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취미활동
주말 오전,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처음에는 그러다 일어나겠지 했는데 몇 시간째 뒹굴거리며 미동도 없는 것이다. 슬슬 신경이 쓰여 한마디 했다. "왜 그러고 있어?" 이유가 궁금하기보다 뭐라도 하라는 의미로 한 말이었다. 아이는 "그냥"이라고 짧게 이야기하며 계속 누워 있었다. 속에서 부글부글 화가 올라왔지만, 대화를 이어갔다. "이제 그만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어때?"라며 뾰족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아이가 대뜸 물었다. "꼭 뭘 해야 해? 아무것도 안 하는 날도 있어야 한다고!" 그 말에 말문이 막혔다. 그렇다. 아이의 말이 맞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날도 있어야지.
주어진 빈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힘든 이유는 무엇일지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대부분 쉬는 시간도 없이 너무 많은 일을 하는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휴식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휴식 시간에도 잘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쉴 때조차 긴장을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무언가를 자꾸 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애쓰는 마음' 그런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올 때면 고양이의 생활을 지켜본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야만 한다는 생산성 강박에 빠진 현대인들. 이런 현대인들의 시선으로 고양이의 일과를 지켜본다면, 아마 놀라울 정도로 심플하고 단순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하루 중 대부분은 잠을 청하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밥 먹기, 용변 보기, 산책하기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잠을 자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고양이는 주어진 여가시간을 '자연을 바라보는 것'에 사용한다.
글이 흘러 흘러 여기까지 왔다. 요즘 나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여가 시간을 고양이에게서 배운 자연을 바라보는 것에 사용한다. 이것이 현재의 내가 즐기는 취미생활이다. 햇볕이 따사로운 날에는 빨래를 널기보다 자연에 나를 널어보기,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과 초록 잎사귀를 두 눈 가득 담아내기, 우연히 발견한 담벼락 표 장미꽃은 스치지 않고 사진 찍어 간직하기...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자연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은 고양이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핸드폰 배경 화면에 무조건 자연이 들어있다더니, 나도 그렇다. 어린 시절에는 보지 않고 지나쳤던 자연이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날씨를 즐길 줄 알고, 풍경을 느낄 줄 알면서 자연에 반응하는 내가 보였다.
나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에 마냥 애쓸 수 없다. 애를 쓴 만큼 다시 충전하는 시간도 확보되어야 한다. 나에게 주어졌던 한정된 에너지는 애쓰는 시간에 모두 사용해버리고 없는데, 자연을 바라보다 보면 내 안에 소모된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너무 애쓰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취미활동! 온전한 휴식, 나에게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을 담아가고 있습니다. 5월의 주제는 <취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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