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책방소풍', 동두천 '잘될 거야, 책방' 북토크 후기
지난 주말, 경기도 양주와 동두천에서 <다정한 교실은 살아 있다> 첫 북토크를 했습니다. 이전 책들도 독자를 만나는 자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번처럼 제대로 된(?) 북토크를 한 건 처음이었어요. 따로 진행자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저 혼자 한 시간 분량의 이야깃거리를 준비해야 했는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더라고요. 독자님들의 연령대도, 관심사도, 성별도 알 수 없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자리다 보니 처음에는 갈피조차 잡기 어려웠어요.
"한 시간 동안 작가님 이야기를 하신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준비해 보세요."
출판사 대표님의 다정한 문자를 받고서야 조금 안심이 되었어요. <다정한 교실은 살아 있다>라는 책에 이끌려 저를 만나러 오시는 분들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교육계에 관심이 있는 분은 확실하실 테니 그 부분에 집중을 해보자 싶었어요. 지금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제가 다정한 교실을 말하고 싶었던 이유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했던 많은 수업들 중에서 가장 특별한 수업이었던 글쓰기 수업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나눠보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시는 많은 동료 선생님들께 희망이 되어드리고 싶다는 마음까지 전한다면 충분하겠다 싶었습니다.
북토크 자료를 만들고 몇 번이나 연습을 하느라 전날 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했습니다. 모든 작가님들이 그러실까요. 정말 너무 떨리고 설레서 잠이 안 오더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겁도 났어요. 일요일 오후를 내어주신 분들께 실망감을 드릴까 봐.
북토크 당일, 새벽 여섯 시 사십 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해 뜨는 시간이 많이 늦어졌더라고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꺼내 입은 코트 속으로 찬바람이 들이쳤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춥지 않았어요. 저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휴일을 내어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온몸에 온기가 돌더라고요. 뿐만 아니었어요. 이번 책의 추천사를 써준 제자이자 이제 함께 교직의 길을 걷는 후배 교사 L과 함께 가는 길이라 더욱 따스했습니다.
서울역까지 두 시간, 다시 양주까지 한 시간, 첫 북토크 장소인 '책방소풍'까지 삼십 분. 거의 네 시간쯤 차를 타고서야 첫 북토크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바깥은 추웠지만, 책방 안은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덕에 봄처럼 따스했던 그곳에서 첫 북토크를 했어요. 얼마나 따뜻한 시간이었는지. 아이들 이야기에, 수업 이야기에 함께 웃고 울어주신 분들. 학교 현장에 대한 여전한 믿음을 보여주신 분들. 비슷한 경험을 나눠주시고 공감해 주신 분들. 그분들의 끄덕임과 미소에 얼마나 힘이 났는지 몰라요.
책방소풍에서의 첫 북토크를 잘 마치고, 다시 삼십 분 이상을 달려 도착한 동두천의 '잘될 거야, 책방'. '책방소풍'이 봄의 한낮 같은 곳이었다면, '잘될 거야, 책방'은 가을의 해 질 녘 같은 곳이었어요. 아늑하고 따듯한 곳에서 열린 두 번째 북토크. 첫 번째보다 조금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고, 제 책을 미리 다 읽고 와주신 분들도 있어서 더 용기가 났던 시간이었습니다. 제 말 한마디에 소녀처럼 까르르 웃어주시던 분들, 글쓰기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보여준 진심에 같이 울어주신 분들, 오히려 저에게 '잘하고 있다, 멀리서도 응원하겠다, 자부심을 가지시면 좋겠다, 더 많은 분들께 책을 소개하겠다' 큰 힘을 주신 분들. 모두 잊을 수 없는 얼굴로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양주와 동두천, 책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에 한 번도 가지 않았을지도 모를 두 도시가 제 안에 이토록 애틋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책으로 연결된 분들 덕분에 두 도시를 떠올리면 햇살과 노을이 동시에 떠오를 것 같아요. 얼마나 특별한 경험이었는지요.
두 책방지기 님들과 헤어질 때 같은 약속을 했어요. 머지않은 어느 날, 꼭 다시 만나기로요. 소풍 가듯 '책방소풍'에 들러 또 책이야기 할 날을 꿈꿉니다. '잘될 거야, 책방'에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 무엇이든 잘될 거다' 응원의 말을 듣고 또 전할 날을 꿈꿉니다. 작가로서 독자를 만나는 일은, 다음을 기약하게 하는 마법 같은 일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이번 책은 쓰는 과정에서도, 쓴 후에도 어렵고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더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 책을 쓰지 않아야겠다는 교만한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안될 것 같아요. 계속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아남아, 누군가에게 웃음과 눈물, 용기와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열심히 쓰는 삶을 살아갈 테니, 저의 독자가 되어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