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정말로 행복하다.

육아의 길, 멀고도 험하지만 눈물겹게 행복한 그 길 위에서.

by 진아

“아이고, 다크서클에 얼굴 핼쑥한 거 봐라. 얼굴이 보지도 못하겠다.”

“대체 요새 잠은 좀 자나?”

“언니야, 언니가 행복해야지, 애들도 행복하게 키우지.”

“적당히 해라, 적당히. 그렇게 힘들어서야...”

“너 보면 나는 애 그냥 키운 것 같다.”


요즘 들어 아주 자주 듣는 말들이다. 안색이 안 좋다거나 피곤해 보인다는 말은 진작부터 들어온 말이지만 근래에는 내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나의 요즘이 그렇게 보이나 보다.



나의 두 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그저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아니다. 고집도 세고, 예민하고, 낯도 많이 가린다. 그렇다 보니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날을 세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안면이 있는 사람들, 심지어 자주 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까지도 쉬이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할머니나 할아버지에게는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애교도 부리고 말도 잘 하지만, 만나서 첫 20분 정도는 나와 신랑 곁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모두를 조금은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니 누구도 두 아이에게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또 두 아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도 쉽지 않은 어쩌면 아주 어려운 아이들이다.


하지만 내게만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두 아이의 웃음소리와 목소리, 눈빛, 말투,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하나 부족할 것 없이 귀하고 사랑스럽다. 그런 두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물론, 요즘 두 아이가 나를 너무나 힘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는 동생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여 스트레스성 빈뇨 증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낮잠을 안 자려고 버티며 심한 잠투정을 하는 것과 밥 먹기 싫어서 삼 시 세끼 무기력하게 식탁 앞에 앉아서 버티는 것도 여전하다. 둘째는 점점 고집이 세져서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20분이고 30분이고 뒤로 넘어가며 울며 악을 쓴다. 역시나 밥을 안 먹고 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하는 통에 밥 먹이는 데 온갖 에너지를 다 써야 한다. 그러면서 두 아이가 붙기라도 하면 정말 둘 다 공룡이라도 된 듯이 으르렁거리며 투닥거리는 통에 둘을 뜯어말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새벽 6시, 눈뜨자마자 밥 대신 군것질을 하겠다는 첫째를 설득하는 것을 시작으로 안 먹는 두 아이를 식탁 의자에 앉혀 아침밥을 먹이고, 겨우 양치를 시키고 나면 서너 시간을 온몸으로 놀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점심시간이라 급하게 점심을 준비해서 또 안 먹으려는 두 아이를 앉혀 점심밥을 먹이고 양치를 시킨다. 그리고 나면 두 아이의 낮잠 시간인데 둘째는 금방 잠이 들지만 첫째는 끝끝내 울고 짜증을 부리면서도 낮잠 자기를 거부하고 논다. 그러길 두어 시간, 아이들 간식을 조금 챙겨주고 다시 두어 시간을 놀고 나면 저녁 시간이다. 저녁을 챙겨 먹이고 목욕과 양치를 시킨 뒤 두 아이가 먹는 유산균제를 챙겨 먹인다. 그리고 어질러진 집을 아이들과 함께 대충 정리하고 8시 전후로 아이들을 재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주 순탄하게 지나가는 하루도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두 아이 중 하나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떼를 쓰거나 울고 보채기 시작하면 영혼까지 모두 내어놓는 느낌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런 나의 하루를 어쩌다 보게 된 엄마나 시부모님은 언제나 혀를 끌끌 차시며 나를 걱정하신다. 가끔 울컥하는 마음에 가까운 친구나 동생에게 하소연을 쏟아내면 그들도 마찬가지로 나의 삶이 불행의 언저리에 있는 것은 아닌가 염려를 한다.


그런데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정말로 행복하다.

정말 너무너무 힘들고, 가끔은 주저앉아 울고 싶을 만큼 버거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기엔 두 아이가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제 대화가 되는 첫째와 이러쿵저렁쿵 수다를 떠는 시간이 즐겁다. 자전거 타는 데 푹 빠진 첫째를 데리고 나가 자전거를 밀어주며 이른 아침의 바람과 늦은 오후의 햇살을 맞는 것도 행복하다. 동물과 공룡에 푹 빠져 있는 첫째와 퀴즈 놀이를 하며 “정답입니다~!”를 외치는 것도 재미있다.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둘째가 새로운 단어를 내뱉을 때는 짜릿하다. 애교가 많은 둘째가 갑자기 내 목을 끌어안고 제 얼굴에 내 얼굴을 비비댈 때는 가슴이 뭉클하다. 이제 제법 말을 알아듣는 둘째에게 뭔가를 지시했을 때, 재깍 그 행동을 할 때면 아이의 성장이 신비롭다. 그렇게 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자주 힘들지만, 더 자주 행복하다.




아마 많은 엄마들이 그럴 것이다. 너무 힘들다고, 아이들 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하는 엄마들은 거의 만나지 못했다. ‘나’를 내려놓고 ‘엄마’로 사는 일은 분명히 버겁고 힘든 일이지만, 정말이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가 없다.



나는 지금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길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걸었다. 선택하기 전에는 주변에서 무슨 말을 들어도, 힘들거라 짐작은 했지만 그 길이 대체로 꽃길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길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외나무다리와, 어두운 동굴, 크고 작은 돌부리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자주 넘어졌고, 자주 아팠다. 그러나 넘어지고 일어서며 걷는 동안 아름다운 꽃도 수없이 만났고, 머리를 쓰다듬는 살랑 바람도 맞았으며, 따사롭게 번지는 햇살도 받았고, 아슴푸레 지는 붉고 아름다운 노을도 보았다. 그렇게 넘어지고 쓰러지는 순간마다 나를 일으키는 눈물겹게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났다.

힘겨운 육아의 길에서 만난 빛나는 순간들




그러니 너무 걱정들 하지 않으셔도 된다. 나는 충분히 행복하고,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살아가고 있다. 두 아이는 어렵지만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아이로 잘 자라고 있으며, 지금 잠시 잠깐 힘든 순간은 금세 지나갈 것이다.


나처럼 매일이 쉽지 않은, 가끔은 울고 싶을 만큼 힘겨운 육아의 길을 걷고 있는 엄마, 아빠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 스치듯 지나치는 행복한 순간들을 잊지 말자고. 그런 순간들이 어쩌면 진짜 행복일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지금 충분히 행복한 날들을 잘 살아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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