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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May 20. 2022

꾸준함에도 밀당은 필요하다

그것이 취미일지라도...

취미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즐겨하는 일을 의미다. 흔히들 취미생활이 뭐냐는 질문에 각종 악기 연주나 음악 감상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음악이 나의 '업'이었던 시절 나는 매일 치열하게 연습하고 공부하며 연주를 고민해야 했다. 그러니, 그 좋은 음악을 취미로만 즐길 수 있다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을 따름이었다.


여전히 나는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 배경 음악을 틀지 못한다. 내 온 신경과 귀가 음악을 향해 있어서 정작 집중해야 할 내용이 눈에서만 겉돌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내게 있어 배경 음악이란 대체적으로 식사 시간 정도에나 가능할 뿐이다.

내가 음악을 내려놓고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호주에 계시는 내 스승님께 소식을 전하며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제야 진정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사실 어떤 일이든 '취미'로 할 때는 대체적으로 재미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먹고사니즘을 좌우하는 '일'로 다가올 때는 절실한 만큼 재미의 반감 정도는 거의 수직 낙하 수준에 이른다. 내게는 음악이 딱 그러했었다.




단순히 '취미'라는 말의 의미란 그저 '시간이 날 때 하는 여가 활동' 정도로만 평생을 이해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문요한 선생님의 '오티움'이란 책을 읽고, 취미라는 것의 새로운 단면을 바라보게 되었다. 과연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내게 정말 힘을 주는 나만의 휴식이란 무엇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시간이 생긴다고 쉬는 것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른도 몰입할 수 있는 놀이가 필요하다는 점을 특히나 강조하고 있었다.


내 영혼에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 오티움


오티움이란 라틴어로 '여가 시간'을 의미한다. 문요한 선생님은 오티움에 대한 다섯 가지 기준을 설정해 주셨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결과나 보상에 상관없이 그 활동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즉, 좋아서 하는 활동이다.

둘째,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일상적'이어야 한다.

셋째, 스스로 주체가 되어 선택하고 즐기고 배우고 심화시킬 수 있는 그 무엇, 즉, '자기 주도적'이어야 한다.

넷째, 깊이를 더해가며 '배움의 기쁨'이 있다.

다섯째, 그 활동 자체만이 기쁜 것이 아니라 그 활동으로 인한 기쁨이 확산되어 삶과 관계에 활기가 생겨야 한다.


나의 오티움에 대해 잘 생각해보니, 현재 바로 떠오르는 것은 바로 글쓰기 하나뿐이다. 결과나 보상에 관계없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어쨌든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며 절대적으로 내가 주체가 되는 일이다. 더구나 많이 쓸수록 스스로 깨닫는 바와 배움이 분명 크게 존재하고, 글쓰기를 함으로써 내게는 좋은 일과 사람들로의 연결이 일어났다. 이렇다 보니 나의 오티움은 글쓰기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반의 정의에 대입해봤을 때는 글쓰기가 내 영혼에 자양분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임에는 분명 하나, 때로는 다양한 이유로 인해 쓰기를 멈추게 되는 글럼프는 여지없이 찾아오곤 한다. 그래서 이게 정말 자신 있게 나의 '오티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뭔가 오티움이란 표현까지 적용하려면 내가 좋아 열의를 다해 임하면서 나에게 기쁨을 주는 활동이어야 하는데, 가끔씩 글쓰기를 멈추게 될 때면 이게 아닌가 싶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미 생활로 삼고 있는 것이 그 무엇이건 간에, 그것들을 향한 마음에 슬럼프와 권태기가 전혀 없던가? 그렇지 않다. 우리 인간은 무엇을 하든지 열심을 다하는 때가 있다면 분명 지치는 때와 귀차니즘의 저주에 걸려드는 때가 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내가 짜장면이 너무 좋아서 매일 짜장면을 먹는다면 어떻게 될지 안 봐도 뻔하지 않던가.


그래서 나는 가끔씩 쓰기를 멈추게 되더라도 위축되지 않기로 했다. 중요한 건 잠시 멈춤을 경험하더라도 다시금 돌아와 글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 더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람 간에도 건강한 관계를 위해선 가끔씩 서로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던가. 몰입할 수 있는 놀이라는 정의에 매몰되어 몰입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지 말고, 내 영혼에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인 글쓰기와 오래오래 끈끈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적정 거리를 잘 유지하고 싶다. 그렇게 적절한 밀당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오티움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취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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