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정도 폭주 기관차를 닮은 것 같다. 뭔가에 내리 꽂히면 앞만 보고 직진이다. 아무래도 더 젊은 시절보다는 열정과 스피드 면에서 현저히 떨어짐을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뭐든 시작하면 해내야만 직성이 풀리고 끝장을 봐야 끝이 나는 것이다.
사실 최근 몇 년 들어 생긴 증상인 것 같은데, 문제는 한번 열심히 열정을 쏟아내고 나면 그다음은 나사가 다 풀어져 도망가망가진 기계처럼 늘어져 지내는 기간이 생긴다. 그야말로 정신줄만 겨우 붙들고 있는 상태라고나 할까.
최근 몇 주가 내게 그런 시간이었다. 남아있는 배터리를 탈탈 털어 다 써버리고 100% 충전까지 세월아 내 월아 기다려야 하는 오래된 스마트폰 기종처럼 그저 충전기를 꽂은 채 널브러져 지내는 상황.
그렇게 지내면 마음에 휴식이 찾아오고 재충전이 될까? 내 경우엔 그렇지 않다.
몸도 휴식이 필요하니 제 알아서 펼쳐놓은 행주처럼 퍼지는 거겠지만, 사실상 열심히 달리던 마음은 갑자기 멈춤을 맞이하면 재빨리 당황 버튼을 켜버린다. 그렇게 늘 마음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불안'을 껴안고 사는 건 사실 나의 고질병이다. 쉼을 쉼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아주 못된 병.
그렇게 기분이 가라앉아 지내게 되면, 실로 모든 것에 '부정'의 기운이 덮어 씌워진다. 내가 하는 것들이 뭔가 다 부족해 보이고, 만족스럽지 못하고, 그래서 다시금 기분이 가라앉고... 말 그대로 악순환의 연속이 돼버린다. 그렇게 기분이 안 좋으니 말 한마디도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 기대치 않은 짜증과 꾸지람의 말이 튀어나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그로 인해 기분은 더 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악순환의 고리는 어떻게 끊어 버려야 할까?
한때 나의 안 좋은 기분 상태로 인해 자꾸만 아이에게도 잔소리와 꾸지람이 나가는 것을 더는 두고 보면 안 되겠다 싶어 방법을 찾는다고 몇 가지 책을 구해 읽어봤었다.
그런데, 책에서 제안하는 방법이란 의외로(?) 너무 간단한 방법이었다. 바로 매 순간 감사의 말을 하고, 감사 일기를 써보라는 것이었다.
'본질 육아'의 저자 지나영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생각 회로가 감사로 바뀌면 시상하부가 활성화되면서, 몸이 편해지고 호흡도 편해지며 혈압, 잠, 식욕 등이 전체적으로 조절된다고 한다. 동시에 세로토닌과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증가하는데, 이들은 각각 행복이라는 감정과 동기 부여에 동원되는 호르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감사하지 않는 사람이 긍정적이기는 어렵고,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점점 더 성장하며 행복할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최근 이 '말'의 위력에 대해 강력히 피력하는 연구과 경험담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단순히 어떠한 의지를 생각만 한다면 그것은 생각에 그치고 말지만, 그것을 써내려 '시각화'하고 반복적으로 읽거나 말을 함으로써 나의 무의식에 '각인'시키면 생각은 곧 나의 행동이 된다고 한다. 즉, 내가 입 밖으로 내어 말을 할 때 실제 생각은 '효력'을 가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매사 '감사'의 말을 입 밖으로 많이 내어놓을수록 나는 감사가 넘치는 생각이 가득 차 실제 감사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너무도 당연한 말이건만, 실상 우리는 살면서 그렇게 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던가. 이토록 언어라는 것의 대단함을 우리는 얼마나 간과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말이다.
지나영 교수는 긍정적인 마음자세와 감사 요법, 거기서 더 나아가 회복 탄력성까지 그 모든 것들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 역시 감사함을 생각으로만 그치지 말고,써보고 말로 표현하며 각인시키라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이다. 대책 없이 어두운 마음의 구덩이를 파고 또 파는 어리석음은 그만두고, 매일의 순간순간에 감사의 말을 내뱉는 수 밖에....
나 스스로에게도 좀 더 다정하고 너그럽게 이야기해줘야겠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표현해봐야겠다. 내 주변에 사랑과 감사의 말이 넘쳐나도록, 긍정의 기운이 넘쳐나도록...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언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