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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틸다 Jun 30. 2022

캠핑은 도대체 왜 하는 걸까

5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캠핑을 시작하다니.

셀프 칭찬이긴 하지만 우리 부부 정말 대단하다.

'참 별나다 별나...'

이런 의미로 대단하기도 하다.


아기가 있다고 캠핑을 못할 건 없지만 보통 출산 전부터 이미 캠핑을 좋아했거나, 아이가 어느 정도 크다거나, 적어도 캠린이는 아니거나. 셋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우리는 캠린이보다 못한 캠생아인데다 아기 또한 신생아티를 갓 벗어난 5개월령이 되었을 때 캠핑을 시작했다.



21년 11월에 첫 캠핑을 시작하여 22년 5월까지 총 5번의 캠핑을 나갔다.

첫 캠핑부터 삐그덕거렸다. 둘 다 텐트 피칭이 처음인 데다 아기까지 있으니, 나는 아기띠로 아기를 안고 있고 남편 혼자 텐트 피칭을 하니 피칭만 3시간 걸린듯하다. 뒷정리까지 마무리하는데 장장 5시간이 걸렸고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첫끼를 먹을 수 있었다. 그것도 시동생이 와서 도와줬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아기가 캠핑장에서 잘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최종 보스급의 문제였기 때문에 애초에 집에서 20분 거리의 캠핑장을 잡았다. 만약 아기가 잠 못 들면 둘 중 한 명은 집으로 복귀할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각오했던 일이 그대로 벌어졌다.

매너타임 직전에 아기가 크게 울어서 나와 아기는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첫 번째 캠핑을 다녀와서 우리는 생각했다.

'캠핑 계속할 수 있을까?'




캠핑 계속할 수 있을까?

장비 사는 데 400만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기에 한 번만 하고 포기할 순 없었다.

두 번째 캠핑은 집에서 10분 거리의 더 가까운 캠핑장으로 잡았고, 우리는 전략을 세웠다.

남편이 텐트 피칭하기가 익숙하지 않으니, 그동안 아기와 나는 집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텐트 피칭이 다 되면 남편과 아기는 텐트 안에서 좀 쉬고, 내가 잔짐들을 정리하는 쪽으로 한다면 수월할 것 같았다.

그렇게 전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저녁을 컵라면으로 때웠다.

저녁을 만들어 먹을 여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한 가지 발전이 있었다면, 아기가 캠핑장에서 밤잠을 자는 데 성공했다.



/



세 번째 캠핑은 친정 부모님을 게스트로 초대하였는데 두 분이 많이 도와주셨다. 아기를 봐주시는 것만 해도 7할은 도와주시는 거다. 덕분에 세팅 두 시간 만에 근사한 저녁을 먹다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근사한 저녁이라 함은 숯불에 구운 고기를 말한다. 우리끼리만 있었다면 또 세팅하다 진이 빠져서 컵라면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 캠핑은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수월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이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캠핑 계속할 수 있을까?'


왜냐하면 철수할 때는 부모님이 집에 가신 뒤라 못 도와주셨기 때문이다.





도대체 캠핑을 왜 하는 걸까

네 번째 캠핑은 캠핑 고수인 남편 친구네 가족과 함께 했다. 수년의 캠핑 경험이 있는지라 확실히 손발이 빨라서 우리를 많이 도와주셨다. 저녁에는 아이들을 재우고 어른들만의 불멍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우린 불멍이란 걸 해 본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불멍이란 걸 해보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아, 이래서 캠핑을 하는구나'


캠핑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은 전혀 안 들었던 캠핑 경험이었다.

남편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 수습기간 끝나고 정직원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다섯 번째 캠핑은 그야말로 완벽, 완벽, 완벽했다.

정직원이 된 우리는 피칭도 척척, 세팅도 척척, 요리도 척척, 아기 케어도 척척.

거기다 뷰는 역대급으로 좋았다.


이제 더 이상 캠핑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진 않았다.

대신에 우리는 도대체 캠핑을 왜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해 원초적인 물음을 던졌다.

몸 편하고 마음 편한 여행도 있는데 굳이 왜 캠핑을 선택해서 이 고생을 하냐고.



1. 자연 속에 머무는 편안함

우리 부부는 유독 자연을 좋아한다. 아름다운 자연 뷰의 멋진 호텔이나 리조트도 많지만 자연을 가까이에 두고 콘크리트에 둘러 싸이느냐, 자연 속에 파묻히느냐 하는 차이는 있을 것인데 우리는 후자를 선호한다.

또 무엇보다 비용 차이가 크다. 트렌디한 인테리어에 전망 좋은 뷰까지 갖춘 숙소는 못해도 50에서 100만원은 들여야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캠핑은 전망 좋은 사이트면 5만원 안팎이다. 물론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5번만 가도 본전은 뽑는 셈이다.



2. 본능에 충실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

캠핑을 나가면 집을 직접 지어야 하고 밥도 다 해 먹어야 한다. 이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보다 더 본능에 충실함으로써 속세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다. 그걸 생각할 틈도 없이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분에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잠은 잘 온다.



3. 취향이 깃든 우리만의 숙소

아무리 좋은 숙소를 가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캠핑은 우리 취향에 맞게 고심히 고른 장비들로 세팅하니 온전히 내 것이다. 자연 속에 내 집을 짓는다는 것은 꽤 낭만적인 일이다.



4. 아이에게 가장 좋은 자극, 캠핑

돌 전후로 캠핑 다녀온 아기가 이것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좋은 자극이 되었으리라고 감히 생각한다. 자연 속에서 돌도 만져보고 파도 소리를 듣고, 나무 결을 만져보고 꿀벌도 보고, 새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고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지켜본다. 자연에서 먹고 자고 뛰놀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나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의 캠핑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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