 부서의 일이에요.


지금 고등학교에는 ‘고교학점제’가 시범 운영되고 있는데요.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를 말해요. 학생들이 전처럼 학교에서 짜준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고 실제 수강신청까지 해서 개별적인 시간표를 작성하게 되는 제도예요. 학생들의 과목 선택의 자율권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진로와 연계된 수업을 미리 경험하게 하며, 교사들은 보다 깊이 있는 수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해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같은 반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에요. 공통적으로 배우는 과목은 교실에서 수강하지만, 그렇지 않은 과목의 경우에는 각자 해당 강의실로 이동을 해서 수강을 해요. 이때 다른 반 아이들과 합반을 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다른 학교의 강의를 온라인 수업을 통해 수강하기도 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모두 같은 시간표로 수업이 진행되어도 정신없이 바쁜 3월 2일인데) 오늘 저는 정말 혼이 쏙 빠질 것 같았어요. 제 부서의 부장님은 이미 선택한 과목을 바꾸겠다는 아이들의 민원(변덕일지도^^;;)을 들어주느라, 저는 수십 종의 다른 교과서를 정리하느라 쉴 틈이 없었어요. 과목이 많아지다 보니 교과서도 다양하고, 갑자기 과목을 바꾼 아이들의 교과서도 교체해줘야 하는 데다가, 이전에 채 배부되지 않은 교과서까지 배부해야 했거든요.


그 와중에 첫 수업에 들어가 50분간 제 소개도 하고 아이들의 소개도 듣고, 수업 방향에 대한 오티도 했어요. 그래도 수업에 들어가니 힘이 나더라고요. 오랜만에 수많은 아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국어'를 말하니 막 설레기까지 했어요. 아이들이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얼굴과 이름을 연결하기까지는 꽤 오래 걸리겠지만, 이 아이들과 얼른 가까워져서 하하호호 웃으며 수업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사실 오늘은 애들이 너무 낯을 가리더라고요. 쉬는 시간에는 복도가 떠나가라 떠들더니..)




아무튼.

참 멀고(편도 1시간 10분 걸렸습니다.),

참 긴장되고,

참 바쁘고,

참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재밌고,

두근거리고,

설렌 하루이기도 했어요.


쭉 그럴 수 있기를 소망해보며, 복직 첫날이자, 개학 첫날의 교단일기를 마칩니다.

앞으로 학교현장의 이야기와 수업 이야기로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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