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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상식 #29 <청교도>

by 빈첸조 벨리니

by 마마뮤

어디 가서든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함부로 꺼내는 게 아니라고들 말합니다. 단순히 생각의 다름을 넘어 각자의 신념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쉬이 굽히려 들지 않고 또 그만큼 치열합니다. 그래서 일어난 전쟁이 역사 속에 수도 없이 많았지요.

17세기 영국에서 발생했던 종교 개혁의 한 형태로 청교도 운동이 있었습니다. 헨리 8세가 조강지처와 이혼하기 위해 가톨릭교회와 결별하고, 스스로 종교가 되기를 자처하며 영국 성공회를 만들었어요. 그의 개인적인 욕망 때문에 영국의 종교 지형에 큰 균열이 일어났고, 이후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개신교) 간의 격렬한 종교 갈등을 겪게 되는 씨앗을 뿌리게 됩니다.


이러한 청교도 운동을 배경으로 하여, 종교와 정치로 갈라진 시대 속에서 개인의 사랑과 광기를 담아 하나의 오페라로 탄생시킨 이가 있으니 바로 벨리니였습니다. 그는 19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벨 칸토(Bel Canto)' 오페라 장르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노르마>, <몽유병의 여인>, <청교도> 등의 대표작을 남겼어요. 놀랍도록 '아름답고 유려한' 그의 음악과도 같이, 수려한 용모와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했던 벨리니는 33살이란 너무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상당히 짧고 강렬했던 천재 작곡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벨 칸토' 오페라의 특징으로는, 긴 호흡의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더불어, 상당히 고난도의 '기교'가 두드러짐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유독 극 중 정신병을 앓는 여인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아마도 고음에 화려한 기교를 더해 노래하는 소프라노들의 모습이 자칫 광기가 서린 모습과 흡사하다는 발상에서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청교도>에 등장하는 주인공 엘비라는 잠시 정신 착란을 겪고 다행히도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해피엔딩이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광란의 아리아, 'Qui la voce sua soave(여기 울려 퍼지는 그 고운 목소리)'는 정말 '미쳤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그 여인의 미친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방송을 통해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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